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대한약학회와 같은 학회에서 시상하는 상들은 대부분 학계에서 많은 성과를 이뤄낸 석학이나 저명한 학자들의 업적과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의 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생긴 '미래약학우수논문상'은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은 약학자들을 격려하는 뜻에서 주는 상인 것 같다.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더 좋은 성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팜뉴스=김응민 기자] 최근 성황리에 개최된 2023 대한약학회 춘계국제학술대회에서 '제1회 미래약학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신진 약학자들이 밝힌 수상 소감이다. 올해 초, 대한약학회는 후학 양성을 위해 '미래약학기금'을 조성하고 이번 학술대회에서 젊은 약학 연구자들의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새로운 상을 만들었다.

미래약학 우수논문상은 대학원생과 박사 후 연구원(Post-doctoral researcher, 포스닥) 등이 최근 2년간(2021~2023년) 국제학술지(SCIE)에 게재 또는 게재 승인된 우수 논문의 제1저자인 회원을 대상으로 ▲약물학 ▲생명약학 ▲임상/사회약학 ▲제약/산업약학 4개의 분야에서 부문당 1명씩 수상자를 선정했다.

이번에 수상하게 된 수상자들은 성균관대 약대 노윤하 박사(지도교수 신주영), 서울대 약대 박진원 석박통합과정(지도교수 김대덕), 연세대 약대 이송민 박사과정(지도교수 김영수), 서울대 약대 조윤근 석박통합과정(지도교수 이윤희) 학생이다.

팜뉴스가 이들 수상자들을 만나 각자의 연구분야와 수상 소감, 앞으로의 포부 등을 들어봤다. (성균관대 노윤하 박사는 해외 일정으로 온라인 교신)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 본인 및 이번에 수상한 연구논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노윤하 박사(이하 노윤하): 성균관대 약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밟고 있으며 지도교수는 신주영 교수님이다. 수상 논문은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게재된 '산모와 신생아의 위산분비억제제 사용과 어린이 알레르기 질환 발생 위험(Prenatal and Infant Exposure to Acid-Suppressive Medications and Risk of Allergic Diseases in Children)'이다.

조윤근 학생(이하 조윤근): 서울대 약대에서 이윤희 지도교수님 연구실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진행 중에 있다. 이번에 상을 받게 된 논문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에 발표된 ' 지방세포 TMEM86A의 지질대사 효소활성 검증 및 에너지대사 조절 기전(Adipocyte lysoplasmalogenase TMEM86A regulates plasmalogen homeostasis and protein kinase A-dependent energy metabolism)'이다.

박진원 학생(이하 박진원): 저도 서울대 약대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으며 지도교수님은 김대덕 교수님이다. 제 논문이 실린 저널은 재료공학분야 국제학술지인 Advanced Materials이며 제목은 '자가면역뇌척수염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면역허용원 나노백신(Tolerogenic Nanovaccine for Prevention and Treatment of autoimmune encephalomyelitis)'이다.

이송민 학생(이하 이송민): 연세대 약대에서 김영수 교수님의 지도 아래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제 연구논문도 앞서의 박진원 학생과 마찬가지로 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연구 주제는 ' 항체를 생성해 아밀로이드 베타응집체를 제거하고 아밀로이드 베타 특이적인 조절 T세포 유도를 통해 뇌신경 염증을 억제하는 면역허용원 나노백신(A Therapeutic Nanovaccine that Generates Anti-Amyloid Antibodies and Amyloid-specific Regulatory T Cells for Alzheimer's disease)'이다.
 

사진. 서울대 약대 조윤근 석박통합과정
사진. 서울대 약대 조윤근 석박통합과정

# 수상하게 된 연구 논문의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노윤하: 국내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산모와 신생아의 위산분비억제제 사용과 어린이 알레르기 질환 발생 위험 간의 상관관계를 정량적으로 평가한 연구이다.

위산분비억제제는 위식도역류질환, 위염 등 위장질환을 치료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지만,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변화시켜 면역력에 영향을 주거나 위산이 부족하면 음식의 단백질이 제대로 분해되지 못한 채 흡수돼 알레르기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에 활용된 위산분비억제제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와 H2 차단제이다.

