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약제 급여 적정성 재평가'가 태풍을 몰고온 가운데, 제약사들이 이의신청 절차를 준비 중이다. 심평원의 결과 통보 이후 30일 이내로 이의신청을 하면 급여권 퇴출을 모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이 '패자부활' 기회를 주는 셈이다.

실제로 고덱스 등 일부 약제들은 1차로 급여 퇴출 통보를 받았지만 이의신청 절차를 통해 부활했다. 보건 당국에 임상적 유용성을 다시 한번 어필한 뒤 급여권 사수에 성공한 이후 위기를 돌파해왔다는 뜻이다. 업계 입장에서 '이의신청'이란 패자부활 제도가 중요한 배경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해외약가 비교 재평가'에서 패자부활의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점이다. 약제 급여 적정성 재평가에서는 제약사들이 이의신청 기회를 얻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뜻이다. 

이는 법무법인 세종 헬스케어팀이 지난 22일 주최한 '해외약가 비교재평가 현황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언급한 대목이다. 특히 김성태 변호사는 업계가 해외약가 비교 재평가에 대비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물론 이의신청을 통한 권리 구제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발표 내용을 짚어봤다.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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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해외 약가 비교 재평가'는 2019년 발표된 제1차 국민건강종합계획에 포함된 내용이다. 그해 12월 심평원이 "의약품 사후 평가 기준 및 방법 마련을 위한 공정회"를 열어서 계획을 설명했다. 당시 '성과기반'과 '재정기반'을 토대로 재평가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약제 급여 적정성 재평가는 성과(문헌) 기반, 재외국 가격 비교 약제 재평가가 재정기반 사후 평가다. 

재외국 가격을 비교해서 약제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하겠다는 얘기다. 그 이후 2021년까지 잠잠해서 '혹시 안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올해 외국 조정 가격 산출 국가 확대를 위한 워킹그룹이 가동됐다.

산출 대상 7개국(A7)에 호주와 캐나다도 넣겠다고 논의가 진행됐지만 업계 저항이 상당해서 호주는 제외됐고 캐나다만 추가됐다. (A8에 캐나다 추가) 이때만 해도 "경평면제 요건으로만 쓰겠지"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지난 3월 정부가 "외국 약가 참조 기준을 토대로, 해외 참조 재평가를 위한 평가방안 마련 및 연차별 추진계획 수립하겠다"고 이실직고했다. 올해 복지부는 하반기 재평가 기준을 확정한 뒤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내년에 시행할 계획이다.

# 재평가 시계 빨라진다, '워킹 그룹' 작동 

일단 올해 4/4분기 안에 워킹 그룹이 가동될 전망이다. 10~12월인데 12월에는 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10월과 11월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이후 제도가 설계되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건정심에 보고하고 계획이 확정될 것이다. 

그 이후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을 개정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고시를 개정하는 것이 정석이기 때문이다.

고시를 개정하는데 예고기간은 통상 2개월 정도 소요된다. 재평가 약제 목록 공고 이후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자료를 내라는 절차가 이어진다. 

이의신청 절차를 밟으면 3개월이 추가로 소요된다고 보면. 최종적인 결과물이 나와서 약제 급여 목록표상 상한금액 인하 개정 고시가 나오는 시기는 내년 3/4분기 정도로 예상된다.

물론 일정을 정확히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통상적인 프로세스를 염두하면 대략 이렇다는 뜻이다. 

# 재평가 형태? 기본 구조 단순, 이의신청 '무의미'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해외 약가 비교 재평가의 최종 형태가 무엇이 되었든, 약제 급여 적정성 평가보다는 훨씬 단순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약제 급여 적정성 재평가에선 문헌을 따로 검토하면서 "SCI급인데 왜 아니라고 하는가" 등의 다툴 것이 많았다. 

해외 약가 비교 재평가는 구조가 단순하다. "비교대상인 외국의 약가는 얼마이고 이것보다 저렴한가, 비싼가"라는 기준으로 단순 비교가 될 것이다. 제약사들이 이의신청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개별 품목별 또는 성분별로 "해당 약제의 해외 약가가 잘못 산출됐다"라는 식의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이런 점 외에 이의신청 단계에서 권리구제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이의신청 앞 단계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재평가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대목이다. 

# 행정법 '사전' 권리구제 'Best', 제도 설계 과정 목소리 높여야 

마지막으로 행정법의 특징에 대해 첨언을 드리겠다. 민형사와 달리 행정법은 권리구제를 굉장히 중요하게 다룬다. 사전적인 권리구제와 사후적 권리구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전 사후를 나누는 기준점은 명확하다. 처분 전이면 사전이고 처분 후면 사후다. 

처분이 떨어지면 이미 일은 벌어진 것이고 사후다. 사후에 할 수 있는 건 행정심판과 소송밖에 없다. 이를 묶어서 쟁송이라고 하는데 싸우는 것이다. 싸우고 다퉈서 쟁취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전 권리구제를 받는 것이다. 처분 나오기 전에 처분이 나오지 않도록 하거나 처분이 나오더라도 굉장히 약화된 형태로 받는 방법이다. 처분을 받더라도 감경을 최대한 받거나 처분 사유가 없다고 주장해서 그게 관철되면 처분이 안 나오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는 '정부가 제도를 디자인하는 단계'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고시 개정 이후 60일간의 예고기간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추석 이후에 더욱 활발한 논의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10월~11월 워킹그룹이 작동하는 시점이 중요하다. 올해 안에 기준을 확정하고 내년에 진짜로 시행한다면 남아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한편 팜뉴스는 '해외약가 비교 재평가' 전망과 대응 방안에 대해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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