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열린 대한폐암학회 국제학술대회에 다국적제약사들이 각각의 표적치료젤 홍보 부스를 마련해 참가했다. 사진 상단 왼쪽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암젠 루마크라스, 릴리 레테브모, 로슈 가브레토, 노바티스 타브렉타 홍보부스.
2022년 11월 열린 대한폐암학회 국제학술대회에 다국적제약사들이 각각의 표적치료젤 홍보 부스를 마련해 참가했다. 사진 상단 왼쪽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암젠 루마크라스, 릴리 레테브모, 로슈 가브레토, 노바티스 타브렉타 홍보부스.

[팜뉴스=김민건 기자] 국내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RET 변이 융합 표적치료제가 미국에선 정식 허가를 받고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에 쓰이게 됐다.

9일(현지 시각) 미국식품의약국(이하 FDA)은 전이성 RET 융합 양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에서 가브레토(프랄세티닙) 사용을 정식 승인했다.

가브레토는 앞서 2020년 9월 4일 FDA로부터 ARROW(NCT03037385) 연구에 참여한 환자 114명의 초기 전체반응률(ORR)과 반응지속기간(DOR)을 근거로 가속승인을 받았다. 

그 이후 123명의 반응지속기간을 평가한 25개월 추적관찰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RET 융합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237명에서 효능을 입증, 최종적인 정식 승인을 받아냈다.

ARROW 임상의 주요 1차 평가변수는 맹검독립평가위원회(Blinded Independent Review Committee, BIRC)가 평가한 전체반응률(ORR)과 반응지속기간(DOR)이었다. FDA는 해당 임상의 결과가 RET 변이 환자에서 임상적 혜택을 준다고 판단했다.

가브레토는 ARROW 임상에서 이전에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 107명(1차 투여 시)을 대상으로 전체반응률 78%를 보였으며 이러한 효과는 반응지속기간 중앙값 13.4개월로 나타났다. 반응은 최소 9.4개월에서 최대 23.1개월 지속돼 약 1년에서 2년으로 확인됐다. 

가브레토는 앞서 백금기반 화학요법을 받은 130명의 환자(2차 투여 시)에서도 전체반응률 63%, 반응지속기간 중앙값 38.8개월을 보였다. 최소 반응 기간은 14.8개월이었다. 

임상에서 확인한 가장 흔한 부작용(≥ 25%)은 근골격 통증, 변비, 고혈압, 설사, 피로, 부종, 발열 및 기침이었다. FDA의 최종 승인에 따라 경구제인 가브레토 권장 용량은 1일 1회 400mg이며 공복 상태(복용 전 2시간 이상, 복용 후 1시간 이상)에서 복용해야 한다.

국내에서 길 잃은 가브레토, 환자 치료에는 악영향?

미국에서 정식 승인을 받은 가브레토이지만 국내에서는 여러 문제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RET 융합 유전 변이는 그간 치료 옵션이 없었던 분야다. RET 유전자 변이는 암을 유발하는 주요 인자로 이전에는 RET 변이가 있는지 조차 알기 힘들었고, 안다고 해도 적절한 치료제가 없어 부작용이 큰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해야 했다.

로슈 가브레토
로슈 가브레토

RET 표적치료가 가능해진 것은 로슈 가브레토와 릴리 레테브모(셀퍼카티닙)가 등장하면서다.  다만 가브레토와 레테브모 모두 국내 허가돼 있지만 급여 사용이 가능한 신약은 전무하다.

가브레토는 올해 6월 14일 열린 제4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에서 ▶전신요법을  필요로 하는 RET 변이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갑상선 수질암 성인 치료 ▶RET 융합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치료에 '급여기준 미설정'을 받았다. 

뒤이은 7월 8일 열린 제7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도 급여 적정성에 대해 '비급여' 결정을 받으면서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RET 표적치료제는 1개로 줄게 됐다.

현재 로슈가 가브레토 급여 재신청을 할 가능성은 없다. 가브레토 원개발사는 블루프린트로 로슈는 전세계 판매권을 가져와 국내 급여 신청을 하던 입장이었다. 두 기업이 내년 2월까지만 가브레토 파트너십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올해 말 공동 판권 계약이 종료된다. 당분간 한국에서 상업화 동력을 잃고 떠돌 수밖에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악영향은 RET 변이 표적치료제를 사용해야 하는 의료진과 환자에게 돌아가게 됐다. RET 변이를 가진 폐암 환자는 뇌 전이 확률이 25%로 일반 폐암 환자보다 8~10% 보다 높으며, RET 변이 폐암 4기는 뇌전이 경험 확률이 46%에 달한다. 

이러한 뇌 전이 확률은 ALK 변이와 비슷하다. 로슈는 ARROW 임상에서 보인 뇌 전이 치료 효과를 강조해 왔다. 기존 백금기반 화학요법으로 치료하고 반응 측정이 가능한 뇌전이 환자 9명에서 두개강 내 객관적반응률(ORR) 66.7%로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두개강 내 객관적반응률 60% 이상을 보인 치료제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가브레토는 경구제로 환자들에게 치료 옵션을 넓혀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 치료제다. 비급여 결정과 판권 반환에 따라 향후 시판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RET 변이 표적치료제는?

RET 유전자 변이가 처음 알려진 것은 1985년이다. RET 유전자는 정상 기관을 만들고 신경, 신경 내분비, 남성 생식 세포 등 여러 조직을 유지하는데 필요하다. 세포질 내에서 세포막을 관통, 세포 외로 돌출된 전형적인 막의 수용기 구조를 가지며 세포질 내 부위에는 성장인자 신호를 활성화시켜 전달하는데 필요한 티로신 키나아제 영역(Tyrosine Kinase Domain)이 있다. 

그러나 RET 융합(fusion),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 등이 생기면 RET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돼 암을 발생시킨다. KIF5B-RET이 50~70%이며 CCDC6, NCOA4 등이 RET과 융합해 변이를 일으킨다.

가장 빈번한 유전자 이상이 점 돌연변이로 DNA 한 개 염기가 다른 염기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염색체 재배열의 한 형태로 염색체 양 끝이 잘리고 손상된 양끝이 서로 융합하는 것은 유전자 융합이다. 

RET 변이는 폐암을 비롯해 유방암, 대장암, 식도암, 갑상선암, 난소암 등에서 RET 변이가 확인된다. RET 바이오마커를 확인한 결과 비소세포폐암에서는 RET 점 변이보다 RET 융합이 더 많다.

RET 융합 유병률은 비소세포폐암에서 2~6%이며 갑상선 유두암은 적게는 6.8% 많게는 40%다. RET 점 돌연변이는 산발성 갑상선 수질암(40~50%), 생식세포 갑상선 수질암(98%)에서 나타난다.

RET이라는 바이오마커를 발견했기에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한 RET 융합, RET 점 유전 변이 폐암·갑상선암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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