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엑손20 변이가 나왔는데 사용 가능한 치료제나 임상(참여)도 어렵다고 하네요." 

최근 국내 항암환우회 카페에 비소세포폐암 진단 환자의 보호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현실을 토로한 글이다.

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로 인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엑손20 삽입변이(Exon20 insertion)'는 미충족 수요로 남아야 했다. 엑손20 삽입변이를 표적하는 항암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안타까움을 남겼다. 

최근 한 가닥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다케다제약이 표적항암제 개발에 성과를 거두면서다. 머지않아 국내 시장에 등장하리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6일 얀센과 다케다 등 글로벌 제약사가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에 미충족 수요였던 엑손20 삽입변이 치료제 개발을 선도하는 가운데 유한양행, 한미약품, 에이치엘비 등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GFR 활성변이는 아미노산 배열에 변이가 생겨 암세포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 중 엑손20번 삽입변이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2~3%에서 진단된다. 많은 항암제가 엑손19번 표적치료제로 개발되다보니 엑손20 변이 환자는 치료제 선택권이 많지 않았다.

엑손20번 특징은 기존 1·2세대 표적치료제가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레사(게피티닙) 타세바(엘로티닙) 지오트립(아파티닙) 등이다. 

3세대 표적치료제인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효과를 보이는 T790M 내성획득이 엑손20 변이에 속하지만 현재 미충족 수요인 엑손20 삽입변이와 아미노산 위치가 다르다. 결국 엑손20 삽입변이를 표적하는 항암제 개발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얀센·다케다 '엑손20 삽입변이' 정복 첫발

엑손20 삽입변이 표적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먼저 성과를 올린 제약사가 얀센과 다케다다.

먼저 국내 환자들에게 아미반타맙으로 잘 알려진 얀센의 '리브레반트'가 이달 25일(현지시간) 미국FDA로부터 엑손20 삽입변이 치료를 위한 첫 번째 표적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로써 국내 환자들에게도 치료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더구나 리브레반트는 EGFR과 cMet 수용체를 동시 표적하는 이중특이항체로 엑손20 삽입변이에 탁월한 치료 효과를 보이며 주목받았기에 더욱 기대되고 있다.

실제 이번 FDA허가 근거가 된 1상 임상 'CHRYSALIS'를 보면 백금기반 화학요법으로 1차치료를 받은 엑손20 삽입변이 환자 81명에서 객관적 반응률(ORR)이 40%를 기록했다.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이 11.1개월로 63%의 환자에서 6개월 이상의 반응지속 기간을 보였다.

아울러 미FDA도 리브레반트 허가에 속도를 보탰다. 이미 지난 3월 혁신적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 BTD)로 지정해 신속한 승인이 가능했다.

현재 리브레반트에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제품은 다케다제약의 모보서티닙(개발 코드면 TAK-788)이다. 

모보서티닙은 임상이 한창이지만 작년 4월 미FDA가 얀센의 리브레반트와 마찬가지로 혁신적 치료제로 지정하며 그 효과를 인정했다. 다케다가 올해 4월 신청한 신약 우선심사(NDA)를 승인하며 허가 기대감을 높인 상태다.

모보서티닙도 EGFR과 HER2 엑손20 삽입변이를 선택적이면서 강력하게 표적한다. 모보서티닙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160mg을 1일 1회 경구 투여한 1/2상 임상에서 무진행 생존기간(PFS) 7.3개월, 객관적 반응율(ORR) 43%를 보였다. 

이에 더해 지난 20일 발표한 업데이트 결과에 따르면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은 24개월로 나타났고, 독립검토위원회(IRC)가 평가한 주요 데이터도 객관적 반응율(ORR)은 28%, 반응 지속기간 중앙값은 17.5개월, 질병 통제율(DCR)은 78%였다.

다케다는 "모보서티닙의 임상적 혜택을 입증했다"며 오는 6월 4일 열리는 제 57차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ASCO)에서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내 제약사도 엑손20 삽입변이 타깃 노력

글로벌 제약사들이 엑손20 삽입변이 표적치료제 개발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면서 국내 제약사도 노력하고 있다.

먼저 다음 달 6월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얀센 리브레반트와 유한양행 렉라자(레이저티닙) 병용요법 연구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얀센이 지난 2018년 유한양행에서 렉라자 기술을 사들여 리브레반트와 병용요법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는 타그리소 복용으로 발생한 내성획득 환자 대상으로 리브레반트와 렉라자 병용 효과를 평가한 1b 임상( CHRYSALIS)이다.

앞서 공개된 초록을 보면 EGFR 엑손19번 결손 또는 L858R 변이 동반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타그리소 획득 내성이 생긴 45명에게 리브레반트-렉라자를 병용 투여했다.

그 결과 완전관해(CR)는 1명, 부분 관해(PR) 15명 등 객관적 반응률(ORR) 36%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됐다. 

한미약품 포지오티닙도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파트너사인 스펙트럼 파마슈티컬(Spectrum Pharmaceuticals)이 미FDA가 포지오티닙을 엑손20 변이 치료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고 밝히면서 주목받았다. 스펙트럼은 "올해 말 포지오티닙 신약 시판허가신청(NDA)을 미FDA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펙트럼이 지난 4월 밝힌 포지오티닙 임상 데이터를 보면 1일 2회 용법으로 포지오티닙 투여 결과 내약성 개선과 1일 1회 용법(QD) 대비 복용 중단률이 감소했다고 알려졌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이 중국 제약사로부터 사들인 파이로티닙은 작년 12월 엑손20 삽입변이 3상 임상을 승인 받는 등 개발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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