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전문교육원장) 
사진.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전문교육원장) 

우리나라에서 오락용으로 약제를 사용한 것은 조선시대 이전으로 중국과의 교류 과정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며, 중국과 가까운 평안도와 함경도 지역에선 중국에 판매할 목적으로 양귀비의 재배가 이뤄졌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일반 가정에서도 양귀비를 비상상비약재로 재배하였지만 양귀비가 오락용으로 확대 사용된 것은 구한말 이후로 여겨진다.

즉, 아편이 마약(Narcotics)으로 확산된 것은 구한말 이후 일제 강점기이며, 이 때 조선인구의 3-4%가 아편에 중독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총독부가 아편을 단속하는 법령을 발표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아편을 전매작물로 지정·생산하여 대만과 만주, 광동지역으로 수출함에 따라 국내 아편 사용이 증가하였다.

해방 이후 1946년 군정법령 제119호 마약단속규정(마약취체령 1946년 11월 11일)이 발표되어 보건후생부(현재 보건복지가족부)가 규제를 담당하였지만 실제 현장에 까지 그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였다. 한국전쟁은 기존 마약 사용에 더하여 부상 치료 등을 목적으로 아편류 진통제의 남용을 확대하였다. 

전후 복구가 이루어지면서 마약류 남용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1957년 4월 23일, 「마약법」이 제정되었고, 마약 이외의 습관성이 있는 의약품의 관리를 위하여 1970년 8월 7일,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이 제정되었으며, 대마초 흡연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됨에 따라 1976년 4월 7일, 「대마관리법」이 제정되었다.

세계적으로 일반인들의 마약류 남용이 확산되고 수백 종의 신종 마약류들이 출현하는 마약류 남용의 세계적 조류를 반영하여 1980년 4월 1일,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을 폐지하고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을 제정하였다.

다시 말해, 아편류와 코카인 등은 「마약법」으로, 대마는 「대마관리법」으로 그리고 기타 마약성이 있는 향정신성 약물은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으로 규제하는 다면적 체계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약물의 종류에 따라 별개의 법이 적용되면서 적용의 일관성과 형평성의 문제들이 제기되었고 이를 해소하고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2000년 1월 12일, 「마약법」과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 「대마관리법」을 통합하여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이와 관련해 세부적인 시행에 필요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과 함께 「마약류대책협의회규정」과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 관한 특례법」,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 관한 특례법」, 「마약류범죄 등의 몰수보전 등에 관한 규칙」, 「마약류중독자치료보호규정」, 「마약류보상금지급규칙」 등이 제정되어 법의 적용을 지지하고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법은 우리 모두의 행동 범위를 제시하고 통제하는 지침이므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명쾌해야 하며 가능한 사회적·과학적 통념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그 내용은 법의 집행자적 관점이 아닌 그 법을 적용받는 시민적 관점에서 정리되어야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은 '마약·향정신성의약품(向精神性醫藥品)·대마(大麻) 및 원료물질의 취급·관리를 적정하게 함으로써 그 오용 또는 남용으로 인한 보건상의 위해(危害)를 방지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함'이다.

당연히 이하 조문들도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야 한다. 제2조(정의)에선 “마약류란 마약·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를 말한다.”라고 정의되어 있고 그 자세한 내용을 표로 첨부하였다.

지면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법의 제1조와 제2조 일부를 첨부로 적시한 것은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자 함이다. 

모든 이치는 목적하는 바가 있고 그 이치의 서술은 정의에서부터 시작한다. 정의가 쉽고 명쾌하지 못하면 서술과 적용이 목적과 다르게 작동하고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본인은 전 컬럼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여 약물남용과 중독의 문제를 해결하자.”라고 전제하였다.

과학자의 눈으로 보면 이법에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들이 들어있다. 기존에 미국과 유럽은 원리에 초점을 맞추어 마약류를 분류·정의한 반면, 일본과 우리나라는 각 물질에 초점을 맞추어 분류·정의하였다.

