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약품들이 만들어지기 전 인류가 약으로 사용하던 것들은 약초, 즉 약용 식물에서 추출된 디곡신, 모르핀과 같은 것들이었으며 아스피린 등장으로 화합물이 약으로 사용되는 기원을 맞이한다. 또 페니실린 개발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20세기 가장 큰 발명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독일에서 개발된 '탈리도마이드'를 임신부가 복용한 후 팔과 다리가 생기지 않고 손이 어깨에 붙는 기형아를 출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동물실험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부작용이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에게서 발생해 46개국에서 1만명이 넘는 기형아가 탄생하게 됐으며 인류 의약품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약 개발에 있어 유효성보다는 안전성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미국  FDA를 비롯한 각국 규제 기관이 신약 심사 과정에 유효성보다 안전성에 더 집중을 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지금도 FDA  승인 문서에는 “이익이 위험을 상회하여 승인한다”라는 구절이 포함돼 있어 위험에 대한 평가가 기본 잣대임을 잘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신약 성공과 실패에 대한 예들을 보여줌으로써 약의 개발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신약 개발의 기본과 성공과 실패에 대한 정의, 그리고 신약 개발자들 기본 의무에 대해 살펴본다. 

의약품 개발은 디스커버리에서 시작되며 질환과 병리 기전에 대한 이해, 이를 중재할 수 있는 표적 발굴, 표적에 대한 치료 물질 개발, 물질 개발을 위한 기술 기반 등 연구가 탄탄히 돼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또한 개발 시점의 표준 치료와 의학적 미충족 요구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고 그 변화에 대한 예측을 할 수 있어야 새로 개발되는 물질 용도를 정확히 찾을 수 있다.

매년 수천 개 물질이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지만 비임상 시험까지 과정을 거쳐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약물을 100개 중 한 개 확률이다. 연구자들이 전망이 좋은 물질을 식별하게 되면 보다 많은 의과학적 정보를 구하기 위한 단계로 물질의 흡수, 분포, 대사, 및 배출 과정 및 약동학, 기전, 용량, 투여 방법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또 가장 중요한 단계로 임상 적용을 위해 이득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치료 대상을 정하고 표준 치료에 비교해 또는 표준 치료에 더해졌을 때 얼마나 치료효과가 좋아지고 안전성이 보장되는지를 연구하게 된다. 

신약 개발에 있어 성공 정의 

신약 승인: 물질이 약으로 등재되는 순간은 법제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는 시점이며 진정한 의미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승인이 이뤄져야만 의사가 처방을 할 수 있고 환자가 임상시험 안에서가 아닌 진료에서 치료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법제 기관 승인은 약물 제조 과정에 대한 평가, 물질의 임상적 유효성 및 안전성에 대한 평가를 거쳐야 한다.

약물의 유효성 및 안전성이라 함은 확증적 임상시험인 3상 임상시험을 통해 표준 치료 대비 우월성 또는 표준 치료와 같이 사용했을 때 우월성을 보이면서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지 않거나 동등 이상 치료 효과가 있으면서 안전성이 보다 좋은 의학적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

때로는 의학적 미충족 요구가 크고 탐색적 임상시험 결과가 매우 우수한 경우 신속 검토 및 승인과정을 거쳐 승인을 받기도 하는데, 이 때에는 승인 시판 후 확증적 임상시험 결과를 보여 주어야만 한다. 

약가 승인 및 보험 등재 과정: 이미 많은 다국적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목표가 승인까지가 아니고 보험 등재 성공까지다. 다시 말해 의료 보험이 국가적으로 시행되는 나라에서 신약 개발 후 상업적 성공이 보험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임상시험 단계에서 환자 삶의 질을 포함한 의료 보험 등재를 위한 임상적 변수들이 포함돼야 한다. 

의약품 상업적 성공: 대부분 의약품의 상업적 성공은 그 제품이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계열 내 최초 신약)인 경우지만 많은 경우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계열 내 최고 신약)가 더 성공을 하기도 하며 이는 회사 상업적 역량에 의한다. 

