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올해로 만 63세인 A씨. 난소암 항암 유지요법 과정인 그는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지낸다. 가끔 아랫배에 아픈 느낌이 들 때 '아, 내가 환자였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는 "검사에서 약제 효과가 잘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재발만 안 되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제줄라 치료 효과가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난소암 치료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A씨와 팜뉴스가 만난 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다케다제약 PARP억제제 제줄라(니라파립)를 6개월 째 복용 중인 그는 재발이 가장 빈번하기에 예민한 난소암 유지요법 1~2년 사이 환자임에도 이처럼 웃어보였다.

이유영 삼성서울병원 교수가 난소암 유지요법으로 제줄라를 투여 중인 A씨와 치료 경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오늘날 난소암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조기 진단법이 확립되지 않아 질환이 상당히 진행되서야 병을 알아채기 때문이다. 대부분 늦은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는데다 재발률도 상당히 높다. 난소암 환자 10명 중 7~8명이 재발을 경험하고 2·3차로 갈수록 재발병 기간은 점점 짧아진다. 

A씨의 투병도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집 근처 병원을 찾은 평범한 날로부터 시작했다. A씨는 난소암 진단을 받던 날 "아무런 증상도 느낄 수 없었는데 난소암 3기라는 말에 매우 놀랐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로 많이 걱정했다"고 말했다. 난소암을 들어본 적도 없었고 주위 지인이나 친구 중에도 겪은 사람이 없어 두려움이 더욱 컸던 것이다.

더구나 A씨는 진단 당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담당 교수로부터 "수술을 바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소식과 난소암은 재발이 잦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에 A씨는 "제일 좋은 약으로 치료해 달라"고 했고 담당 교수는 "재발 위험이 낮은 제줄라를 써보자"고 권했다. 환자와 의료진이 서로를 의지하며 난소암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바이오마커 검사에서 BRCA 유전 변이를 확인한 A씨는 최대종양감축술을 받고 수술 전·후로 항암화학요법(각 3사이클, 총 6사이클)을 받았다. 항암화학요법 약제 독성으로 식욕이 많이 떨어지고 몸무게는 6~7kg이 빠졌다. 탈모도 생겼고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유지요법 중인 지금은 달라졌다. 제줄라 유지요법은 A씨에게 일상생활을 돌려줬다. 매일 밤 잠자기 전에 제줄라를 복용할 뿐 난소암 진단 전과 같은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A씨는 "제줄라 복용 이후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낀 적이 전혀 없다. 친구들이 암 환자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취미나 봉사활동도 모두 하고 있고 하루에 만보 걷기 같은 운동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간 난소암 치료는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가 많지 않았지만 지속된 의약품 개발로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수술을 통해 종양 대부분을 없애고 항암화학요법으로 남은 병소를 제거한 이후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옵션으로 PARP 억제제가 등장한 것이다. PARP 억제제 유지요법은 기존 난소암 환자 생존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고 완치 확률도 꽤 높였다. 팜뉴스는 A씨 치료를 전담한 이유영 삼성서울병원 교수를 만나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이유영 교수와 일문일답.

▶난소암은 조기 진단이 어려운데다 다른 여성암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PARP 억제제는 얼마나 혁신적인 약인가

"난소암은 아직까지 조기진단법이 확립되지 않아 보통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편이다. 난소가 우리 몸에서 배 속(복강) 깊은 곳에 있기에 변화를 빠르게 확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진단도 어려운데 재발률이 상당히 높다. 난소암 환자 10명 중 2~3명을 제외하고는 재발을 경험할 정도다.

이에 반해 치료 옵션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항암화학요법 외 표적치료제로 등장한 ‘베바시주맙’이 있긴 했지만 치료 성적이 제한적이어서 어떠한 형태로든 항암화학요법 이후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존재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등장한 PARP 억제제는 기존 난소암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어느정도 충족시켰다고 생각한다. 임상시험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이며 난소암 치료에서 꼭 필요한 약제로 등장한 것이다. 실제 PARP 억제제를 활용한 유지요법 치료가 등장한 이후에는 난소암 완치 확률이 꽤 높아지고 생존률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최근 국내외 난소암 진료 가이드라인을 보면 1차 치료 유지요법 중요성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난소암 유지요법에서 1차 치료가 얼마나 중요하고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난소암은 수술을 통해 종양 대부분을 제거하고 남아있는 잔존 병소는 항암화학요법을 통해 제거한다. 보통 난소암 재발이 가장 빈번한 시기가 치료 이후 1~2년 사이다. 혹시라도 남아있을 수 있는 아주 미세한 병변이 재발하지 않도록 PARP 억제제로 유지요법을 진행하며 해당 기간 재발을 억제하는 것이다.

