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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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민건 기자] 정부는 지난 2016년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National Immunization Program, NIP)에 만 12세 여아 대상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 접종을 도입했다. 작년부터는 만 13~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까지 NIP 대상을 확대했다.

최초 HPV NIP 도입 당시, 질환 유병률과 질병 부담 그리고 백신 효과성·비용 등을 검토했다. 첫 도입 이후 고위험 유전형 HPV 감염과 예방 혜택, 연령 확대에 따른 비용효과성 등을 고려해 접종 대상을 더욱 넓힌 것이다. 

최근에는 HPV 백신 접종 대상을 12세 남아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남성 HPV 질환을 대상으로 예방 효과, 공중보건학적 우선 순위, 비용효과 등을 토대로 분석 중이며 올해 상반기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올 것이란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그런데 백신은 아픈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접종한다. 경제성 평가를 따지기에 애매모호한 구석이 있다. 과연 12세 남아까지 접종을 확대하는 게 비용 대비 효과적일까. 

 HPV가 자궁경부암, 구인두암 등 질환으로 발생하는데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제약사들은 경제성 평가에서 고려하는 HPV 질병으로 인한 부담 요소에 미래 예방 효과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6일 팜뉴스는 한국MSD가 연 '국제 HPV 인식의 날 기념 미디어세션'에서 나온 HPV NIP 관련 내용을 정리했다.

NIP에 참여하는 백신을 선택할 때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어떻게 판단하며, 비용 대비 효과를 보는 경제성 분석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남녀 모두 NIP를 도입한 해외 국가는 어떤 상황인지 보도한다.

NIP에 참여하는 HPV 백신의 비용효과성 분석은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 Ratio, 점증적 비용-효과비)이라는 평가 기준을 적용한다. 백신을 접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대비 미접종한 사람에서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비교해 어떤 것이 효과적인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정부는 동일 규모의 예산으로 더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하려고 하기에 더욱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다.

그 방법 중 하나가 ICER이며, 이 기준에는 질병보정 수명(Quality-Adjusted Life Years, QALYs)이라는 판단 척도가 들어간다. 퀄리는 건강한 한 사람이 1년 동안 지내는데 필요한 비용을 구하는 척도다. 예로 한 사람이 5년간 완벽한 건강 상태로 지내는데 필요한 비용을 5퀄리(QALY)로 가정하고, 약간 아픈 상태로 5년을 보냈다면 퀄리티 웨이트(Quality weight)를 0.5 보정해 2.5퀄리로 보는 식이다. 

이때 1퀄리를 얻기 위해 추가 지불하는 비용이 쓸만한 돈인지 평가하는 기준이 ICER이다. 예로 백신 미접종 시 5만달러에 10퀄리를 얻을 수 있고, 접종한 사람은 13만달러에 15퀄리가 된다고 예상하면,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 간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8만달러 차이가 난다. ICER을 통해 한 사람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1퀄리에 1만6000달러가 든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이러한 HPV 백신 경제성 평가에는 다양한 값을 고려한다. 백신 접종률, 비용, 효과, 지속기간, HPV 지속-감염률 예방 효과, 교차 예방 효과 등이다. HPV 질환(감염률, 유병률, 발생률, HPV 기여율, 전이 확률, 암발생률, 사망률) 뿐 아니라 의료비, 약제비, 입원비 간병비, 근로손실비도 검토한다. 환자 성 행태(성경험 비율, 파트너 수, 변화, 성관계 시작 나이), 삶의 질도 포함한다.

다양한 평가 요소를 검토하는 만큼 경제성 평가 연구에서 분석하는 질환군마다 그 결과는 다양한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이에 양경선 한국MSD 의학부 이사는 "NIP를 어린 나이에 도입을 하려는 이유는 성경험 전에 적극적으로 예방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양경선 한국MSD 이사
양경선 한국MSD 이사

양 이사는 "HPV에 걸린 상태를 20대에 유지하다 질병이 생긴다. 선제적 예방이 중요한 이유는 질환이 나타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으로 성생활이 활발한 20대에 HPV 감염률이 가장 높지만, 고위험군에서 암 발병은 대부분 40대 이상 60대에서 발병한다"고 말했다. 

▶미국, 호주는 남녀 모두 HPV 백신 접종 시 비용 효과적

2022년 12월 기준 157개 국가는 HPV NIP를 도입했다. OECD 가입 국가 중에서는 38개국 중 37개국이 NIP를 하고 있고, 28개국이 남성 대상으로도 하고 있다. 

남녀 모두에게 HPV NIP를 적용한 국가는 66개국이다. 이중 캐나다, 미국, 독일, 영국 등 44개국이 가다실9을 남녀 모두에게 지원하며 가다실(4가 HPV 백신)만 도입한 국가는 76개국, OECD만 보면 남성 대상 NIP를 하는 곳은 38개국 중 28개국이다.

백신 종류를 보면 가다실9(9가 HPV 백신)만 지원하는 나라는 42개국, 가다실(4가 HPV 백신)만 도입한 곳은 76개국, 서바릭스(2가 HPV 백신)만 사용하는 국가는 20개국이다. 

해외 국가들이 HPV에 NIP를 적용할 때 고려한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2007년 HPV NIP를 도입한 미국은 질환 부담, 사회적 요구도, 백신 접종 이점 등 여러 부분을 적용했다. 

미국은 도입 당시 4가 HPV 백신을 여아 대상으로 권고했으며 2011년에는 4가 HPV 백신을 남아로 대상을 넓혔다. 12세 남아 대상으로 NIP 적용 여부를 분석할 때 12세 여아 접종률이 50% 미만일 때 비용효과적인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은 2015년에 9가 HPV 백신 접종을 남녀 모두에게 추가 권고했다.

이제 HPV NIP를 도입한 지 15년된 미국은 지난 2007~2018년 여성에서 NIP 효과를 분석했다. HPV에서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유전형은 11번 16번 18번이다. 여성만 NIP를 할 때는 접종 대상인 14~19세에서  유병률이 가장 많이 감소했지만 다른 연령에서는 그렇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남아까지 같이 접종했을 때 비접종군에서의 간접적인 HPV 유병률 감소 효과를 봤다.

호주는 2007년 여아 대상 4가 HPV 백신을 도입했고 2013년 4가 HPV 백신을 남아 대상으로도 권고했다. 2018년에는 9가 HPV 백신 접종을 남녀 모두 추가 권고했다. 

호주도 HPV 남아 접종 시 비용효과성 외에도 남성청소년 유병률, 효과성을 다각도로 검토해 NIP를 시작했다. 현재 호주는 2028년 이전 자궁경부암 퇴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준 호주의 15세 여성 80.5% 15세 남성 78%가 HPV 백신 3회 완전 접종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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