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보령의 항암제 '탁솔' 단독 판매권 확보가 오리지널 의약품 인수 전략(LBA)의 신호탄을 쏜 것 아니냐는 업계 목소리가 들린다. 보령이 생산권과 허가권을 포함한 일체의 권리를 가져온 항암제 '젬자'와 '알림타' 사례처럼, 탁솔까지 품에 안을 것이란 전망이다. 

물론 젬자 알림타와 달리, 탁솔의 수익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에서 비관론도 나온다. 하지만 보령 특유의 영업력이 뒷받침 된다면 향후 탁솔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사들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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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구는 야구의 승부를 가른다

변화구를 가진 투수는 야구 판도를 바꾼다. 선동렬은 직구(포심)로 타자를 요리했지만 승부처에선 초고속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냈다. 최동원도 선동렬에 필적한 패스트볼을 가졌지만 결정적 순간에 커브를 던져 승부를 뒤집었다.  

21세기로 시계를 되돌려보면, 류현진의 강점은 포수 미트에 자유자재로 꽂히는 직구이지만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쓰러트렸다. 국적을 넘어서서, 일본의 노모 히데오도 타자에게 등을 보이는 포크볼(토네이도 투구폼)로 미국 야구의 본진을 초토화시켰다.

제약사의 사업 전략도 마찬가지다. 국내 제약사 모두가 수십년 동안 제네릭 생산과 판매로 제약 시장을 주도해왔다면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약가 하락 리스크가 다가온 시대에서, 하나의 구종만 고수한다면 쇠락이란 키워드가 순식간에 찾아온다. 대형 제약사들의 방점이 신약과 개량 신약 개발에 찍히고 있는 배경이다. 

그중에서도 보령은 나홀로 독특한 구종을 연마해오고 있다. 마치 두둥실 떠가며 타자를 괴롭힌 너클볼처럼, 업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사업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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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령의 결정구 'LBA'는 탄탄대로 

바로 LBA(Legacy Brands Acquisition)다. 이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에 대한 생산권, 허가권을 포함한 일체의 권한을 가져오는 전략으로, 보령은 항암제 '젬자'에 이어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는 물론, 최근 '알림타'에 대한 전체 권리를 거액을 주고 인수했다. 

수백 곳의 국내 제약사 중에 오로지 보령만이 LBA 거침없이 이어가는 중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보령이 인수한 이후, 젬자와 자이프렉사는 더욱 안정적인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젬자는 지난해 7월부터 직접 생산에 들어가면서 원가 절감 효과가 극대화된 상황이다. 

알림타의 매출 추이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보령판' LBA가 시장에 통하고 있다는 뜻이다.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레 '탁솔'을 향해 쏠리고 있다. 지난 1일, 보령은 독일 제약기업 세플라팜과 ‘탁솔(성분명: 파클리탁셀)’에 대한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영업 마케팅에 나섰다는 소식을 전했다. 탁솔은 글로벌 빅파마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서 개발한 오리지널 항암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탁솔과 LBA란 키워드가 동시에 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탁솔은 아주 오래된 항암제로 1차 치료제로 처방하는 약물"이라며 "그만큼 안정성도 높아서 탁솔을 모르는 교수는 거의 없다. 말기 암 환자에 쓰이는 약물이 아니라 초기 암 환자에게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에 앞서 보령이 인수한 젬자, 알림타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 보령이 수년 안에 BMS로부터 탁솔의 권리 일체를 살 수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 보령 측 "전혀 아냐" 부인...업계는 여전히 '낙관'

실제로 탁솔의 주된 적응증은 난소암(다른 화학요법제와 병용하여 1차 요법 사용)과 폐암(진행성 비소세포 폐암의 치료에 1차 요법제로 사용)이다. 표준요법에 실패한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2차 요법제로도 쓰인다. LBA 전략의 필수 요건인 '특허만료'라는 요건도 갖췄다. 

물론, 보령 관계자는 "LBA 일환으로 단독 판매권을 확보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탁솔과 젬자의 공통점은 보령의 '영업 마케팅 이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보령은 2015년 한국 릴리와 젬자의 코프로모션(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한 이후 5년이 지난 뒤 젬자의 모든 권리를 인수했다. 

마찬가지로 보령은 2008년부터 7년간 탁솔에 대한 영업 마케팅을 맡아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려놓았다. 이번에는 탁솔의 허가권까지 획득하면서 BMS 이름이 아닌 보령 브랜드로 영업 마케팅이 가능하다. LBA 가속화 전략의 일환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배경이다.  

# 관건은 '탁솔' 수익성... But 보령이 나선다면

물론 변수는 '수익성'이다. 젬자, 알림타와 달리 탁솔의 파크리탁셀 항암제 시장 점유율은 수년 동안 답보 상태를 거듭 중이다. 

오히려 삼양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파크리탁셀 제네릭인 제넥솔에 밀려 2위 신세다. 젬자와 알림타는 '안정적인 오리지널'이란 이미지를 오랫동안 유지해왔지만 탁솔은 낙폭을 거듭하면서 녹록치 않은 처지에 직면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보령의 항암 영업 노하우라면 탁솔이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단기간에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BMS가 2008년 보령에 탁솔 코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직전 탁솔은 특허 만료와 약가 인하 이슈로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보령이 탁솔 공동 판매를 맡은 이후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다. 이번에도 보령이 나선다면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질 것이란 예측이 들리는 배경이다.

# '수익성 확보' 가능하다면 오리지널 본연의 가치 무시 못해

탁솔이 '1차 치료제'- '특허 만료 오리지널'-'안정적인 수익'라는 LBA 충분 조건 중 이미 두 가지를 갖춘 만큼, 보령이 젬자의 사례처럼 탁솔의 직접 생산과 마케팅을 담당한다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은 시간 문제라는 뜻이다.  

한편, 보령이 식약처, 복지부의 재평가 등 외부 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오리지널' 본연의 가치를 높이 살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항암제는 의사들의 오리지널 선호도가 굉장히 높은 약물"이라며 "일단 오리지널을 어떤 형태로든 갖고 있다면 '썩어도 준치'라고 불린다. 보령은 항암제 분야에서 국내 넘버원 회사다. 단순히 탁솔 독점 판매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희귀질환 치료제가 수익 창출 면에서 가장 유망한 약물"이라며 "재평가로 이슈로 인한 약가 인하, 허가 취소, 급여 퇴출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항암제는 규제 당국이 유일하게 건드리지 않는 분야다. 그중에서도 탁솔은 워낙 기초적인 약이기 때문에 매출 상승이 일어날 경우 보령의 LBA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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