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팜뉴스=김민건 기자] 약국 개업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의사를 직접 만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실제 계약과 다른 일이 벌어진다는 게 민사 소송에서 다시 확인됐다. 법원은 의약분업 이후 처방과가 약국 매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판결에서 중요하게 고려했다.

팜뉴스 취재 결과, 최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A약사가 B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약사 손을 들어줬다. B의사가 계약을 불이행했다며 권리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다.

이번 사건은 경기도 고양시에서 소아과를 운영하는 의사 A 씨가 타 지역으로 확장·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시작했다.  B의사는 사건 건물에서 3층 병원을 운영하고, 1층 점포 또한 자신이 임대해 약국 자리 임차 권리금까지 받겠다는 심산이었다.

이 가운데 브로커 C 씨가 개입했다. 약국 자리를 찾고 있던 A약사에게 병원을 개원한다는 B의사를 연결시켜 줬다. A약사와 B의사는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약국 임대차 권리금 계약서에 특약을 포함했다. 'B의사 본인이 소아아동의원 또는 병원을 개업하며 조건이 안 될 시 권리금을 반환한다'는 내용이었다. 

권리금은 2억4000만원이었지만 2억3000만원으로 조정됐고 A약사는 이듬해까지 모두 지급했다. 여기까지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B 의사는 해당 건물에 병원을 개업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A약사 입장에서는 엉뚱하게도 당초 기대했던 '소아과'가 아닌 '정형외과'가 개원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약사로서는 당연히 B 의사가 개원할 것으로 생각했던 터였다. 특약에 '소아아동의원 또는 병원을 개업한다'는 내용을 넣은 이유였다.

하지만 B 의사는 계약을 지키지 않았다. 결국 A약사는 권리금 계약에 따라 B 의사가 직접 건물에 소아아동의원 또는 병원을 개업하지 않았다며 해지를 통보하고 권리금 반환과 지연손해금 지급을 주장하는 이번 소송을 냈다.

B의사는 A약사 주장을 반대하며 해당 건물에 병원을 개원하도록 했기 때문에 권리금 계약을 이행했다는 주장을 폈다.

▶법원은 계약(특약) 해석을 어떻게 했나

재판부는 판결에서 "여러 사실과 사정에 비춰 권리금 계약은 A의사 본인이 직접 소아과의원 또는 병원을 개업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우선, 해당 건물 건물주 친구이자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업자가 B의사의 친동생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B의사의 친동생이 인테리어를 맡은 만큼 A약사로서는 의사 본인이 직접 개업할 것을 믿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브로커 C씨가 A약사에게 일산에서 소아과를 운영하는데 B의사가 해당 건물 3층으로 확장 이전할 것이라고 설명했고, 이 사실을 B의사도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이 녹취록 등을 통해 인정됐다.

권리금 계약 특약사항도 인정했다. 계약에 '소아아동의원 또는 병원 개업 조건'이 명확히 기재돼 있고 B의사가 서명했으며, A약사가 소아과의사로서 B의사의 명성 등을 고려해 고액의 권리금을 지급했다는 부분이다.

특히 재판부는 "A약사 입장에서 건물에 어떤 병원이 입점하냐에 따라 수익이 판가름 날 것"이라며 소아과가 아닌 흉부외과 들어온 점을 계약 위반 사항으로 봤다.

B의사는 A약사에게 권리금 3000만원을 다시 돌려줬으나 재판부는 "이 사실이 계약 불이행을 양해하거나 채무를 면제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을 통해 약국 개업 시에는 브로커가 아닌 의사를 직접 만나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드러났다. 특히 병원 확장 이전은 더욱 조심스럽게 살펴야 할 부분이다. 

약국도 마찬가지이지만 병원도 기존에 자리 잡은 곳에서 새로운 지역으로 확장 이전한다는 것은 부담해야 할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특히 확장 이전과 같이 병원 운영이 잘 됐다면 굳이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 일반 이전이 아닌 확장 이전이라면 더욱 꼼꼼하게 계약서와 이행 여부를 챙겨야 할 필요가 있다.

원고 A약사를 대리한 법무법인 규원 우종식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해당 의사는 사건 건물 외에도 다른 곳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둔 상태였다. 결국 자신이 이전하지 않았기에 판결에서 돈을 돌려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우 변호사는 "이제 많은 분들이 의사 면허와 임대차계약서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병원 개설을 담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고민할 부분은 병원이 이전한다면 과연 '자신이 영업하고 있는 병원과 멀리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것인가다"고 설명했다.

우 변호사는 "현재는 약국 뿐만 아니라 병원도 경쟁이 치열한 상황으로 성업 중인 병원이 기반을 버리고 다른 지역까지 이전할 이유가 있을지 고민해 보고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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