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사건 법원과 관계 없음.
사진은 사건 법원과 관계 없음.

[팜뉴스=김민건 기자] 법원에서 무자격 브로커에 의한 약국 임대차 계약 중개, 컨설팅 행위를 구분해 판결한 사례가 나왔다. 임대차 계약서에 컨설팅 용역 업무를 적더라도 그 행위가 공인중개사법에 따른 중개 행위인지, 무자격자에 의한 컨설팅 행위인지 객관적으로 따졌다.

약국 임대차 계약 컨설팅을 했을 뿐이라는 브로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공인중개사법 위반에 의한 기소 의견으로 송치까지 됐다. 

작년 12월 인천지방법원 제 1-2 민사부는 B브로커가 A약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항소심에서 A약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가 공인중개법상 중개와 컨설팅 행위를 명확히 해석함으로써무자격 브로커는 공인중개법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까지 지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21년 5~6월 B브로커가 운영할 약국을 찾고 있던 A약사에게 약국 용도 임대차 매물이 나왔다고 알리면서 시작했다. B브로커는 A약사에게 '임대가 2억~1100, 렌트 프리 5개월, 계약 5+5년 등'을 조건으로 소개했다.

A약사는 B브로커와 용역 계약서를 썼는데 해당 약국에 대한 독점 운영 임대차 계약 체결 주선 대가로 용역비 5000만원을 지급하는 등의 컨설팅이었다. 세부적으로 '컨설팅을 하되 하자 등으로 진행이 안 되면 반환한다'는 내용이다.

그 이후 A약사는 분양사와 임대차보증금 1억원, 월 차임 560만원을 5년 지급하며, 무상 임대 기간은 병원 개원 시부터 3개월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건물에 내과, 소아과, 재활의학과, 피부과 등 병원이 입점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무효로 하며, 해당 호실이 독점으로 다른 곳에서 약국 업종을 할 수 없다는 특약을 작성했다. 

계약서 작성 자리에 B브로커는 참석하지 않았다. A약사는 1년간 약국을 운영했고 B브로커에게 컨설팅 용역비 5000만원을 지급했다. 재판에서 확인된 바 B브로커는 공인중개사법에 의한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었고, 중개사무소 등록을 하지 않았음에도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9000만원대 컨설팅 용역 계약을 맺기도 했다.

◇공인중개사법 위반한 브로커에 부당이득금+지연손해금 돌려달라

이에 A약사는 당시 용역 계약이 공인중개사법이 정한 중개 행위 등 관련 조항에 위반돼 무효이며 부당이득인 5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B브로커는 이 주장을 반박했다. 공인중개사법이 정한 중개 행위를 한 사실이 없고, 자신의 노력과 지식으로 컨설팅 용역을 수행해 약국이 독점적 지위를 가질 수 있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한 컨설팅 대가이지 부당이득이 아니라고 했다.

통상 브로커들은 "공인중개사법이 하고 있는 중개 행위가 아닌, 지식과 노력으로 만든 컨설팅 용역이다"는 주장을 한다. B브로커 또한 "용역비인 만큼 공인중개사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같은 주장을 한 것이며 근거로 용역 컨설팅 계약서를 들었다.

중개 행위는 다른 사람 의뢰에 의해 일정 보수를 받고 중개를 업으로 행하는 것을 말한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공인중개사 자격을 가진 자가 중개사무소 개설 등록을 마친 후에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중개수수료 지급 약정에 따라 투기적, 탈법적 거래를 조장하게 되는데 사고 예방 목적을 가진 공인중개사법 취지에 맞지 않다. 무자격자에 의한 중개 행위를 강하게 규제하는 이유다.

◇약국 독점 자리 컨설팅 VS 중개 행위, 어떻게 봤나

재판부는 B브로커의 행위가 임대차 계약 체결 업무를 위한 상담, 조언, 부수 업무 처리에 속하며 특별한 노력이나 지식으로 인해 해당 약국이 독점적 지위를 얻거나, 컨설팅에 해당할 정도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브로커가 약국의 독점적 지위를 갖게 했다는 점에 대해 자세히 판결했다. 

