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폭탄의 뇌관을 건드린 모양새다. 내년부터 마약 중독자의 재활 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이후 국민 여론이 '펄펄' 끓고 있기 때문이다. 쾌락을 위해 마약에 손을 댔는데, 중독 치료에 '내가 낸 보험료를 내야 하느냐"는 목소리다.

중증 희귀 질환에 대한 건보 적용이 우선이란 지적도 들린다. 건강보험 재정이 희귀 질환 치료에 제대로 쓰이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 마약 중독자를 위한 재원 활용은 어불성설이란 뜻이다.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마약 중독도 질병이라는 관점에서 국가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대형 커뮤니티 온라인 게시판과 각종 댓글창에서 복지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이처럼 의견이 분분한 상황에서, 팜뉴스는 이번 이슈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성을 느꼈다. 

먼저 취재진은 마약 전문가와 일반 국민의 목소리를 들었다. 마약 사건을 다룬 경험이 있는 경찰과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의견도 구했다. 

향후 공론장을 열기 위한 차원에서, 익명을 전제로 밝힌 이들의 소신을 좌담식으로 아래와 같이 구성했다. 최종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게티
게티

사회자(최선재 기자): 지난달 28일 복지부가 제2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보호 대상자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하는 내용을 의결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직장인 A: 마약 범죄가 늘고 있기 때문에 중독자들에 대한 치료는 어느 정도 찬성한다. 하지만 우선 순위가 잘못됐다. 유명 연예인이 마약을 해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마약 범죄 경력을 가졌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버젓이 방송에 나온다. 마약 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이상, 건보 적용을 해서는 안 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약대 교수 B: 그렇지 않다. 오히려 A씨와 같은 사람들의 인식이 마약 중독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는 원인 중의 하나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매년 마약 중독을 '물질 사용 장애' 범주에 넣어서 질병군으로 분류한 뒤 막대한 예산으로 마약 중독자를 치료한다. 우리 역시 마약 중독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치료 보호 대상자에 대한 건보 적용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자: 앞서 A 씨의 지적처럼, 마약 중독 치료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어차피 마약 투약은 유명 연예인과 부유층의 전유물이기 때문에 전 국민이 납입하는 건보료로 이들을 치료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일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여론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약대 교수 B: 강력한 처벌만으로 마약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의 아들과 같은 상황이 없어야 할 것이다. 남 지사의 아들은 필로폰 상습 투약이 발각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마약을 했고 결국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 설사 다른 나라처럼 사형으로 다스린다고 해도 중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죽을 때까지 마약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치료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처벌 강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처벌보다 우선적으로 중독 치료에 대한 국가 예산 투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마약 문제는 이제 유명 연예인이나 재벌 3세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 진입으로 마약을 구입할 수 있는 재정적인 여력을 갖추면서 쉽고 확실한 방법으로 너도나도 마약을 투약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멈추기 위한 첫 단추가 중독자에 대한 건보 적용이다. 

직장인 A: 하지만 "일부 중독 치료자에 대한 건보 적용이 시의적절한가" 저는 이렇게 묻고 싶다. 적어도 국가 전체의 재정, 그것도 내 지갑을 열어 내는 돈으로 중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복지부는 국민적인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마약 중독자에 대한 건보 적용을 결정했다. 만약 중국이나 싱가폴처럼 마약사범에 대한 엄벌이 우선이었다면 두 손 들어 환영했을 것이다. 그게 우선이다. 

사회자 : "그렇다면 실제로 사건 현장에서 체감하는 마약 범죄의 심각성은 어떨까" 이런 의문도 든다. 실제로 형사 C 씨와 변호사 D 씨는 '형사 사건'을 다루는 영역의 전문가로서, 이번 건보 적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형사 C: 요즘 마약 사범 범죄 신고가 상당히 많다. 의심 신고건도 마찬가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팔에 여지 없이 주사자국이 있다. 과거보다 늘어난 것은 확실한데 마약 전과자들이 대부분이다. '한 놈이 하고 또 한다'는 뜻이다. 이런 사람들까지 중독 치료를 해야 하는가. 일선 경찰로서 복지부의 건보 적용 정책 의도를 도저히 모르겠다. 

변호사 D: 마약 사건 관련해서 상담을 해오거나 실제로 사건 의뢰를 해오는 사람들이 늘었다. 친구 검사에게 물어봐도 마약 사범이 정말 많다고 한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초범도 상당히 많은데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 때문에 더욱 늘어났다. 우리나라가 IT 환경이 너무 발달해서 텔레그램으로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세상이 됐다.

우리도 미국처럼 될 수 있다. 펜타닐 천국으로 돌변해 좀비 거리가 생기는 상황 말이다. 적어도 기소 유예를 받는 사람 등을 대상으로 치료에 대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라도 건보 적용으로 국가가 지원해준다면 마약이 퍼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국가적인 재정 투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자 :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마약 중독자'는 범죄자인가, 치료가 필요한 환자인가. 

약대 교수 B: 스트레스를 받으면 누구나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올 수 있다. 그런 정신질환에 대해 국가는 건보 재정을 동원해서 치료를 해주고 있다. 같은 이치로, 마약 중독자들도 처음부터 마약 중독 상황에 스스로 들어가는 사람은 없다. 중독을 끊지 못하는 것은 정신질환이고 유전적으로 중독에 취약한 사람들도 있다. 마약 중독자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다. 오로지 범죄자로 보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시각이다.

형사 C: 술도 매일 마시면 중독이 되고 담배도 못 끊으면 문제가 생긴다. 건강보험으로 알콜 중독 또는 금연 치료제를 보조해주는 이유다. 하지만 마약은 엄연히 불법이고 양지보다는 불특정 소수들의 '그들만의 리그'에서 유통하고 투약된다. 자발적으로 투약을 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는 마약 사범이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변호사 D: 어느 하나의 관점으로 마약 중독자들을 규정할 수 없다. 다만 마약 중독 문제가 이제 전방위적으로 퍼진 상황이다. 피부과 의사들이 시술 도중 프로포폴을 처방 중이고 의료용 마약도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따라서 마약 사범이라는, 무조건적으로 잘못됐다는 관점으로 몰아 낙인을 찍는다면 마약 공화국의 거대한 흐름을 결코 끊어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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