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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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민건 기자] 국민청원으로 힘을 모으고, 전세계 최저가 가격을 제시한 전이성 유방암 표적치료제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국내 급여 등재 첫 관문을 넘었다.

전이성 유방암에서 혁신적인 생존 기간을 기록하는 치료제를 약가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3년 제3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를 열어 엔허투 등 암 환자에게 사용하는 약제 급여 기준을 심의했다.

심의에서 암질심은 엔허투 국내 허가 적응증인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를 토대로 '이전에 항 HER2 기반 요법을 투여 받은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급여 기준을 설정하기로 했다.

이 외에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위, 위식도접합부 선암종 치료(이전에 항 HER2 치료를 포함해 2개 이상 요법을 투여 받은 경우)'도 기준을 설정했다.

엔허투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항체 약물 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로, 전이성 유방암 환자 절반을 차지하는 HER2 양성과 저발현 환자에서 효과로 기대를 받았다. 2020년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임상데이터는 기립박수를 받을 정도였다.

당시 청원인 나모 씨는 "신약 엔허투가 기존 항암제와 비교해 질병 진행과 사망 위험을 72%까지 낮추는 기염을 토했고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기립박수를 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신속허가대상으로 지정된 지 1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허가가 나지 않아 투약이 요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청원이 올라오면서 국민 5만 명이 참여, 한 달 뒤인 9월 19일 식약처 허가가 나왔다.

하지만, 해외에서 놀라운 임상 결과를 발표한 엔허투가 암질심을 통과하기까지 국민적 응원과 노력이 필요했다. 2021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속승인을 지정받았지만 1년이 넘도록 허가 소식이 없어 많은 유방암 환자와 가족들의 애를 태웠다. 

작년 8월 국민청원을 올린 A씨는 팜뉴스에 "담당의가 정식 수입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했다. 집을 팔아 비급여 상태라도 빨리 쓰고 싶어 꼭 급여가 되지 않아도 쓸 수 있게 청원을 올린 것"이라고 당시 절박한 상황을 말했다. 이 청원은 5만 명이 참여하며 국민적 공감을 얻음으로써 작년 12월 엔허투 허가가 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올해 2월 건강보험 급여 승인을 원하는 국민청원도 이어졌다. 이 청원 또한 5만 명을 달성, 환자와 보호자들의 노력이 엔허투에 대한 국민적 관심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냈다.

엔허투
엔허투

5만 명이 참여한 국민청원이 연속해서 요건을 달성했지만 암질심은 냉혹했다. 지난 2월 제2차 암질심에서 추가 임상 자료, 전문가 자문 등 급여 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자료를 요구하며 '재논의' 결정을 내렸다. 쉽지 않은 급여 등재가 예상됐다. 엔허투 1회 투약비는 750~900만원(3~4바이알 투약 기준)으로 급여 적용 없이는 쉽게 사용할 수 없다.

2차 암질심 결과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이이찌산쿄가 세계 최저가 약가를 제시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세계 판매 중인 엔허투 약가에서 최저가를 내고, 추가적인 RSA 부담을 지기로 하는 등 보완 자료를 낸 것이다.

여기에 국민청원을 통해 국회 보건복지위 안건으로 올라온 '엔허투 건강보험 승인 촉구 청원'에 대해 복지위가 "급여에 속도를 내달라"며 관심 사항임을 주지시켰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제약사의 최저가 가격 제시가 암질심을 통과하는 힘이 될 수 있었다. 다만, 엔허투가 최종적으로 급여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남은 과정이 많다. 앞으로 ▲심평원 경제성평가소위원회(이하 경평소위),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에서 급여 적정성을 평가받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을 거쳐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심의에서 최종 급여 결정을 해야 한다.

다이이찌산쿄는 팜뉴스에 "엔허투 급여를 기다리는 환자와 가족들 염원에 크게 공감한다. 암질실 통과로 약제 접근성 향상에 한걸음 다가가 기쁘다. 기존 치료 실패 후 대안이 없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위, 위식도접합부 선암종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를 받도록 보건 당국과 협의를 적극 이어나가겠다"고 전했다.

▶유방암 패러다임 바꾼다는 엔허투 효능·효과는?

엔허투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서 환자 생존율을 전례 없이 높은 수준으로 높이며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으로 평가된다.

엔허투는 국내 급여를 신청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에서 표준치료제인 캐싸일라(T-DM1)와 직접 비교(Head-to-Head)를 통해 생존 기간 개선을 입증했다. 캐싸일라는 표적치료제 허셉틴(트라스투주맙)에 세포독성항암제 DM1을 결합한 1세대 ADC(항체약물접합체)다. 

해당 연구는 DESTINY-Breast03 임상 3상으로 앞서 1회 이상 치료 경험을 있는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연구 결과 1차 평가변수(독립적중앙맹검)인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에서 엔허투 28.8개월, 캐싸일라 6.8개월로 22개월 연장 결과를 냈으며, 2차 변수(연구자평가)도 엔허투 mPFS 40.5개월, 캐싸일라 25.7개월로 격차가 있었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두 군 모두 도달하지 않았다. 2년을 초과하는 mPFS와 유의미한 생존 기간 개선으로 차세대 ADC로써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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