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국산 신약 31호. 유한양행 렉라자(레이저티닙)가 3세대 비소포폐암 표적치료제 전쟁에 포문을 열었다. 글로벌 거인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오시머티닙)에 도전장을 던지며 연매출 20조원이 넘는 세계 시장을 향해 출발했다.

지난 25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렉라자정80mg 1정당 보험 급여가 6만8964원으로 결정됐다. 내달 1일부터 보험이 적용된다. 타그리소에서 렉라자로 교차 투여는 인정되지 않는다. 일부 심각한 부작용 등에 한해서 급여를 적용한다. 

오는 2029년이면 전세계 비소포폐암 시장이 36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건정심 급여 인정은 렉라자에 있어 세계 시장을 향한 첫 걸음이다.
 

지난 2월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가 렉라자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혁신신약 도전 의지를 밝히고 있다.
지난 2월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가 렉라자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혁신신약 도전 의지를 밝히고 있다.

▶타그리소 1정당 6만원, 하루 복용 약가 18만원

렉라자 하루 권장 복용량은 80mg을 1일 3회 투약하는 240mg이다. 이에 따른 1일 약가는 20만6892원. 렉라자 비급여 약가는 연간 약 7550만원이다. 이번 급여 인정으로 환자는 본인부담금 5%인 약 380만원만 내면 된다.

이는 타그리소 1일 권장 복용량인 80mg 21만7782원(1일 1회 복용)과 비슷하다. 타그리소는 한 달 치료에 680만원이 소요된다. 

렉라자는 1차로 EGFR-TKI(티로키나신억제제) 1·2세대인 이레사(게피티닙) 타쎄바(엘로티닙) 지오트립(아파티닙) 투여 후 내성으로 인한 전이가 확인된 T790M 유전자 변이 환자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급여 사용이 가능하다.

타그리소와 비소세포폐암 EGFR 2차 치료제 시장을 놓고 격돌한다는 의미다.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렉라자 투약 대상 환자를 약 450명, 총 예상 청구액을 141억원으로 평가했다.

▶타그리소, 높은 벽이자 최고의 경쟁자

렉라자는 3상 임상을 완료해야 하는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정부가 조건부 허가한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국내 EGFR 폐암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 자체가 제한적이어서다. 즉, 임상적 유용성으로 허가가 이뤄진 것이다. 임상적 유용성만으로 평가한다면 렉라자와 타그리소는 효능·효과가 비슷하다. 

타그리소가 만만하지는 않다. 폐암 치료 역사를 새로 쓴 약물이다. 지난 2015년 미국FDA의 타그리소 1차 치료제 허가 전후로 폐암 치료 역사가 나뉜다. 타그리소는 전세계적으로 진행한 3상과 실제 임상 현장에서 가치도 입증한 상태다.

국내 출시 5년 째인 타그리소 매출도 나날이 늘고 있다. 그만큼 타그리소를 대체할 약물이 없다는 뜻이다. 타그리소의 지난 2016년 국내 매출은 23억원에서 2018년 600억원대로 폭발적인 성장 곡선을 그렸다. 그리고 지난해 첫 1000억원대를 돌파했다. EGFR 2차 치료 시장에서 효능·효과는 물론 시장성까지 입증했다. 타그리소는 최근 수술 후 보조요법까지 적응증 확대해 처방 영역을 넓혔다.

타그리소는 2018년 NEJM에 발표한 'FLAURA 글로벌' 임상을 통해 PFS(무진행생존기간) 18.9개월을 기록했다. 기존 1·2세대 TKI 치료제 PFS는 10개월로 타그리소가 9개월이나 연장했다. 최종 OS 데이터에서도 타그리소 PFS는 38.6개월로 1·2세대 TKI 치료제의 31.8개월 보다 6.8개월 길게 나왔다.

이에 반해 렉라자는 글로벌 3상이 진행 중이고 최종적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타그리소와 적응증·급여 기준이 동일한 상황에서 렉라자에게 타그리소는 높은 벽이자 최고의 경쟁자이다.

다만, 타그리소도 약점이 있다. 지난 2018년 12월 국내 1차 치료 적응증을 받았지만 보험 급여는 받지 못하고 있다. 1차 치료제 시장에선 1·2세대 TKI 치료제 보다 타그리소가 우월함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지난 2019년 ESMO에서 공개한 FLAURA 글로벌의 최종 OS 데이터 하위 분석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서양인에서 효과는 있지만 아시안인은 아니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렉라자 허가 기념 기자 간담회
지난 2월 렉라자 허가 기념 기자 간담회

▶타그리소와 격돌하는 렉라자, 그 가능성은?

렉라자는 타그리소 대신 왜 처방해야 하는지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시판 후 3상 임상 조건부 허가는 렉라자 약점이기도 하지만 무기이기도 하다.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먼저 렉라자는 EGFR TKI 치료제를 투약했으나 T790M 유전 변이가 생긴 환자 18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ORR(객관적반응률) 72%, PFS(무진행생존긴가) 13.2개월로 유망성을 보였다.

폐암 환자에 치명적인 뇌전이에서도 효과를 나타냈다. 20명의 뇌전이 환자 중 절반인 55%가 렉라자에 반응한 것이다.  타그리소 뇌전이 반응인 50%와 대동소이하다.

아울러 렉라자는 얀센 리브레반트와 병용요법 임상이 한창이다. 이 임상은 타그리소 내성의 주요 요인으로 알려진 MET 유전 변이 환자에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EGFR 1차 치료제 사용 후 발생하는 내성은 타그리소로 대처할 수 있지만 타그리소 투약으로 생긴 내성에는 대안이 없다. 렉라자-리브레반트 병용이 타그리소 이후 치료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유한양행 홍보 관계자는 "얀센과 병용을 통해 타그리소 내성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1차 치료제로 허가나 출시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타그리소 하나였다는 측면에서 환자에게는 치료 기회가, 의료진에게는 치료 옵션이 확대됐다"며 "뇌전이나 신독성 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새로운 치로 옵션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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