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보통 국제기구와 관련된 성과가 나오면 이곳저곳에서 대문자 영어 키워드가 난무한다. 국제기구가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정부가 국제기구의 인정을 받은 것이 얼마나 뛰어난 성과인지를 주목하는 보도가 쏟아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성과를 기억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대부분 '쾌거' 또는 '낭보'같은 미사여구들이 가득한 소식만 접하고, 정작 성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보도를 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약 업계는 더욱 그렇다. 워낙 내용이 전문적이기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조차 성과의 의미 일부만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성과를 활용해서 전략을 짜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시작은 창대하지만 끝은 미약한, '국제기구 성과'의 역설이다. 

식약처가 이번에 등재에 성공한 'WLA'도 다르지 않다. 대단한 성과는 맞는 것 같지만 '총론'만 있을 뿐 '각론'을 파악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들이 WLA 소식을 접할 때마다 무심한 표정을 짓는 배경이다.

하지만 14일 김부선 동국대 교수의 '국제입찰 시장 진출 전략 웨비나(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 발표는 가뭄 같은 업계 분위기에 단비를 뿌렸다. WLA가 제약사들에게 장밋빛 미래가 될 수 있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팜뉴스가 김 교수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한다.

# 우리나라는 얼마나 잘한 걸까 

저는 식약처가 WLA 등재를 추진할 때부터 관여를 했다. 2020년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많이 도왔고 특히 식약처 내부의 갭(차이) 분석과 영문화 작업에 대한 지원을 해왔다. 스스로 "WLA에 대해 산업계 입장에서 가장 많이 알고 있다"라고 자부하는 이유다. 규제 당국이 설명하는 것이 맞지만 저도 지원을 했다는 점을 발표에 앞서 말씀드리고 싶었다. 

WLA는 2021년 11월 신청했고 최종적으로 지난 10월 등재에 성공했다. WLA를 위해 사용된 GPT는 일종의 평가 툴로 총 9개 영역의 268개 지표로 평가한다. 규제 시스템, 시판 허가, 약물 감시 등에 대해 평가하고 최저는 1등급이고 최고는 4등급으로 '성숙도'라는 이름으로 평가한다. 

일단 9개의 모든 영역에서 3등급 이상을 받아야만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4등급이 80%이상이어야 적합이다. 사실상, 9개 영역 전체에서 성숙도 4등급 이상을 받아야 패스가 가능하다. WLA 평가대상은 의약품, 백신, 혈액제제, 의료기기 분야에서 의약품과 백신만 등재 대상으로 정한 상태다. 이번에 우리나라, 싱가폴, 스위스가 동시에 등재됐지만 엄연히 다르다. 우리는 백신, 의약품에 모두 등재됐고 싱가폴, 스위스는 의약품 영역만 등재됐다.

김부선 교수 웨비나 발표모습1
김부선 교수 웨비나 발표모습1

# SRA가 있는데 도대체 WLA를 왜 만들었을까

ICH 회원국 중심의 SRA 제도가 있다. 2015년 이전 ICH 가입국을 보통 참조국이라고 하는데 미국, 캐나다와 대부분 유럽 국가다. GMP 영역의 선진국들이 많다.

SRA 국가는 많은 혜택이 있다. 의약품 시장의 세계화에 따라 공급망이 복잡해지고 규제 당국의 허가 심사 트렌드가 바뀌고 있지만 적어도 참조국에 대해 자료 면제, 심사기간 단축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ICH에 등록됐지만 2016년 가입이기 때문에 SRA 등재국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긴급한 상황이 도래했다. WHO는 코로나19백신과 케미컬 드럭(합성 의약품) 제품을 원할히 공급하기 위해 대안이 필요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새로운 우수 규제기관이 증가하는데, 이런 국가들이 SRA에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는 한계 때문에 WLA 제도를 통해 우수 규제기관들을 많이 확보해야겠다고 결정했다.

여기서 "당장 SRA 등재국과 WLA 등재국이 어떻게 공존할 것이냐" 이런 의문이 들수 있다. 그러나SRA 국가도 이제는 5년 내에 WHO 평가를 받아서 WLA에 등재돼야 한다. 5년 내 등재되지 않은 SRA 국가는 탈락한다. 5년 동안은 SRA와 WLA 병행해서 가지만 5년 후에는 WLA만 남는다.

김부선 교수 웨비나 발표모습2
김부선 교수 웨비나 발표모습2

# 업계가 체감 가능한 혜택, 도대체 혜택이 뭘까

업계 입장에서는 "WLA가 등재된다면 직접적으로 우리 업계에게 주어진 Benefit(이점)이 뭘까"라는 의문도 생길 수 있다. 먼저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WLA는 새로운(NEW) 시스템이다. WHO가 구체적인 이점을 문서로 공표하지 않았지만 동남아 또는 중남미는 SRA 등재국을 참조국으로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SRA는 최우선이고 그 다음이 PIC/S와 ICH 가입국이다. 우리나라는 기존  PIC/S와 ICH 가입국이었기 때문에 혜택을 못 받았지만 이번 WLA로 0순위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더구나 WHO 가스파 국장이 지난달 20일 한국에 방문했을 당시 "WLA 국가를 대상으로 패스트 트랙 절차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스파 국장은 "중동과 동남아가 SRA 우선권 부여 등 여러 혜택을 주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국가간의 협력을 통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강석연 의약품안전국장도 "우리 식약처도 국가 간의 MOU 협약을 통해서 더욱 유리한 조건으로 WLA 국가라는 점을 어필하고 우선 순위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가 간 MOU가 중요한 이유다. 식약처와 정부가 MOU를 추진할 때 WLA를 근거로 심사 면제, 절차 간소화 등 "사전에 백신과 의약품을 심사할 때 어떤 혜택을 주겠다"고 협의해야 한다. 이같은 노력이 이어진다면 업계가 WLA 혜택을 체감하기 시작할 것이다. 

한편 팜뉴스는 WLA와 WHO-PQ의 관계성에 관한 김부선 교수의 조언을 후속으로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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