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카르니틴은 아미노산의 유도체로 지방산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지방산을 미토콘드리아로 넘겨주어 지방 산화를 유도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을 활성화한다.

카르니틴의 섭취는 소화기관의 운동성을 정상화한다. 1992년 발표된 논문은 카르니틴 결핍된 영아의 소화기계 운동장애를 카르니틴의 투여로 완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2017년에는 혈액투석 환자들에게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소화기계 증상인 변비(소화기계 운동성 감소)가 카르니틴 결핍과의 연관성을 제시했다. 

투석과정에서 카르니틴이 제거되어 혈액투석 환자는 카르니틴이 결핍될 가능성이 높다. 카르니틴 보충제의 투여는 위장관계 운동성을 회복시켜 소화기계 장애를 완화한다. 2022년 허혈성 장손상 동물모델에서 확인된 위장관계 손상을 카르니틴의 투여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카르니틴의 투여는 장관 평활근을 활성화해 위장관 운동성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 소재는 지실, 즉 탱자나무의 미성숙 열매이다. 지실은 변비와 관련된 한방처방의 구성성분 중 하나이다. 2005년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지실의 투여는 위장전이 속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트레스로 유발된 위장운동 장애 동물모델에서 지실추출물 투여가 운동성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에서는 척수 손상 환자들에게서 유발된 변비를 회복시키는 논문도 2016년에 발표됐다. 최근 2022년에는 지실의 프리바이오틱 효과(유익균의 증식을 도움)가 발표됐다.

이들 소재들은 위장관 운동의 정상적으로 회복시켜 기능성 소화장애의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사료된다.

 

사진. 김성건 박사(약사)
사진. 김성건 박사(약사)

지난 시간에 이어서 소화기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소재에 대해 알아보겠다. 지난 시간에도 언급했지만 '기능성 소화장애'는 실제 소화기계 장기에 병변은 확인되지 않으나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들을 호소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소화기계를 구성하는 장기의 환경이 기본 항상성이 잘 잡혀 있어야 하는데 미세 염증 상태가 장기화되면 기능성 소화장애 증상 유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지난 시간에는 위장관 내 미세염증을 완화할 수 있는 소재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편에서는 기능성 소화장애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소화관 운동의 정상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재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위장관 운동 이상은 기능성 소화장애의 주요 증상이다. 기본적으로 위장관 운동이 갑자기 저하되면 명치가 꽉 막힌 느낌이 들며 음식물이 장관 내에 정체되기 때문에 이상발효에 의해서 가스가 차게 된다.

또한 대장의 연동 운동이 잘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변비를 유발하게 된다. 반대로 위장관 운동 통제가 안 되면 구역감이 유발한다. 이처럼 위장관 운동은 소화에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위장관 운동을 정상화해주는 소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로 소개할 소재는 카르니틴 (carnitine)이다. 독자들 중에 다이어트에 큰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두 번쯤 들어봤을 만한 소재이다. 카르니틴은 아미노산 유도체로 체내에서 합성되며 주로 근육에 저장되며 (98%) 간과 혈액에도 소량 존재한다. 

육류, 계란, 우유 등 동물성 식품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이러한 이유로 채식주의자들이 반드시 섭취해야 할 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기본적으로 카르니틴이 널리 알려진 효능은 체내 지방을 태우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카르니틴은 지방산을 미토콘드리아로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미토콘드리아에서 지방산은 산화되면서 ATP라는 에너지를 생성하게 된다. 이러한 근거로 카르니틴을 다이어트 보조제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고, 관련 제품들도 많이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체중감량 효능은 두드러지지 않다고 한다. 2016년에 보고된 논문에서 비만과 당뇨 사람들에게서 카르니틴 보조제 섭취 시에 일부 체중감량 효능이 보고되었지만 그 감량 정도는 미비했다. 

현재까지 보고된 카르니틴의 효능은 아래와 같다.

-운동능력 향상 (운동선수)
-유도체 중 acetyl carnitine은 뇌 기능을 향상 (알코올에 의한 뇌 손상, 퇴행성 뇌 질환)
-2형 당뇨 완화

이외에도 카르니틴 자체가 일정 정도의 항산화, 항염증 능력이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카르니틴은 소화기계에 어떠한 작용을 하는 것일까?

1992년 발표된 논문에서는 카르니틴이 결핍된 아이의 소화기계 증상에 주목했다. 카르니틴이 결핍된 아이는 식후 구토 증상, 침흘림 증상이 두드러졌으며 검사결과 위 머무름 시간 증가, 이상 장연동이 확인됐다. 

즉 위장관 운동성이 떨어지면서 연동운동이 안되고 음식물을 넘기는 힘이 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증상들은 카르니틴의 투여로 사라지게 됐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카르니틴이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효능이 알려져 있는데 운동능력이라 함은 골격근 강화를 뜻하고 이 경우는 카르니틴이 평활근에도 작용할 수 있는 점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2017년 논문에 의하면 카르니틴의 혈액 투석환자의 소화기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평가했다. 혈액 투석환자들은 투석과정에서 카르니틴이 제거되게 되어 카르니틴 결핍상태가 유발될 수 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혈액 투석환자들은 만성 변비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본 논문에서는 혈액 투석환자들에게 카르니틴 보조제를 투여하였고 배변횟수가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논문의 저자들은 카르니틴이 소화기계 운동성을 증가시켰다고 평가했다. 