우리의 법이 통합되는 과정에 물질중심의 분류·정의의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원리 중심의 논리가 혼합되면서 마약과 대마는 물질 중심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은 원리 중심으로 재정립되었지만 근본적 문제와 중복적 혼란은 여전하다.

그 결과 법리상 마약류와 마약은 다른 의미로 정의되었고, 대마와 향정신성의약품은 마약류이지만 마약이 아니라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국민들에게 단순하게 물어보자.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은 마약입니까? 아닙니까?” 아마도 95% 이상의 국민들은 마약이라고 답할 것이다. 법적으로 필로폰은 마약이 아니고 향정신성의약품이다.

메스미디어들도 “5000명분 필로폰 유통 마약 판매책, 필리핀서 강제송환”, “부산지역 무인택배함으로 필로폰 밀수한 마약 사범들에 중형”, “코카인은 필로폰, 헤로인과 함께 3대 마약으로 꼽힌다.” 등과 같이 필로폰을 마약으로 표현하고 있고, 당연히 일반인들은 필로폰 등을 마약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법은 필로폰이 마약류이지 마약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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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Narcotics)이란?

대한민국의 법에 따르면 “마약”은 ① 양귀비와 ② 아편, ③ 코카 입[엽], ④ 양귀비, 아편 또는 코카 잎에서 추출되는 모든 알카로이드 및 그와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 ⑤ ①∼④와 동일하게 남용되거나 해독(害毒) 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화학적 합성품, ⑥ ①∼⑤에 열거된 것을 함유하는 혼합물질이다. 즉, 아편류와 코카인류만 마약에 해당된다. 

반면 마약(narcotic)의 학술적 의미는 성질과 원리를 내포하고 있다. 학술적 정의를 보면, “Narcotic”은 그리스어 narkō(to make numb, 감각을 없애는)에서 유래한 단어로 수면을 유도하고 정신을 마비시키며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탐닉을 유도하는 물질을 의미한다.

그런 성질을 지닌 물질 중 대표적인 물질이 아편이어서 아편을 부르는 다른 용어로도 사용되었다.

브리테니커(Britannica) 백과사전에선 “Narcotic”을 Drug that produces analgesia (pain relief), narcosis (state of stupor or sleep), and addiction (physical dependence on the drug). In some people narcotics also produce euphoria (a feeling of great elation).” 으로 정의하고 있다.

웹스터(Webster) 사전에선 “Narcotic”을 “A drug (such as opium or morphine) that in moderate doses dulls the senses, relieves pain, and induces profound sleep but in excessive doses causes stupor, coma, or convulsions; A drug (such as marijuana or LSD) subject to restriction similar to that of addictive narcotics whether physiologically addictive and narcotic or not”으로 정의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Narcotic”은 아편을 지칭하기도 하였지만 특정 약리 작용(정신 마비와 진통, 다행감, 탐닉을 유발하는 작용)을 지닌 물질 즉, 특정 성질을 지닌 물질을 통칭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정의는 법리적 정의와 일부 다르게 이해되는 부분으로 일반 국민들이 혼동하거나 오해할 수 있게 하는 면이 있다.

아편류와 코카인류를 마약으로 정의한 것은 앞서 소개했던 3종의 법을 합치는 과정에서 기존의 법을 준용한다는 면에서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류로 분류한 것으로 여겨진다. 마약인 코카인류와 향정신성의약품인 암페타민류는 모두 도파민성 신경전달에 변화를 유발하여 다행감과 의존을 형성하기 때문에 약리학적 성질의 관점에서 보면 코카인류는 암페타민류와 유사하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마약사범으로 적발되는 빈도가 가장 높은 물질도 필로폰을 포함한 암페타민류이다. 사회적·보건적 위험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선 암페타민류가 위해성이 가장 높은 마약으로 판단된다. 

이런 혼란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39조(마약 사용의 금지)」에서도 볼 수 있다. 

제39조(마약 사용의 금지) 마약류취급의료업자는 마약 중독자에게 그 중독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치료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40조에 따른 치료보호기관에서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ㆍ도지사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마약을 투약하는 행위
2. 마약을 투약하기 위하여 제공하는 행위
3. 마약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전문개정 2011. 6. 7.]

