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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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응민 기자] GC녹십자의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가 희귀의약품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러시아, 알제리 등 세계 각국에서 점유율을 늘리며 이제는 회사의 실적을 견인하는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실제로 GC녹십자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1조 71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GC셀 등 연결 대상 자회사들의 매출 증대와 함께 처방의약품 부문에서 헌터라제의 매출이 30% 이상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희귀의약품 시장에서 GC녹십자를 대한민국 '국가대표 제약사'라 지칭할 수 있는 배경이다. 팜뉴스(약사신문)이 헌터라제를 중심으로 녹십자가 희귀의약품 분야에서 현재까지 이뤄낸 성과들과 주요 내용들을 정리해봤다.

헌터증후군(Hunter syndrome)은 '2형 뮤코다당증'이라고도 불리며 남아 10~15만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출생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만 2~4세부터 골격 이상과 지능 저하, 대사 장애 등 각종 증상들이 발현되며 심할 경우에는 15살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기도 한다. 국내에는 약 70~80명 가량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순수 국내 기술만으로 탄생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지난 2012년, GC녹십자는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 개발에 성공했다.

헌터라제는 순수 국내 기술을 통해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탄생한 치료제다. 정제된 IDS 효소를 정맥 투여해 헌터증후군 증상을 개선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기존에는 사노피의 '엘라프라제'가 유일한 치료제였지만 헌터라제가 등장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특히 기존 수입 제품보다 약 20% 가까이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는 까닭에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치료 환경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 GC녹십자 '헌터라제'
사진. GC녹십자 '헌터라제'

# 중국에서 '최초'로 헌터증후군 치료제 품목허가 획득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해 둔 GC녹십자는 2013년부터 아시아 및 중동 지역에 수출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지난 2020년 9월에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시판허가를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중국 및 중화권 지역에서 허가된 첫번째 헌터증후군 치료제다.

중국에서의 시판허가가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헌터증후군 발생 비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중화권 국가 중 하나인 대만에서는 약 5~9만명 중 1명꼴로 헌터증후군 환자가 발생하며, 인구 수 대비 유병률로 비춰봤을 때 중국 내 환자 수는 대략 3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또한 중국은 지난 2018년에 '희귀질환 관리 목록'을 제정했는데 여기에 헌터증후군이 포함돼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의 헌터라제 품목 허가는 중국 내 헌터증후군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환경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며 "아직 중국 내 약가가 정해지지 않아 정확한 시장 규모의 예측은 어렵지만, 중국 헌터증후군 치료제 시장은 국내의 10배 이상으로 추산된다"라고 설명했다.
 

표. GC녹십자 헌터라제 매출 현황(2018~2022년)
표. GC녹십자 헌터라제 매출 현황(2018~2022년)

# 기존 한계 개선한 '뇌실 투여' 방식으로 日 시장 '입성' 성공

이뿐만이 아니다. GC녹십자는 기존 정맥주사 방식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제형을 통해 일본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일본 후생노동성(MHLW)은 2021년 1월에 세계 최초 '뇌실 투여' 방식의 헌터라제 ICV(IntraCerebral injection)에 대한 품목허가를 승인했다.

뇌실 투여는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중증환자 치료법으로, 기존 정맥주사(IV, Intravenous Injection) 제형 약물이 뇌혈관장벽(BBB, Blood Brain Barrier)을 투과하지 못해 중추신경계에 도달하지 못하는 점을 개선한 방식이다.

특히 일본에서 진행한 헌터라제ICV 임상시험에서 중증 헌터증후군 환자의 중추신경손상을 일으키는 핵심 물질인 '헤파란황산(Heparan sulfate)'을 크게 감소시키는 결과를 확인하며 효과성을 입증했다.

GC녹십자 측은 "전체 헌터증후군 환자 중 70% 가량은 중추신경손상을 동반한다"라며 "일본 시장에서의 승인은 '미충족 수요(unmet needs)'에 대한 치료 옵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로써 GC녹십자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정맥주사 제형과 뇌실 투여 제형의 헌터증후군 치료제를 모두 보유한 기업이 됐다"라고 밝혔다.

GC녹십자 CI [제공=GC녹십자]
GC녹십자 CI [제공=GC녹십자]

# 희귀질환 분야에 대한 투자와 성공, GC녹십자의 '전략적 선택'

흥미로운 점은 GC녹십자의 이러한 성과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는 격'이 아닌, 희귀질환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도출한 '전략적 선택'이 이끌어 낸 결과라는 분석이다.

희귀의약품 시장은 퍼스트인 클래스(First-in-Class) 약물 개발 시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이 어렵고 국가별 희귀의약품 개발에 대한 지원책이 다수 존재해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다.

실제로 미 FDA의 경우, 희귀의약품의 신속한 승인을 위해 ▲세금 감면 ▲허가신청 비용 면제 ▲동일계열 제품 중 최초 시판허가 승인 시 7년 독점권 부여 등 제약사에게 유리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최근 '희귀질환 개발 특혜 제도'를 도입하며 시장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희귀질환 국제 학술지 '오파넷(Orphanet journal of rare diseases)'에 따르면, 여타 치료제 임상시험과 비교해 희귀의약품은 약 30% 이상의 임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경제적인 약물 개발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적절한 자금을 통한 글로벌 딜(deal)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이 가장 적합한 분야로 분석된다.

높은 시장 성장률도 메리트로 작용한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번(Frost & Sullivan)에 따르면 전세계 희귀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12.7% 성장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184억 달러(약 24조 95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환자 중심주의'라는 목표 아래 전 세계 희귀질환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라며 "의료진과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치료제 공급 뿐 아니라 효과적으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교육 및 정보 제공 등의 활동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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