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국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CRE)에 감염됐을 때 사용 가능한 항생제는 단 하나, 화이자가 개발한 자비쎄프타(세프타지딤/아비박탐) 뿐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CRE 감염이 빠르게 늘면서 사망률이 높아지자 유일한 치료 옵션인 자비쎄프타의 급여화 시점이 중요해지고 있다.

18일 팜뉴스 취재 결과, 작년 국내 CRE 감염 환자와 병원체 보유자 수가 3만548건으로 2018년 1만1954건 대비 2.6배 증가했다. 

감염 건수도 2019년 1만5369건에서 2021년 2만3311건으로 50%나 늘면서 CRE 감염 치료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커졌다. 특히 면역력 저하자, 요양병원 장기 입원자 등 원내 시설에서 감염과 사망률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CRE 감염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항생제 자비쎄프타가 희망으로 불리고 있다. CRE는 최후의 항생제 보루로 알려진 카바페넴계 마저 내성을 보이고 있어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만한 치료제는 자비쎄프타 외에는 현재로선 전무하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19년부터 공중 보건에 대한 CRE 감염 위험을 인정해 '시급한 위협(Urgent threat)'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CRE 감염 환자 22명 중 11명이 3개월 이내 사망해 55%에 달하는 사망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2명 중 1명(54.3%)이 혈액을 통한 CRE 감염으로 사망했다.

▶미국 대비 항생제 도입 30% 수준...항생제 신약 도입에 적극나서는 해외 국가

자비쎄프타는 2022년 12월 국내 허가를 받아 이듬해 7월 출시, 처방이 가능해졌다. 지난 2017년 이후 5년 만에 국내 허가가 이뤄진 그람음성균 항균제다. 카바페넴 내성 환자를 비롯해 다제내성 그람음성균 감염증에서 사용 가능한 '넓은 항균 치료 범위(스펙트럼)'이 강점이다. 

항생제 진료 현장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환자 절반은 원인균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치료 초기 의료진 경험에 따라 항생제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 넓은 치료 범위를 가진 자비쎄프타는 이점이 크다.

기존 치료제보다 넓은 항균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 카바페넴 내성균을 포함한 중증 다제내성균 감염증 1차 치료제는 물론 기존 약물을 대체할 수 있고 그람음성 병원균에서 광범위한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아직 급여로 사용할 수 없다. 국내 허가 9개월 만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이례적인 속도로 통과하며 중요성을 인정받았지만, 약가 협상이 남아있다. 치료 접근성 확대를 위해 신속한 급여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해 항생제 신약 도입이 미비하다. 2019년 국회 발간 정책토론회 자료를 보면, 미국이 허가한 항생제 신약 13개 중 7개를 대상으로 국내 임상(2000~2019년 7월 기준)을 진행했지만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제품은 단 4개에 그쳤다.

CRE 감염이 높은 사망률로 심각한 문제된 지 오래지만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는 매우 제한적이며, 높지 않은 효과를 가진 항생제와 이상반응 등 한계점을 가진 기존 치료제를 쓸 수 밖에 없다. 

국내 CRE 감염 치료 옵션 중 하나인 콜리스틴은 항균 효과를 확인한 1990년대부터 최후의 다제내성균 치료제로 사용해왔지만 이상반응 등 한계와 내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의료전문가들이 "임상 현장에서 항생제 신약을 사용할 수 있게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는 이유다.

항생제 신약 연구 개발은 쉽지 않은 데다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해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야다. 전세계적으로 항생제 신약이 출시되지 않고 부족한 것은 한국에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외에서는 항생제 신약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다.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것은 영국이다. 영국은 항생제 신약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사용량과 상관없이 제약사가 연간 정액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의 새로운 모델을 적용했다. 작년 7월 자비쎄프타를 포함한 항생제 2개의 계약을 새로 맺었다.

CRE감염처럼 대부분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는 신약으로 하는 치료와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의료전문가들은 "항생제는 사용 빈도가 적다고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다. 환자에게 치명적인 항생제 내성은 1년에 단 한 번을 쓰더라도 환자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자비쎄프타는 현재 글로벌 가이드라인 권고하는 표준치료로, 미국 감염내과학회(Infectious Diseases Society of America, IDSA) 2022년 가이드라인에서 CRE 또는 치료가 어려운 녹농균(DTR-PAE) 다제내성 그람음성균 감염에 자비쎄프타를 권고했으며, 유럽 임상미생물학·감염질환학회(ESCMID)도 같은 해 중증 CRE 감염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 권고했다.

RECLAIM, RECAPTURE, REPRISE, REPROVE 연구 등 총 4개의 다국적 3상 연구를 통해 복잡성 복강내 감염, 복잡성 요로감염,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 등을 포함한 원내감염 성인 폐렴 환자 대상으로 표준치료제 대비 비열등성과 유사한 안전성을 확인했다.

CRE 감염 환자와 면역저하자가 포함된 리얼 월드(Real world) 연구에서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했다. 복잡성 복강내 감염(cIAI)에서 자비쎄프타의 치료 성공률은 64.4%, 신우신염을 포함한 복잡성 요로 감염(cUTI)에서 88.3%, 인공호흡기 관련 폐렴(VAP)을 포함한 원내감염 폐렴(HAP)에서 68.4%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진행한 RWE 연구(6개 센터)는 중증 복잡성 복강내 감염 치료를 받은 성인 환자에서 자비쎄프타를 사용 시 임상적 치료 실패율(Clinical failure rate)은 13.2%(5명), 30일 사이 사망률(30-day mortality rate)은 5.3%(2명)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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