법조문에 따르면 마약중독자의 치료를 위하여 마약을 처방하거나 투약,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다른 마약류 중독자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 또한, 특정 마약류에 중독된 사람들이 해당 마약류를 투약 받을 수 없으면 대체 약물을 찾게 되는데, 이법으로 그러한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외에도 법의 과학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현 법은 여러 논쟁의 소지들을 포함하고 있다. 어떤 법도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우선 “마약류=마약”으로 통일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마약청정국을 지향하는 정책의 계획과 실행과정에서 마약이란 인식과 향정신성의약품이란 인식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과학적 관점에서 보아도 향정신성의약품이 마약이란 등식은 성립할 수 없다.

다음 컬럼에서도 현 법령의 내용에 있어서 과학적·실용적 의구심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어떻든, 전문가들과 공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을 과학적·국민적 관점에서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개정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법 조문의 근거와 의미를 충실하게 설명한 안내서를 작성하는 것”도 그들의 책임이다.

*참고자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의 일부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13. 3. 23., 2016. 2. 3., 2017. 4. 18.>

1. “마약류”란 마약ㆍ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를 말한다.

2. “마약”이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가. 양귀비: 양귀비과(科)의 파파베르 솜니페룸 엘(Papaver somniferum L.), 파파베르 세티게룸 디시(Papaver setigerum DC.) 또는 파파베르 브락테아툼(Papaver bracteatum)
나. 아편: 양귀비의 액즙(液汁)이 응결(凝結)된 것과 이를 가공한 것. 다만, 의약품으로 가공한 것은 제외한다.
다. 코카 잎[엽]: 코카 관목[(灌木): 에리드록시론속(屬)의 모든 식물을 말한다]의 잎. 다만, 엑고닌ㆍ코카인 및 엑고닌 알칼로이드 성분이 모두 제거된 잎은 제외한다.
라. 양귀비, 아편 또는 코카 잎에서 추출되는 모든 알카로이드 및 그와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마. 가목부터 라목까지에 규정된 것 외에 그와 동일하게 남용되거나 해독(害毒) 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화학적 합성품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바. 가목부터 마목까지에 열거된 것을 함유하는 혼합물질 또는 혼합제제. 다만, 다른 약물이나 물질과 혼합되어 가목부터 마목까지에 열거된 것으로 다시 제조하거나 제제(製劑)할 수 없고, 그것에 의하여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총리령으로 정하는 것[이하 “한외마약”(限外麻藥)이라 한다]은 제외한다.

3. “향정신성의약품”이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가.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가 심하고 의료용으로 쓰이지 아니하며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 또는 이를 함유하는 물질
나.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가 심하고 매우 제한된 의료용으로만 쓰이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 또는 이를 함유하는 물질
다. 가목과 나목에 규정된 것보다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고 의료용으로 쓰이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그리 심하지 아니한 신체적 의존성을 일으키거나 심한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 또는 이를 함유하는 물질
라. 다목에 규정된 것보다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고 의료용으로 쓰이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다목에 규정된 것보다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킬 우려가 적은 약물 또는 이를 함유하는 물질
마. 가목부터 라목까지에 열거된 것을 함유하는 혼합물질 또는 혼합제제. 다만, 다른 약물 또는 물질과 혼합되어 가목부터 라목까지에 열거된 것으로 다시 제조하거나 제제할 수 없고, 그것에 의하여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총리령으로 정하는 것은 제외한다.

4. “대마”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대마초[칸나비스 사티바 엘(Cannabis sativa L)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종자(種子)ㆍ뿌리 및 성숙한 대마초의 줄기와 그 제품은 제외한다.
가. 대마초와 그 수지(樹脂)
나. 대마초 또는 그 수지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 모든 제품
다. 가목 또는 나목에 규정된 것과 동일한 화학적 합성품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라. 가목부터 다목까지에 규정된 것을 함유하는 혼합물질 또는 혼합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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