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갑진년 새해부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를 중심으로 '빅딜'이 연이어 성사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산업을 뛰어넘는 협력 관계 구축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의 핵심인 신약개발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글로벌 진출 및 경영 전문화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화학·에너지·건설 및 엔지니어링을 주력 분야로 삼고 있는 OCI 그룹과 제약바이오 선두주자 한미약품 그룹이 양 그룹 간 통합을 위한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OCI 그룹은 자산총액 12.3조, 재계 서열 38위의 대기업이다.

OCI홀딩스는 총 7703억원을 투자해 한미사이언스 측의 지분 27.0%(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을 취득하고, 한미사이언스는 임주현 사장 등 주요 주주들이 OCI홀딩스의 지분 10.4%를 확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OCI홀딩스와 한미사이언스는 '통합 지주회사'로 전환되며 OCI홀딩스 이우현 회장과 한미사이언스 임주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아 공동경영을 하게 된다. 또한 OCI홀딩스는 각 그룹별 대표이사와 사내 이사를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OCI홀딩스의 2023년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은 약 2조원, 영업이익은 4700억원이며 코스피에서 시가총액(1월 18일 기준)은 1조 8901억원, OCI가 7206억원이다.

또한 한미사이언스의 지난해 3분기 누계 매출은 약 9200억원, 영업이익 940억원을 기록했고 코스피 시가총액은 3조 3474억원, 4조 1518억원 수준이다.

이로부터 불과 3일 후인 15일에는 제과업을 주력으로 하는 오리온 그룹이 바이오 회사 레고켐바이오를 5500억원을 들여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오리온은 자회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Pan Orion Corp. Limited)을 통해 인수를 진행한다.

먼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796만3283주(1주당 5만 9000원)를 배정받고 레고켐바이오의 창업주인 김용주 대표 및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140만주(1주당 5만 6186원)을 매입해 총 936만 3283주를 확보한다. 이를 통해 오리온은 전체 지분의 25% 이상을 갖는 최대주주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산업 간의 벽을 뛰어넘는 '빅딜(Big deal)'이 당장에는 주가 밸류에이션의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한미약품과 OCI홀딩스와의 합작회사 설립, 레고켐바이오에 대한 오리온 그룹의 대규모 지분 투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전환점'이 될 것이며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한다는 것.

유진투자증권 권해순 애널리스트는 "오는 2025년은 국내에서 개발한 신약들의 '글로벌 상업화'가 시작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은 제3성장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전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으로 진입하는 시기에 맞춰 신약개발 투자 규모도 글로벌 수준으로 확대되며 사업 경영에 있어 전문성도 강화되고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최근 국내 대표 제약사 및 바이오 기업이 대기업들과 지분투자를 통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우선 한미약품 그룹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통합 지주사를 통해 운영되나 제약바이오 사업 부문은 한미사이언스가 경영을 유지한다. 각자대표 하에 공동경영이 이뤄지지만, 한미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약바이오 영역에서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OCI 그룹이 지난 2022년에 지분투자를 통해 최대주주로 오른 부광약품과의 시너지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부광약품은 항암제와 중추신경계 약물을 중심으로 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성하고 있다. 항암제는 모든 치료 영역 중에서 가장 높은 시장 비중을 갖고 있으며 중추신경계 약물은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 많아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높고 미래가치가 큰 분야이다.

한미약품은 주로 비만·대사, 항암제, 희귀질환 영역에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어 이번 통합을 계기로 신약개발 연구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오리온 그룹의 레고켐바이오 인수합병을 살펴보면, 앞서 한미의 사례와 유사하게 연구개발(R&D) 측면에서 새로운 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권 애널리스트는 "레고켐바이오는 올해 다수의 유망한 파이프라인들의 전임상 및 글로벌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번 유상증자 등을 통해 레고켐바이오가 글로벌 제약사 수준의 연구개발 투자금을 확보했다는 점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고 전했다.

분석에 따르면 레고켐바이오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현금 2200억원과 지난해 말 존슨앤드존슨에서 ADC 후보물질 'LCB84'를 기술수출하며 확보한 계약금 1300억원이 있다.

여기에 향후 3년 안에 추가적으로 예상되는 마일스톤 2600억원과 추가로 4700억원의 투자금을 더하면 약 1조원을 상회하는 연구개발 투자금을 확보한다는 전망이다.

레고켐바이오의 경영권을 기존 경영진이 유지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타 산업과는 달리 제약바이오 회사 운영은 신약 개발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레고켐바이오 김용주 대표는 "수년 전부터 레고켐바이오의 독자경영을 존중하면서 신약연구개발이 가진 'high-risk, high-return' 속성을 이해하며 20% 이상의 지분을 가질 장기적이며 우호적인 전략적 파트너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협상과정을 통해 오리온이 저희가 찾던 최적의 전략적 파트너란 확신을 갖게 됐다"라며 "발 빠른 글로벌시장 진출 등의 전략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해 온 오리온 그룹은 바이오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레고켐바이오가 지난 18년 동안 걸어온 길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여줬다"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저는 제 평생을 '오직 신약 밖에 없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다"라며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레고켐바이오가 ADC 분야 Global Top Player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