재판부는 "건물에는 이미 다수 병원이 입점될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 해당 건물에 약국이 개설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며 "(컨설팅)용역 계약 체결 이전에 약국을 위한 임대차 매물로 등장한 이상 피고(B브로커) 노력이 아니어도 A약사가 임대인에게 독점 입주를 요청, 제안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처음부터 약국 매물이 독점 자리로 나올 수밖에 없다. 독점이 아닌데 높은 가격에 약국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경우가 없다. 브로커들이 독점 자리를 컨설팅하는 계약은 인정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건물을 만들고 병원을 입점 시킨 다음 약국 독점 자리를 만들면 컨설팅 행위로 볼 수도 있다. 이번 사건처럼 병원 입점이 예정된 건물에서 약국 자리를 독점이라고 소개한 것은 컨설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해당 건물 약국 자리는 B브로커가 A약사에게 소개하기 전부터 임대차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판부는 "어떤 행위가 중개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사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그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아 사회통념상 거래 알선·중개를 위한 행위로 인정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B브로커가 컨설팅 계약을 주장하더라도 실제적으로 개인의 주관적 의사 보다는 객관적으로 그 행위가 어떤 목적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약국 임대차 계약은 부동산 거래 가격이 높다. 무자격자 중개 이후 사고 발생 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브로커들이 '컨설팅'이라고 말하는 중개 행위에서 드러나는 전형적인 문제다.

◇계약 체결 자리에 없어도 중개 행위 인정

재판에서 B브로커는 자신이 A약사와 분양사 간의 계약 체결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중개 행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A약사와 분양사가 직접 계약을 맺었고, 자신은 컨설팅만 했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었던 이유로 형식상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외관을 만들기 위한 것일 뿐이다"고 했다.

이어 "피고(브로커) 스스로 A약사와 분양사 사이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될 수 있게 분양 담당자 등을 만나 설득하는 등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며 "어느 정도 그런 역할을 한 것으로 중개 행위를 하지 않았다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중개 행위에 속하지 않는 컨설팅 업무가 있지만 공인중개사법 취지에 따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컨설팅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컨설팅 업무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법이 정한 중개업에 해당한다"며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바 컨설팅 용역비 지급은 강행 법규인 법에 위반 돼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용역 계약 전부 효력을 인정할 수 없음에도 B브로커가 용역 계약에 따라 5000만원을 지급 받아 A약사에게 손해를 가했다"고 봤다.

B브로커가 반복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컨설팅 용역 계약을 맺고 중개 행위를 한 사실도 인정됐다.

과거 무자격자에 의한 중개 행위는 법정에서 다투지 않았다. 단순히 브로커들이 용역 업무를 잘하지 못해 손해를 끼쳤다는 수준에서 비용을 반환해달라는 소송이 많았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브로커들이 이런 방식으로 무자격자에 의한 중개 행위 처벌을 피해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자격자 중개 행위에 관한 다툼이 있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중개와 컨설팅 행위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명확히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이번 판결이 의미를 가지는 이유다.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적시한 민사 판결이 내려지면서 형사소송에서도 기소가 가능해지게 됐다.

공인중개사법 위반일 경우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가 인정된 만큼 브로커들이 파산, 회생을 신청하더라도 약사는 보상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A약사를 대리한 법무법인 규원 소속 우종식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는 공인중개사법 상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 체결 시 무자격자가 그 자리에 없었다"며 "그러나 법원은 무자격자의 중개 행위가 아닌 것처럼 형식적으로  외관만 형성했다고 판단, 컨설팅이 아닌 무자격자의 중개 행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우 변호사는 "실제 무자격자들은 모든 중개행위를 다 한 이후에 계약하는 순간만 빠지는 경우도 꽤 있다"며 "이러한 외관 형성만으로 무자격자 중개 행위가 아니게 된 것은 아니라는 데 판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우 변호사는 "판결에서도 강조하고 있으나 공인중개사법의 입법 목적 등에 비춰 수행한 업무가 중개 행위와 '명확히' 구분 될 정도가 아니라면 법의 잠탈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컨설팅' 의미는 제한적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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