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마약 범죄는 은밀한 형태로 진행된다. 발각이 되더라도 발뺌하기 일쑤다. 기술 발달로 증거도 남지 않아서 구매자를 추적해 유통책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강력반 형사들이 명백한 증거를 찾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이유다. 

약국 현장은 또 다른 의미로 치열하다. 약사들이 수없이 밀려 들어오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매순간 복약 지도를 한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온갖 원성을 듣는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 위해 약사들이 매순간 약을 탐구하고 공부하는 배경이다. 

얼핏 보면 두 직업 사이에 공통점은 없어 보이지만 적어도 '마약류' 영역에서는 다르다. 마약도 마'약'이기 때문에 약사는 마약의 실체 파악에 유리하고, 형사는 현장에서 범죄를 부딪힌 경험을 바탕으로 마약 중독자의 습성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약사와 형사는 마약 중독자의 건보 적용 정책을 어떻게 생각할까. 팜뉴스는 지난 6일 보도된 "마약 중독 건보 적용을 둘러싼 '엇갈린 시선'"의 후속으로 약사와 형사의 목소리를 전한다. 익명을 전제로 밝힌 이들의 소신을 아래와 같이 문답식으로 구성했다. 

문: 강력반 생활을 상당히 오래하셨는데 마약 범죄자를 잡은 경험이 있는가. 

형사: 뉴스에 나오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최근 젊은 사람들이 경기도 인근에 음식점을 빌려 음악을 틀어놓고 파티를 했다. 클럽처럼 꾸며놓고 운영하는데 그중 파티 참여자 중 한 사람이 대마를 가지고 있다는 첩보를 듣고 현장을 덮쳤다. 실제로 잡아보니 대마를 들고 있었다. '다른 마약은 없느냐"고 물어보니까, 계속 없다고 했다. 

그래서 차를 뒤졌는데 졸음 깨는 껌 통 안에서 엑스터시 두 알이 나왔다. 다른 껌이랑 섞어서 엑스터시를 숨긴 것이다. 보통 차 안을 뒤진다고 해도 껌 안 까지 잘 보지 않는데, 혹시 몰라서 찾아봤더니 통 바닥에 깔려 있었다. 예전에는 그런 식으로 파티를 하면서 마약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확실히 늘어났다. 

문: 이전보다 늘어났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형사: 일단 구하기가 쉽다. 텔레그램 '던지기 수법'으로 많이 구매를 하는데 채팅을 삭제해버리면 그만이라서 증거도 남지 않아 수사가 어렵다. 복구를 해도 힘들고 영장을 집행해도 텔레그램 측에서 회신이 온다는 보장도 없다. 음식점 클럽에서 찾아낸 건 겨우 한명이었지만 음지에서는 더욱 많을 것이다. 

문: 마약 중독자를 만난 경험이 많다고 들었다. 정부가 마약 중독자에 대해 건강보험을 지원한다고 결정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형사: 소위 말해서 'X'하는 애들은 계속 한다. 이들은 보통 돈 있는 사람들이다. 유명 연예인이 언론에 조명되는 경우가 많지만 부유층도 많다. 일단 마약을 지속적으로 하려면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난한 사람들도 현실 도피를 위해 마약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고 중독자들은 대부분 부유층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지원해주는 것이 현실성이 있을까. 경제적으로 아쉬울 것이 없는데 이들에게 건강보험 재정을 털어 중독 치료를 굳이 해야 하나 싶다. 

더구나 기본적으로 중독 치료는 재범을 하지 않겠다는 반성이 수반돼야 하는데 마약 범죄의 특성상 그 반성 의사를 믿을 수가 없다. 소득에 상관없이 누구나 지원해주면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것이다. 

문: 학계에서는 마약 범죄가 심각하기 때문에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형사: 물론 예방은 상당히 중요하다. 마약에 대한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기 때문에 법이 범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증거를 제시해도 초범이라면 풀어줘서 더욱 문제다. 하지만 마약 중독 치료가 확실히 효과가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제가 만난 범죄자들은 중독의 양상도 전부 다르고 재범률도 상당한데 정부가 지원한다고 치료가 될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은 이유다. 

문: 경찰과 시민들은 마약 중독 치료에 대한 건보 적용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전하고 있다. 약사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약사: 치료나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의료서비스는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것이 맞다. 마약 중독자도 어떤 이유에서든 건보료를 내는 국민이다. 중독자 치료나 예방 목적 지원 반대는 중독자로 인한 피해를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 기본으로 지원해야 한다.

문: 건강보험 재정이 더욱 절실하고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약사: 미국은 마약 중독 치료가 전부 무료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정도로 심각하게 느낀다. 미국의 마약 중독 문제가 팬데믹 수준까지 도달한 경로들이 있는데 한국이라고 경로들을 안 밟을 이유가 없다. 특히 한국은 의료인의 마약류 처방에 대해 관용적인 사회다. 의사가 어떤 처방해도 그 의사의 선택이지 잘못된 처방했다고 의사를 처벌하지 않는다.

이런 사회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남용할 수 있는 요인이 많다. 미국은 처음에 옥시코돈이란 마약성 진통제를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마약 중독 환자 급증의 불씨가 됐는데 우리도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다보면 그렇게 될 수 있다.  

문: 아직 우리나라가 마약류 진통제를 오남용하는 정도까지 도달하지 않았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약사: 언제 어떻게 심각하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이 핵심이다. 건강보험은 질병 치료나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기금이다. 마약을 하는 사람들은 정신질환 또는 2차 질병에 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우려가 높기 때문에 치료하는 것이 질병 치료의 목적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건강보험이라는 큰 틀의 지원이 맞는 방향이다. 

마약 중독자를 그대로 두면 이들은 병원에 갈 수밖에 없다. 마약 중독에 의한 부작용 또는 정신질환 등 또 다른 질병을 이유로 말이다. 말 그대로 병원비가 더 나올 수 있다. 이런 영역은 지원을 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문제의 원천인 마약 중독 문제에 건보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문: 마지막 질문이다. 마약 중독자의 대부분은 부유층과 유명 연예인이기 때문에 지원이 불필요하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약사: 언론이 마약을 투약한 연예인과 유명인들을 굉장히 문란하거나 나쁜 행동을 한 사람으로 몰아간다. 하지만 마약 중독은 누구나 걸리는 질병이다. 부유층이나 연예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가족 또는 친구 등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미국처럼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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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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