모든 암종이 다 그렇지만 난소암 또한 당연히 1차 치료 목표는 완치다. 안타깝게도 재발하게 되면 치료 목적은 완치에서 유지요법으로 달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1차부터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나 국내 난소암 치료 권고안 등에서 1차 유지요법으로 PARP 억제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PARP 억제제를 활용한 1차 유지요법이 난소암 치료 환경에서 굉장히 획기적이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유영 삼성서울병원 교수

▶제줄라 얘기를 하면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사용 가능한 약제가 등장했다는 큰 의미가 있다. 특히 PRIMA 임상을 통해 난소암 1차 유지요법에서 BRCA 변이와 상관없이 모든 환자군에서 생존 혜택을 확인했다는 점을 진료 현장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기존 PARP 억제제는 BRCA 변이만 가진 환자만 쓸 수 있었지만 제줄라는 임상을 통해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모든 환자에서 효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점에서 볼 때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등 난소암 1차 치료가 진행된 이후 재발 걱정과 부담을 제줄라가 낮췄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난소암 미충족 수요를 어느 정도 채워준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PARP 억제제는 그 기전상 BRCA 변이를 보인 환자에서 더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에는 난소암 3~4기 환자가 많은데 BRCA 변이를 가진 환자라면 PARP 억제제를 통한 유지요법 효과를 확실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대부분 환자도 제줄라로 유지요법을 진행하는 것이 분명한 치료적 혜택을 얻을 것으로 본다."

▶제줄라를 유지요법으로 처방하는 경우 어떤 환자들에게 권하고 있나

"앞서 A 환자는 진단 시 상태가 위중했기에 바로 수술을 하지 못했다.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하고 이후에 제줄라를 통한 유지요법을 했다. A씨 뿐만 아니라 BRCA 변이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환자도 대부분 제줄라 1차 유지요법을 권하고 있다. 많은 난소암 환자가 가진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BRCA 변이가 없는 환자에게 사용할 치료 옵션'이 없었기 때문이다. PARP 억제제를 통해 좀 더 나은 치료 혜택을 경험했으면 한다."

▶실제 처방 환자에서 안전성 프로파일은 어땠나. 기존 PRIMA 데이터를 보면 용량 조절을 통해 혈소판감소증, 빈혈 등 혈액학적 이상반응 관리가 가능했다. 용량 조절 시 약효 감소 등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PARP 억제제는 각 치료제별로 나타나는 이상반응이 조금씩 다른데 제줄라는 환자들이 심각하게 느끼는 이상반응은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처방 케이스를 살펴봐도 환자 대부분 심각한 이상반응 없이 약을 복용하고 일상생활을 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심각한 이상반응으로 약제를 끊은 케이스는 없었다. 

환자별 맞춤 용량을 투약해도 약제 효과가 감소된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오히려 맞춤 용량으로 처방하니 환자들이 훨씬 더 편하게 복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환자 상태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면 더 오래 복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대부분 환자들이 말하는 소화기계 증상은 심각한 이상반응이 아니기에 충분히 관리 가능하며 그 다음으로 많이 나타나는 이상반응인 혈소판감소증도 대부분 환자에서 느끼는 증상은 거의 없는 편이다. 혈소판감소증 수치가 3,4등급 이상반응에 속하는 환자여도 용량 조절을 통해 관리할 수 있고 이상반응이 완화된 경우 다시 용량을 증량한 케이스도 있다."

▶제줄라는 1일 1회 투약으로 복약편의성을 갖췄다. 의료진 입장에서 보기에 이 부분이 환자 복약 편의성이나 삶의 질에 큰 연관이 있다고 보나? 

"환자 입장에서 복약 편의성이나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일일 복용 횟수가 적거나, 한 번에 더 적은 알을 복용하는 치료제가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복약 편의성은 약제 처방에 있어 최우선은 아니지만 고려하는 요소이며 암 치료라는 목표가 있기에 환자들의 복용 순응도는 다른 질환보다 좋은 편인 듯 하다."

▶제줄라 같은 치료제 등장으로 국내 난소암 치료 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다른 암종에 비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해달라

"보험 급여 확대는 정부의 재정적 측면 등 고려 사항을 모두 판단해야 결정되는 부분이다. 다만, 치료 현장에서 환자를 만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급여 환경이 개선된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삶을 연장하고 치료 혜택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환자들만 생각했을 때는 PARP 억제제 급여 환경이 더욱 개선되길 희망한다.

또한, 여전히 남아있는 난소암 치료 미충족 수요를 채우기 위해서는 난소암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난소암은 희귀암이기도 하지만 난치암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제약, 의학 등 산업계 뿐만 아니라 정부와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줬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난소암을 겪는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국내 의료진에게 조언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난소암은 최근 수술 기법이 발달하고 좋은 치료제도 개발되면서 과거 대비 치료 성적이 개선되고 있다. 환자분들이 의료진을 믿고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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