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가브스 특허 분쟁'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2017년 7월 제네릭사들이 오리지널사인 노바티스를 상대로 물질특허 존속기간 연장 무효 심판을 청구한 이후 심결과 판결을 반복했다.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파기 환송 이후에도 치열한 전투를 거듭 중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번 분쟁이 대법원을 거치면서 인상적인 판례를 남겼다는 점이다. 제약 업계가 특허 존속기간 연장 관련 전략을 세울 때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판례가 생겼다는 뜻이다. 

해당 판례는 존속기간을 연장할 때 특허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장정수 필앤온지(특허법인) 변리사를 통해 대법원 판례(2022허3533)의 '숨은 일인치'를 짚어봤다.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구체적인 사건 개요 생략)

게티
게티

'의약품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 제도'는 의약품·농약 허가 등에 장기간(임상시험 및 품목허가 검토기간)이 소요되어 발생하는 '특허권 불실시 기간'을 최대 5년의 기간 내에서 연장해 보상하는 개념이다.

특허청 고시에 따르면 '불실시 기간(실시할 수 없었던 기간)'은 '식약처장의 승인을 얻은 임상 기간'과 '식약처에 소요된 허가신청 관련 서류 검토기간'을 합산한 기간을 뜻한다. 

허가신청~허가 사이에 서류보완명령을 받는 기간은 연장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출원인(특허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에 의해 소요된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특허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를 인정하는 기준은 뭘까. 여기서 핵심은 '상당 인과관계"다. 

장 변리사는 최근 열린 "의약품 허가 특허 연계 제도(실무 교육)" 행사 당시 "무조건 잘못이 있다고 해서 취소된 것이 아니라 그 잘못이 특허 연장 기간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어야 한다. 무효라고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장 변리사 배포자료 캡처
장 변리사 배포자료 캡처

장 변리사는 '가브스 특허 분쟁' 관련 대법원 판결을 주목했다.(그림1 참조)

2017년 당시 제네릭사들은 노바티스를 상대로 연장된 특허 존속기간 '187일'이 무효라는 취지로 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기간이 무효로 결론나면 제네릭 출시 시점이 187일만큼 당겨질 수 있단 이유에서다. 

장 변리사는 "특허권자(오리지널사)가 존속기간 연장 등록 신청을 할 때 스스로 책임있는 사유라고 생각해서 보완 52일하고 보완 2일을 제외하고 연장 등록 출원을 했다. 사실 이점은 큰 이슈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요한 키워드는 '기간1'(132일)"이라며 "대법원이 기간1에 대해 노바티스의 책임을 부정하면서 제기한 근거가 매우 중요하다. 식약처에서 여러 심사를 진행할 때 그중 하나의 심사만 진행돼도 특허권자와 상당인과 관계가 없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당시 노바티스의 DMF 신고서 제출 일자는 2006년 5월 19일이었다. 임상 종료 일시인 2006년 1월 6일부터 신고서 제출일까지 소요된 기간1(132일)이 품목 허가 지연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제네릭사 주장이었다. 신고서를 빨리 제출했다면 허가 일정이 밀리지 않았을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장 변리사는 "하지만 식약처의 안유(안전성, 유효성) 심사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게 핵심"이라며 특허권자가 DMF 신청을 늦게 하거나 지체해도 안유심사가 진행 중이었다면 허가가 빨라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귀책사유로 볼 수 없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장 변리사가 대법원 판결을 다시 소환한 이유는 뭘까. 

장 변리사는 22일 팜뉴스 측에 "보통 제약사들이 품목 허가를 취득하는 입장에서는 체계적으로 한번에 들어가서 DMF, 기시(의약품등 기준 및 시험방법), 안유 심사를 동시에 받는 것이 좋다"며 "허가 기간을 단축하면 하루라도 시판일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특허 존속기간 연장 등록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반대다"며 "DMF를 신청하고 기시를 하고 천천히 안유심사가 진행되면 특허권은 5년 정도 연장된다. 품목 허가를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있다면 연장 기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약사들은 보통 품목허가를 1순위, 특허는 2순위다.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면 대법원 판례에 따라 존속기간 연장에 유리하도록 허가 트랙을 밟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 변리사는 "명백히 잘못한 것과 억울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며 "DMF 등록 과정에서 보완 등의 귀책사유가 명확해서 안유심사에 영향을 끼쳤다면,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지만 식약처 허가 트랙의 일부분이 문제 없이 진행 중이라면 설사 다른 트랙에서 보완이 나와도 그것은 특허권자의 책임이라고 볼 수 없다. 특허권을 지닌 제약사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취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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