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가려움증이라는 공통점에서 결절성 가려움 발진(Prurigo Nodularis, 이하 결절성 양진)과 아토피는 구분이 잘 안됐다. 작년 듀피젠트(두필루맙)가 새로 적응증 확대를 이루며 결절성 양진이 재조명 받고 있다.

28일 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는 사노피가 마련한 듀피젠트 적응증 확대 간담회에서 "결절성 양진 치료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다. 6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가려움증, 눈으로 볼 때 섬유화된 딱딱한 결절성 병변이 다수 있으며 반복적으로 결절을 긁고, 뜯고, 문지르는 병력이 있을 때 진단하기 쉽다"고 말했다.

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
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

듀피젠트는 2023년 12월 만 18세 이상 환자에서 국소치료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거나 국소치료가 권장되지 않는 '중등도-중증 결절성 가려움 발진(양진)'에 적응증을 확대했다. 아토피에 이은 두 번째 피부 영역 적응증이다.

결절성 양진 환자는 딱딱하고 극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결절이 팔다리 등에 수십 또는 수백 개까지 생긴다. 환자들은 가려움을 참지 못해 긁게 되며 피가 나고 딱지가 앉게 된다. 또는 병변이 두꺼워지기도 하고 색소 침착이 나타난다. 즉, 극심한 가려움과 결절성 병변이 특징인 만성 신경, 면역 피부 질환이다.

결절성 양진이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질환 부담은 아토피 보다 크지만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제가 없다.

아토피 환자 중에는 결절성 양진을 동시에 겪는 경우도 있다. 안 교수는 "결절성 양진의 또 다른 특징은 동반질환이 많다는 점이다. 만성질환(심부전), 피부질환(아토피), 감염질환(HIV), 정신질환(우울증 등)이 많이 보고된다"고 말했다.

결절성 양진은 크게 아토피성 동반, 전신 또는 정신과적 질환을 동반한 비아토피성, 특별한 동반질환 없이 발생하는 경우로 나눈다. 

결절성 양진 원인
결절성 양진 원인

 

환자 3명 중 2명은 결절과 병변 내 피부 모두 만성 가려움을 겪으며, 오래 지속되는 결절과 반흔은 통증과 작열감을 일으켜 긁게 만들고 반복적인 출혈을 발생시킨다. 가려움과 통증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환자의 60%가 만성 가려움으로 수면 방해를 받고 일부는 불안장애로 진단된다.

안 교수는 "환자의 60%가 이전 치료에 만족하지 않고, 74%는 바르는 스테로이드(코르티코 스테로이드)에 반응하지 않는다. 7명 중 1명은 응급치료가 필요한 데 가려움증이 심하거나 2차 감염인 경우를 말한다. 치료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오죽하면 쓸 약이 없어서 탈리도마이드를 쓰겠나"

현재 치료에는 국소요법, 광선요법, 병변 내 치료, 전신 면역억제제, 전신 신경조절요법 등이 있다. 특히 안 교수는 "나병 환자에게 썼던 탈리도마이드가 있다. 이 약을 사용하면 신생아에 기형이 생기기 때문에 피부과에서 퇴출된 약이다. 사용할 게 없어 이런 약을 사용할 정도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있다. 탈리도마이드 사용 환자의 59%는 대부분 말초신경병증 부작용으로 투약을 중단했고, 메토트렉세이트를 쓴 환자 중 38%는 오심, 위장 이상반응 등을 경험했다. 탈리도마이드, 레날리도마이드는 심각한 이상반응으로 중증 환자에게만 권고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결절성 양진 환자에게 권고하는 치료제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치료 환경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안 교수는 "바르는 스테로이드는 아주 초기에는 모르겠지만 전혀 효과가 없고, 아토피도 신약이 나오기 전에 면역조절제를 많이 썼다. 아토피 보다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앞서 말했듯 동반질환이 많아 약제 선택이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피검사도 많이 하고 설명도 길어야 하고 약제를 정말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환자의 다른 전신질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면역조절제를 번갈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듀피젠트가 새로 결절성 양진 적응증을 받으면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달라졌다. 결절성 양진이라는 질환이 왜 생기는지 근본적인 원인을 표적할 수 있게 됐다. 원인의 핵심은 아토피와 같은 제2형 염증이다. 

▶결절성 양진 핵심 원인 제2형 염증 표적, 안전성이 강점

안 교수는  기존 치료제와 듀피젠트의 가장 큰 차이는 '안전성'이라고 했다. 그는 "물론 듀피젠트가 효과도 빨리 나타나지만 의사 입장에서 안전성 걱정 없이 동반질환을 고려하지 않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고 말했다.

2형 염증은 결절성 양진을 비롯해 아토피, 천식, 만성 비부비동염 등을 일으킨다. 제2형 염증의 대표적인 면역 사이토카인이 IL-4와 IL-13이며 두 지표를 차단하는 약제가 듀피젠트다.

