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국내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해도 해외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면 R&D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할 수 없다. 이는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므로 별도 기금을 마련하거나 선별급여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왔다. 환자 부담은 늘지만 접근성을 높이고, 제약사 입장에서 적정 약가를 보장받으며 정부는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강희성 대웅제약 대외협력실장
강희성 대웅제약 대외협력실장

강희성 대웅제약 대외협력실장은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건강보험 약제비 지출 현황 및 합리화 방안 토론회'에서 의약품 연구개발과 판매 사업 구조를 가진 전형적 형태의 국내 제약사 입장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강 실장은 국산 신약도 해외 시장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며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국내에서 받는 약가가 상당히 중요한데, 한국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 해외에서 먼저 판매하는 사례가 나오는 것은 상대적으로 국내 약가가 높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했다.

강 실장은 "앞으로도 낮은 약가로 해외에서 우선 발매를 고려하는 신약이 몇 개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것들 때문에라도 한국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환자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사례 중 하나로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를 들었다. 국내 제약사들이 그간 제네릭 중심에서 신약 개발로 체질 전환을 시도하면서 신약을 만들고 있지만 대부분 만성질환 약제에 집중돼 있어 희귀질환, 항암 신약으로 넘어갈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유는 명백하게 개발 비용을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강 실장은 유한양행이 자체적인 렉라자 3상 개발을 포기하고 다국적제약사 얀센과 손잡은 것은 막대한 임상 비용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정부가 국내 제약사가 희귀질환, 항암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약가 우대 등  투자 확대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하나의 방법으로 해결법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신약 접근성과 건보 재정 지속 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다각적 방안으로 고려해 보건 지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예로 해외 제약선진국인 이탈리아·영국처럼 공동 출자를 통한 별도 기금 마련과 의료 전달 체계를 효율화 해야 하며, 신포괄수가제 같은 지불 제도를 개편하고 실손보험 관련 보장성 축소를 현실적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강 실장은 국내 의약품 중에서도 항암제, 희귀질환 신약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산정특례제도 본인 부담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선별급여 적용 시 본인 부담 5%(항암제), 10%(희귀질환치료제)로 책정된 제도가 과거에 시행돼 현실적인 괴리감을 가진다고 주장한 것이다.

강 실장은 "정부는 혁신의료기기, 혁신의료기술에 선별기준을 적용하면서 보장성과 접근성을 강화하면서 보험 재정을 관리하고 있다. 최근 AI 진단이나 디지털 불면증 인지장애 치료제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본인부담률 90%를 적용하거나 비급여를 적용할 것인지 양자 택일 옵션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실장은 "희귀질환, 항암제 같은 의약품은 일단 등재되고 나서 산정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지만 최초 급여 등재 시 선별급여가 불가능하다"며 제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약품 선별급여 시 본인부담금 비율을 달리 한다면 제약사와 정부는 부담이 줄어들고 환자는 신약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약가가 100원이고 본인부담률이 5% 항암 신약인 경우 현재 정부(보험자)가 지는 부담은 95원이다. 그런데 신약의 최대 적정 가치를 30% 늘려 약가를 120원으로 측정한다고 해도 선별급여 본인부담률을 30%로 높인다면 정부는 95원이 아닌 84원을 지출하면 돼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급여 등재를 신청하는 제약사 입장에서 약가 100원 또는 선별급여로 120원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는 혜택으로 코리아 패싱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 실장은 "환자 부담이 올라가는 단점은 있지만 전액 비급여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보다는 개선된 방법이다.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며 이제는 정부가 이런 방안을 각계 전문가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