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는 물론 국내 제약사들까지 CAR-T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일부 연구자들과 약사 사회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상업화 한계 등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기존 항암제는 항체, 곧 단백질을 직접 몸에 넣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지만 항원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한계점이었다. 반면 CAR-T 세포 치료제는 암세포만 표적으로 삼기 때문에 다른 세포들까지 손상될 우려가 적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상 세포 파괴 가능성은 줄이면서 암 세포를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다는 의미다.

노바티스 킴리아
노바티스 킴리아

이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발빠르게 CAR-T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까닭이다. 2017년 노바티스의 ‘킴리아(티사젠렉류셀)’는 전 세계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일본 정부도 최근 아시아 최초로 킴리아 판매를 승인하고 약가를 정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예스카타(악시캅타진 실로류셀)'도 FDA로부터 두 번째 CAR-T 치료제로 승인을 얻었다. 화이자 역시 지난해 CAR-T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기로 알로젠과 제휴를 체결했다.

현재 전 세계 항암제 시장은 753억 달러(84조원)으로 약효군 중 파이가 가장 큰 시장이다. 이밸류에이트파마의 '제약·바이오 2024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CAR-T 시장 규모는 올해 2억7300만달러(약 3000억원)를 달성한 뒤 2024년엔 25억1600만달러(약 2조8000억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제약사들도 ‘잰걸음’을 시작했다. 녹십자셀은 최근 미국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췌장암 CAR-T 치료제 개발에 돌입했다. 유틸렉스는 CAR-T 세포치료제 임상 단계 진입을 위해 국내 3곳의 병원과 임상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앱클론은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혈액암 CAR-T 치료제(AT101) 선도물질 도출에 성공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CAR-T 치료제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이선경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사업개발팀 연구원은 최근 ‘CAR-T 치료제 시장의 미래’ 기고‘에서 CAR-T 치료제는 사이토카인 릴리즈 신드롬(CRS)과 신경독성의 부작용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D19는 B세포 표면에 발현되는 항원으로 암세포와 정상세포에서 모두 발현되는 마커이기 때문에 CAR-T가 정상세포에서도 활성화되어 지나친 면역증진으로 인한 CRS와 신경독성이 발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CAR-T 치료제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를 통해 T 세포가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면역세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CAR-T 치료제가 극복해야할 과제도 있다.

시장성 확장 측면에서 고형암 치료제 개발은 중요한 이슈다. 현재 고형암 치료를 위한 CAR-T 개발을 다양하게 시도하고는 있지만 낮은 효능을 극복할 할 수 있는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태다.

암 환자 숫자의 90% 이상이 고형암인 현실 속에서 실제로 CAR-T 치료제의 대상은 ‘혈액암’에 머물러있다. 고형암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연구 성과도 미진한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사는 “혈액암은 골수 이식이 유일한 방법이다”며 “혈액암 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치료제들은 고형암에 효과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CAR-T 치료제가 차세대 치료제가 되기 위해서는 고형암도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CAR-T 치료제의 또 다른 한계는 ‘상업화’다. 현재 CAR-T 치료제 가격은 35만 달러(한화 4억1600만원)에서 50만 달러(5억9000만원) 수준이다. 환자의 혈액에서 세포를 추출해 증산하는데 2~3주가 소요되고, 생산비용만 15~35만 달러가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포는 해당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밖에 없어 단가를 낮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CAR-T 세포 치료제는 환자별로 각기 다르게 형성된 체내 고유의 면역시스템을 바탕으로 맞춤형 약을 투약하는 치료법이다. 제조공정에 고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맨투맨’ 방식이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약사 단체에서도 CAR-T 치료제의 시장 확대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팀장은 “CAR-T 세포 치료제의 특성은 ‘원샷’이다”며 “한 번 투여를 받으면 더 이상 치료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시장성 확대에 한계가 있다. 많은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처방을 받아야 하는데 지속가능성이 없다. 제약사들이 개발에 주저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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