신약 개발 실패 

개발 단계 실패: 약물 개발 과정 중 실패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으며 매 단계 안전성에 대한 역치를 넘어야 한다. 유효성에 대한 평가를 하는 Ib 또는 II 상 단계에서는 임상적 변수에 대한 가정을 만족하는 결과가 도출돼야 한다.

한편 유효성을 보여줌에 있어 '단순히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 정도가 아니라 '표준요법보다 또는 표준요법과 병용했을 때 임상적 의미가 예측되는 효과가 있다' 는 증거들이 필요하다.

상기한 바와 같이 디스커버리부터 개발돼 온 물질들이 임상개발에 들어갈 확률은 100개 중 1개, 즉 1%이므로 임상개발에 들어간다 함은 큰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임상 개발에 들어간 물질들이라 할지라도 승인 과정을 거쳐 법제 기관 도장을 받을 확률은 항암제 경우 약 6%, 비 항암제 경우 10% 정도이므로 신약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알 수 있다. 특히, 2상까지 성공한 약제가 3상 임상시험, 즉 확증적 임상 시험에서 실패하는 경우 승인에 필요한 거의 모든 비용과 시간을 들인 상태에서 실패하는 것이므로 개발자에게 가는 부담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으며, 3상 임상시험 약 40%가 실패하게 된다. 

승인 취소: 신약 승인 후 상업적 성공을 하다가도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예가 '바이옥스'다. 1999년 미국 FDA로부터 승인받은 바이옥스는 연매출 2.7조원까지 이르렀으나 승인 직후부터 논란이 됐던 심혈관 부작용으로 인해 약 88,000 명의 중대한 심혈관 환자와 33,000의 사망례가 발생했다.  결국 바이옥스는 2004년 승인을 철회했으며 2007년 수천례 고소에 대해 5조원의 정산을 하고 시장을 마감했다. 

승인 후 상업화 실패: 애써 개발한 약이 시판됐으나 상업적 역량 또는 시장 상황에 의해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다국적 제약사는 세포독성 항암제를 유방암 적응증을 개발했으나 약 1000 억원 정도 판매를 달성한 후 그 이상 판매 증가가 없어 다른 회사에 팔게 됐다. 일반적으로 상업화 실패는 의료보험 승인 실패, 불충분한 시장 이해, 제품에 대한 이해 불충분으로 인한 차별화 실패, 안전성이 좋지 않은 경우, 충분한 인력 및 재원을 투자하지 않는 경우 등이다. 그러므로 신약 개발 과정에서 의료보험을 위한 의학적 지표들에 대한 연구, 안전성에 대한 관리 방법, 기존 치료와 차별화할 수 있는 지표에 대한 개발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신약개발자들 의무

신약개발을 하는 제약사 또는 바이오텍들은 많은 부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사회적인 약속을 할 필요가 있다. 

▷영향력이 있는 전문가들 의견을 충분히 듣고 개발에 반영한다. 
▷법제 기관과 적극적인 상담을 해 신약개발의 질적인 유지와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한다. 
▷의료 보험 또는 약가 결정 기구와 적극적인 대화를 한다 
▷표준 치료를 결정하는 기구들과 협력한다. 
▷표준 치료 결정에 대해 충분히 협조한다.  
▷신약 승인 과정 또는 승인 후에도 지속적인 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한 연구를 약속한다. 
▷승인 후 시판한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문한림 대표 약력

· 2021년 8월 메디라마 CSO
· 2020년 1월 CCS 설립자 겸 CEO    
· 2018년 8월-현재(2022년 1월) 한국 암 연구 그룹 QA위원회 위원장   
· 2014년 4월-2017년 4월 Medical Affairs, Mundipharma Pte Ltd (신흥 시장 지역) 수장   · 2013년-2014년 OxOnc 코리아 대표
· 2007년-2012년 종양학 의료 이사, 중국과 아시아, 종양학 R&D, GlaxoSmithKline
· 2003년-2007년 종양학 의료 프랜차이즈, 국제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 Sanofi-Aventis 수석 이사
· 2000년-2003년 미국의 국립 알레르기 및 감염증 연구소 (NIAID), 국립 보건 원 (NIH)의 연구 과학자,
· 1990년-1992년 일본 도쿄 국립 암 센터 초청과학자
· 1986년-1998년 가톨릭의대 혈액종양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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