지난 2022년 발표된 논문은 카르니틴의 장 손상을 회복시키는 작용을 보고했다. 허혈성 장손상, 즉 인위적으로 장 부근의 혈관을 폐쇄시켜 일시적으로 장부근의 혈액순환을 막아 생기는 장손상으로 이러한 허혈성 장손상을 유발한 동물모델에 카르니틴을 투여했다. 카르니틴의 투여는 손상된 장세포를 회복시켰고 동시에 장수축력, 소장의 운동성을 정상화했다.

그리고 2018년에 보고된 논문에 의하면 카르니틴이 장내 미생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혀졌다. 카르니틴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질소, 탄소 공급원으로 역할을 하며 또한 미생물에 흡수돼 염도, 압력, 온도, 수분 변화와 같은 스트레스에 잘 견딜 수 있도록 한다고 보고됐다. 추가 후속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장내 미생물을 숙주에게 유리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지방 분해 보조제로 활용되었던 카르니틴은 골격근뿐만 아니라 소화기계 평활근에도 작용하여 근육의 적절한 기능을 유지, 회복시켜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이유로 기능성 소화장애의 주원인 중 하나인 소화 기능의 운동성 정상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음으로 소개할 소재는 지실이다. 지실은 탱자나무(Poncirus trifoliata, 운향과 Rutaceae) 의 익지 않은 열매를 말한다. 대한약전에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 유도체인 폰시린(poncirin)과 나린진(naringin)을 각각 2, 0.7% 이상 함유한다고 규정돼 있다. 지실에는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게 포함돼 있다.

필자가 지실을 주목하게 된 것으로 한약제제 처방 때문이다. 윤장탕, 대승기탕에 지실이 포함되었는데 이들 2개의 처방은 변비를 해결하는 것이다. 변비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생약 하제는 대황과 센나 같은 소재들이다. 

이들은 대장벽을 자극하여 연동운동을 촉진하고 대장에서 수분을 흡수하는 통로를 막아 변비를 해결한다. 그만큼 강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복용 시 복통,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지실은 그만큼 강한 작용을 보이지는 않지만 위장관 운동을 복원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05년에 발표된 논문을 보면 위장전이 속도 (위에서 장으로 음식물을 얼마나 빨리 넘겨줄 수 있는가를 측정하는 척도)를 증가시켜 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 머무름 시간은 기능성 소화장애를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할 만큼 위 내의 음식물을 장관으로 정상적으로 넘겨줘야 한다. 본 논문에 의하면 실험적으로 위장관 운동을 저하시켜서 지실의 효능을 평가했다. 

지실을 투여한 군에서는 위장전이 속도가 증가됐고 이는 지실투여가 소화기관의 운동 정상화에 도움을 주는 것을 의미했다. 

이러한 효능은 임상시험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2016년에 보고된 논문에 의하면 척수 손상에 의한 신경성 소화기계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지실의 효능을 평가했다. 지실의 투여로 변비가 완화되었고 이는 위장관계 운동성을 증가시키는 지실의 효능이 확인된 것이었다. 

또한 2022년 보고된 논문에 의하면 지실의 투여가 장내 세균총에서 유익균의 비율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실이 프리비아오틱스(prebiotices)로써 역할을 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최근 관련 생약 소재 진피(귤껍질 말린 것)의 프리바이오틱 효과가 확인된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어서 지실의 프리바이오틱 효능 또한 활발하게 연구될 것으로 사료된다.

이번 컬럼에서는 기능성 소화장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위장관 운동 개선에 도움을 주는 소재들을 소개했다. 소화기계 대부분은 불수위근으로 우리의 의지대로 조절하지 못한다. 

그러한 이유로 외인성 자극, 스트레스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위장관이 민감한 사람들은 바로 소화불량 증상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위장운동 정상화는 기능성 소화장애 증상 완화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카르니틴은 소화기계 평활근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어 근육의 수축성을 회복시켜주고, 지실의 경우도 함유된 플라보노이드들이 위장운동을 정상화해 준다. 또한 두 가지 소재 모두 장내 미생물군을 숙주 즉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변화시켜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두 가지 소재의 섭취는 소화기능을 정상화하여 소화불량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실제 이 두 가지 소재가 동시에 함유된 소화제(속청케어, 종근당)가 유통되고 있다. 

지난 컬럼과 종합해보면 위장관계 환경, 특히 미세염증을 관리하면서 소화기계 운동을 정상화하는 것이 기능성 소화장애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내용과 그러한 활성을 갖는 소재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실제 그러한 조합으로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도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많은 현대인들이 한 번쯤은 경험해보는 기능성 소화장애는 현실적으로는 증상이 '있다 없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완벽한 치료는 불가능하고 증상이 있을 때 적절하게 관리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계속 올라오고, 음식물을 조금만 섭취해서 배가 불러오고 배변 활동이 잘되지 않는다면 생활이 정말 불편할 것이다. 먹을 것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 

속을 '편안하게' 관리하면서 먹고 싶은 음식도 적당히 즐기면서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 소화기계를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소개한 소재들도 기억해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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