연구 결과, 산모가 위산억제제를 복용하는 것은 어린이의 알레르기 질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신생아 시기에 복용한 위산억제제는 알레르기 질환 발생 위험을 약간 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러한 결과가 약물 사용에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며, 빅데이터를 활용해 약물과 질환 간의 연관성을 규명한 것에 그 의의가 있다.

조윤근: 우리 몸은 지방질을 얻게(intake) 되면 지방세포에 저장하게 되는데 만약 지방세포가 이를 정상적으로 저장하지 못할 때에는 혈관이나 간, 근육, 심장 등 다른 장기에 지방을 축적하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다양한 대사질환이 발생하게 되는데 지방세포가 정상적으로 지방을 저장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소비 메커니즘을 늘려준다면 이를 통해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는 원리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지방세포에서(lipid) 리모델링에 관여하는 새로운 표적 단백질의 역할을 밝혀냈. 표적 단백질 조절을 통해 지방세포 내에 지질 조성이 바뀌게 되면 지방세포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향후 치료제로서 개발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사진. 서울대 약대 박진원 석박통합과정
사진. 서울대 약대 박진원 석박통합과정

박진원: 제가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약물전달체계에 대한 내용이며 이번에는 나노 백신에 관한 논문이었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항체 및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증강시켜 특정 바이러스로부터 인체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번에 소개한 치료전략은 항원특이적으로 면역반응을 억제해 선택적으로 면역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내용이다.

기존 자가면역질환은 경구 형태로 억제제를 투입하면 전신에 면역저하반응이 일어나 기회감염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제가 연구한 것은 인체의 면역체계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기전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다발성경화증이라는 신경계 면역질환을 동물실험으로 진행했는데, 미리 백신을 투여한 실험군에서는 발병이 억제되고 증상이 조절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플랫폼 개발을 통해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에 적용하거나 적응증 확대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송민: 저희 랩(Lab, 실험실)은 알츠하이머를 연구하는데, 알츠하이머는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물질이 축적되면서 발병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직접 합성해서 어떤 메커니즘이 발생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이번 논문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료에 있어 문제점이라고 여겨졌던 과도한 면역반응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으며, 특히 기존에 사용됐던 항체신약 대비 비용적인 부담은 낮추면서 더 높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을 발표했다.
 

사진. 연세대 약대 이송민 박사과정
사진. 연세대 약대 이송민 박사과정

# 수상하게 된 소감과 앞으로의 포부를 듣고 싶다

조윤근: 다른 무엇보다 '제1회' 미래약학 우수논문상 수상이라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대한약학회라는 국내 최고의 학회에서 이런 상을 준 것에 대해 감사하며,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라는 격려 차원에서 준 것이라 여기고 보다 좋은 연구로 보답할 생각이다.

박진원: 이제 막 처음 연구를 시작한 학생들에게 주는 상이라서 의미가 남달랐다. 여태까지의 상들은 기존의 성과를 치하하고 업적을 인정하는데 그 의미가 있었는데, 이번 상은 격려의 의미가 가장 컸던 것 같다.

사실 저와 같은 학생들은 대외적으로 내세울 만한 성과라고 하면 '학위' 정도가 사실상 전부이다. 그런데 대한약학회가 이렇게 직접 나서서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주는 것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 지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이송민: 알츠하이머라는 질환 자체가 이제 막 치료제가 처음 승인 받기 시작한 분야로, 아직도 갈 길이 너무나도 먼 상황이다. 대학원에서 알츠하이머를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누군가 치매에 걸려 고생한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앞으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매우 중요하고 막중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미래약학이라는 명칭이 붙은 상을 대한약학회에서 수상하게 되니, 약학계 선배들이 초심을 잃지 말고 앞으로 더욱 학문에 정진하라고 다독여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박사과정이 거의 막바지에 접어 들면서 앞으로의 진로나 다른 여러가지 것들을 고민하면서 조금 지쳐 있던 시기였다. 이번에 받은 상의 의미를 되새기며 훌륭한 약학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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