안 교수는 "결절성 양진 환자는 피부 밑 신경이 발달하면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물질이 생기고, 가려움증을 악화하기도 한다. 이때 IL-4와 IL-13이 신경 뉴런에 붙어서 이 신경이 더 자라게 하거나 가려움을 유발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했다.

그는 "듀피젠트는 IL-4와 IL-13을 공통으로 표적해서 차단하는데 실질적으로 가려움이 줄어 결절도 개선되고 환자 상태도 좋아지면서 선순환 치료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IL-4는 2형 염증을 유지하는데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듀피젠트가 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IL-4와 IL-13이 결절성 양진에 미치는 영향을 좀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우선, 감각뉴런은 가려움증 자극원에 대한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피부는 섬유화와 반흔을 촉진, 피부 장벽 형성과 무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발현을 감소시킨다.

이때 IL-4는 제 2형 염증 반응의 주요 상위 조절(Upstream modulator)자로 IL-4, IL-13, IL-31의 조절장애 분비를 일으키는 반응 순환(Feedback loop)을 촉진한다. 듀피젠트를 투약하면 IL-4와 IL-13을 막음으로써 피부 장벽 기능과 가려움-긁기를 개선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PRIME·PRIME2  연구, 24주차 가려움·결절 확인 

듀피젠트 투여 효과를 PRIME(151명), PRIME2(160명) 임상에서 확인했다. PRIME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24주 째 WI-NRS(최대 가려움증) 점수가 기저 시점 대비 4점 이상 개선된 환자 비율이었고, 2차 변수는 IGA-PN-S(결절성 양진 중증도 평가) 점수가 0 또는 1(결절 5개 이하로 정의)인 환자 비율 그리고 24주 째 WI-NRS와 IGA-PN-S가 모두 개선된 환자 비율이었다. 

PRIM2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12주 째 WI-NRS 점수가 기저 시점 대비 4점 이상 개선된 환자 비율이었고 2차 변수는 IGA-PN-S 점수가 0 또는 1(결절 5개 이하로 정의)인 환자 비율 그리고 24주 째 WI-NRS와 IGA-PN-S가 모두 개선된 환자 비율이었다. 

PRIME 연구에서는 듀피젠트 75명, 위약군 76명을 배정했고 PRIME2에서는 듀피젠트 78명, 위약군 82명을 배정했다. 

PRIME, PRIME2 연구 복합 분석 결과 듀피젠트 투약군에서 24주 시점에 위약군과 비교해 3배 더 많은 환자에서 가려움 개선을 보였다. PRIME에서 12주 시점에 WI-NRS 4점 이상 개선한 비율을 보면 듀피젠트는 44%, 위약군 15.8%였다. 24주에는 듀피젠트 60%, 위약군 18.4%였다.

PRIME2에서 12주 시점에 WI-NRS 4점 이상 개선한 비율을 보면 듀피젠트는 37.2%, 위약군 22%였다. 24주에는 듀피젠트 57.7%, 위약군 19.5%였다. 

두 연구를 보면 듀피젠트 투약군이 위약군 보다 24주 시점에 확실한 가려움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는 결론을 알 수 있다.

평균 가려움증 개선 시점도 듀피젠트가 더 빨랐다. PRIME에서 평균 가려움증 개선 시점은 3주부터로 빨랐고 이는 24주까지 지속됐다. 비율도 듀피젠트 48%, 위약 22%로 2배 높았다. PRIME2에서도 3주 시점부터 가려움증 개선이 시작돼 24주 시점에는 평균 59%의 개선이 확인됐고, 위약은 36%였다. 

듀피젠트
듀피젠트

 

가려움증 개선과 결절 제거의 복합 평가변수에서도 듀피젠트는 의미 있는 효과를 보였다. PRIME에서 24주 째 WI-NRS 4점 이상 개선과 IGA PN-S 점수가 0 또는 1에 도달한 환자 비율을 보면 듀피젠트 39%, 위약 9%로 4배나 차이가 났다. PRIME2에서도 24주 째 32%가 가려움증과 결절 제거 개선을 보였다.

또한 동반질환과 관계 없이도 가려움증과 결절 제거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PRIME 연구에서 24주 시점 WI-NRS 4점 이상 개선 환자 비율을 보면, 아토피성 결절성 양진 환자에서 듀피젠트 63.5%, 위약 14.3%로 차이가 컸다. 아토피성이 없는 환자에서도 듀피젠트 57.1%, 위약 20.8%를 기록했다. 

PRIME2에서는 듀피젠트 투여 시 아토피 동반 환자 52.9%가 WI-NRS 4점 이상 개선을 보였고, 아토피가 없어도 61.4%의 개선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아토피 환자를 많이 보던 의료진 중에는 동반질환으로 결절성 양진이 있는 경우 듀피젠트를 처방,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이 경우 급여가 가능하지만 결절성 양진만 단독 진단받은 경우는 비급여를 써야 한다. 경제적 문제에도 효과가 좋기에 처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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