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필두로 신약 개발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유한양행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운 글로벌 임상 전략을 공개했다. 기존에 구사하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얀센과 파트너십을 통해 단계별 핵심 포인트를 학습해 내재화한 것이다. 

유한양행의 임효영 임상의학본부장은 지난 9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개최된 '2023 헬스케어 이노베이션'에서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 전략>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팜뉴스가 임 본부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 초기물질 발굴 → 전임상/초기임상 진행 → 라이선스 아웃 

유한양행의 핵심 역량(Core capability)은 전임상 및 초기임상 단계를 수행하는 능력에 있다. 때문에 연구개발(R&D)에 있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Open innovation strategy)'을 구사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나 바이오벤처 기업, 학계에서 연구 중인 유망한 초기물질을 도입하거나 자체 개발을 통해 후보물질을 확보한 후에, 자사의 핵심 역량을 투입해 전임상과 초기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해당 물질의 가치를 높이고 치료제로서의 잠재력을 구체화해 과제의 진행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이후 후기 개발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License-out)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주요 파이프라인 현황을 보면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렉라자(레이저티닙)은 제노스코와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협업을 하고 있으며,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후보물질 'YH25724'는 베링거인겔하임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다수의 유망한 초기물질들을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개발 중에 있다. 

# 2015년에 도입, 2018년 기술수출한 레이저티닙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지난 2015년에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로부터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도입했다. 이후 핵심 역량을 집중시켜 공정 개발과 물질 최적화, 전임상 및 초기 임상시험을 진행해 레이저티닙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집중했다. 

이로부터 3년 뒤인 2018년에는 다국적제약사 얀센과 1조 40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주목할 점은 얀센과의 기술수출이 레이저티닙 개발에 있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이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얀센과 유한양행이 추구하는 개발 전략이 상이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점으로 인해 충돌이 발생하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했다.
 

# 몸으로 부딪혀 가며 배운 5가지 교훈 

레이저티닙을 개발하면서 정립된 5가지 전략이 있다. 바로 ▲Window opportunity ▲Unmet medical needs ▲Paradigm shift ▲Patient's benefit ▲Strong partnership이다. 

사실 이 전략들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설정한 것들은 아니고 글로벌 임상시험을 수행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직접 깨닫고 내재화 시킨 내용들이다.

먼저 첫번째인 'Window opportunity'이다. 기회라는 것은 순식간에 찾아왔다가 사라지는 속성을 가진 만큼,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임상3상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타그리소가 아직 허가받지 않았거나 급여권에 포함되지 않은 곳들을 분석해 13개국 100여개 기관에서 다국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다음으로는 타겟으로 하고 있는 비소세포폐암에서 'Unmet medical needs'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정확한 임상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에 집중했다. 

기존 치료제가 갖고 있는 한계점 중 하나인 뇌전이에서의 효과와 경쟁약물 대비 더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에 맞는 임상3상 시험을 설계(Design)했다. 

세번째는 얀센으로부터 배운 'Paradigm shift'이다. 신약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1등을 빠르게 쫓아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기존 폐암 치료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돌파구(Breakthrough)가 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해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치료제를 개발하는 근본적인 목적을 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신약 개발을 하다보면 매 순간마다 다양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가치를 'Patient's benefit'에 염두해 둬야 한다. 

마지막 요소는 'Strong partnership'이다. 신약 개발을 결코 혼자서 할 수 없다. 최초로 물질을 발견한 제노스코부터 유한양행, 얀센, 의료기관의 연구진과 종사자들 그리고 환자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관여하게 되는데, 이러한 모든 과정 속에서 'Strong partnership'을 구축해 모두와 함께 성장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 번데기에서 탈피해 나비를 꿈꾸다…'MARIPOSA' 임상 순항 중

스페인어로 나비라는 뜻을 갖고 있는 MARIPOSA는 유한양행과 얀센의 합작품인 '레이저티닙+아미반타납' 병용요법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글로벌 임상3상 시험의 이름이다.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3)에서 연세대학교 조병철 교수가 MARIPOSA 연구의 1차 주요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국소 진행·전이성 EGFR 엑손19번 결손과 L858R 치환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레이저티닙(상표명: 렉라자)과 아미반타납(상표명: 리브리반트) 병용 투여 시 오시머티닙(상표명: 타그리소) 대비 질병 진행과 사망위험을 30% 감소시켰다. 

또한 레이저티닙+아미반타납은 추적관찰기간 중앙값 22개월 시점에 1차 주요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23.7개월로 타그리소의 16.6개월 대비 7.1개월의 차이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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