항암제 개발에 있어 초기 개발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용량 결정으로, 후속 임상개발에서 안전하고도 유효성이 예측되는 용량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항암제 용량 결정은 용량을 높일수록 유효성이 좋아진다는 경험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MTD 즉, 최대 내약 용량 개념으로 항암제 용량을 올렸을 때 암세포를 최대로 죽이면서 안전성을 유지하는 용량을 말하며 항암제 1상 임상시험의 골자가 된다. 

다만, 최근에는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들이 많이 개발되면서 미국 FDA 근무 과학자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와 연구자들이 이를 반대해 “많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과거 개념을 바꿀 것을 추천하고 있다. 

표적 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임상개발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약 및 바이오 회사들과 임상 연구자들이 아직도 “많을수록 좋다”는 개념의 조기 항암제 임상시험을 하고 있으므로 이를 수정하기 위한 사회적인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1996년 제정된 미국의 암정복법에 의해 설립된 “암연구의 친구들(Friends of Cancer Research)”이라는 단체는 2021년 연례회의에서 항암제 개발에 있어 용량 설정에 대한 관례를 현 시점에 맞게 적용시키도록 추천하는 백서를 간행했다. 

이 단체는 미국 FDA, 미국 국립보건원, 제약산업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2012년 FDA가 ‘브레이크스루’ 지정에 관한 법규를 만들고 실행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고, 임상시험 디자인과 수행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하고 있어 NCI의 ‘LUNG-MAP’이라고 하는 마스터임 상시험을 구성하고 진행하도록 도왔다. 

“암연구의 친구들”이 발행한 백서는 현재 제약회사들이 사용하는 항암제 용량결정 임상시험 방법과 전략에 대한 재고 및 이를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신약 개발자들이 시판 전에 환자를 위해 유효하면서도 안전하다는 의미에서 최선의 용량을 선택해야 함을 설명하고 있다. 

FDA는 이 단체와 100% 뜻을 같이 하고 있으며, 앞으로 항암제 개발을 함에 있어 용량을 결정함이 “많을수록 좋다”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실제로 약물 승인을 위한 검토와 의견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최근 FDA가 승인한 ‘루마크라스’(제네릭명 ‘소토라십’)는 FDA가 신약 승인 용량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결정을 보여준 예이다. 

지난 2021년 5월 28일 FDA는 루마크라스를 한번 이상 이전 치료받은 경력이 있고 KRAS 변이가 있는 진행성 비소세포 폐암 치료제로 승인했다. 루마크라스 승인은 우선 검토 결정 후 불과 3개월 만에 빠르게 이뤄졌지만 승인 결정 전 수면 밑에서 승인 결정 조건에 대해 FDA와 암젠 사이에 매우 중요한 의논 과정이 있었다. 

암젠은 루마크라스 1상 임상시험 결과를 2020년 9월 뉴잉글랜드저널에 게재하고 10월 2상 결과를 발표했으며 그해 12월 FDA로부터 브레이크스루 지정, 2021년 2월 우선 검토 지정을 받고 5월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승인 전 4월 최적 용량을 결정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시판 후에 하기로 협의했다.

# FDA 검토 보고서로 본 ‘루마크라스’ 승인에 대한 결정  

FDA의 승인 검토는 FDA 웹사이트에 공개돼 있으며 다음은 그 검토 결과에 대한 요약이다. KRAS G12C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 폐암은 미국 폐암 환자의 약 14%, 우리나라 폐암환자의 5% 미만을 차지하며 예후는 매우 좋지 않다. 

루마크라스는 G12C 변이가 있는 KRAS에 결합해 항암 효과를 내는 약제다. 루마크라스 신약 승인은 1/2상 임상 시험 환자 중 비소세포 폐암환자 124명 치료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으며 대상 환자들 90% 이상이 세포독성 백금 항암제와 면역항암제로 치료받은 경력이 있었고 1일 960 mg 복용했다. 

루마크라스는 1차 치료에 실패한 KRAS G12C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 폐암에서 36%의 반응률을 보였으며 암이 줄어든 환자에서 평균 10개월 동안 반응이 유지됐다. 루마크라스 960mg을 투여받은 환자들에서 설사, 근육통, 피로감, 메스꺼움, 간독성 등이 관찰됐고 폐염, 간독성, 설사 등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환자 50%에서 보고됐다. 

한편, 환자가 복용한 약이 얼마나 흡수, 분포, 배설되며 혈중 농도 변화 및 임상적인 반응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는 약물역동학, 약물동역학 시험 결과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는데 이 부분에서 개발사와 FDA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 

개발사는 임상시험 결과에 의해 960 mg 1일 1회 복용이 유효하고 내약성이 충분히 좋다고 설명했다. 반면 FDA는 암젠의 설명이 일반적으로 동의할 수 있으나 약물역동학 결과와 유효성 안전성 데이터를 볼 때 최적 용량이 선택되지 않았다고 이견을 제시했다. 

그 이유는 960 mg, 720 mg, 360, 180 mg에서 전신적인 노출이 유사했고  180 mg에서 33.3%, 360mg에서 25%, 720mg에서 50%, 960mg 에서 37.4%의 반응율이 관찰됐으므로 용량-반응 관계가 뚜렷하지 않았으며 47%에서 관찰된 설사, 27%에서 관찰된 메스꺼움과 같은 부작용이 용량을 낮추었을 때 더 개선될 가능성이 있고 동물실험 결과로 추정한 인체 유효 용량은 30~240 mg이었고 960mg을 먹기 위해 8정의 약을 먹어야 하는 부담이 용량을 낮추었을 때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FDA는 가속 승인에 따른 의무로 ‘KRAS G12C 환자에서 질병의 진행이 없는 생존기간(PFS) 우월성을 증명하는 확증적 3상 임상시험 결과’와 ‘960mg과 낮은 용량을 비교해 최적 용량을 구하기 위한 임상시험 결과 제출’을 결정했다. 

FDA 승인 이후 

미국 임상종양학회 2021년 9월 호에서 마크 라타틴 박사와  이안 태녹 박사는 최적 용량을 구하는 임상시험을 요구하는 FDA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으며 , 이는 항암제가 아닌 신약  개발에서는 낮선 개념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즉, 항암제가 아닌 다른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용량 최적화를 위한 과정이 있어 최대 내약 용량이 아닌 최적 용량을 구하는 임상시험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암제에서 이 개념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매우 세심한 디자인이 필요하며 전신 노출과 비례하지 않게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으므로 환자에게 가는 이득을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도 필요함을 설명하고 있다. 

또 ‘악시티닙’이나 ‘수니티닙’처럼 용량-반응 관계가 뚜렷해 최대 내약 용량이 최적 용량일 수 있으므로 이를 증명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루마크라스는   KRAS 돌연변이에 대한 치료제로 처음 승인받은 신약이고 2021년 8월로 예정된  허가 일자가 5월로 3개월이나 당겨져 암젠에게 축하할 일이었다. 지난해 11월까지 미국에서 약 500명의 암전문의들이 처방하고 있으며 4개월 판매액이 450억원이라고 했다.

현재 개발 중인 비소세포 폐암의 1차, STK11 돌연변이 치료, 대장암과 췌장암에서 단독 또는 병용 개발 결과가 좋다면 더욱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을 것이다. 

루마크라스 승인은 앞으로 항암제를 개발하는 신약 개발자들이 성공을 위한 교훈으로 삼을 중요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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