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국내 폐암 환자 10명 중 4명은 4기에 진단된다. 이미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돼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 10%에 불과한 경우가 40% 이상이라는 뜻이다.

5년 생존율이 보여주듯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다. 더구나 전이성 폐암에서 '마(磨)의 1년 생존'을 넘어설 수 없었다. '마'라는 한자어는 극복하기 어려운 장벽을 뜻한다. 폐암 치료에서 이 장벽을 넘어서는 과정은 인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鬪爭)'이었다.

키트루다
키트루다

4기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인간이 이 벽을 처음으로 넘어설 수 있게 한 치료제가 항 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다. 키트루다는 생존연장, 기대 여명 6개월에 불과한 항암치료 목표를 5년 이상 장기생존에 완치까지 바라보는 시대로 만들었다. 면역항암제가 새롭게 전이성 폐암 표준치료로 등장해 생존율 판도를 완전히 뒤바꾼 것이다.

키트루다는 현재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52개국 이상에서 폐암 1차치료 급여를 받아 처방되고 있다.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표준치료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NCCN가이드라인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 요법 중 가장 높은 '선호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국내 치료 환경에서도 키트루다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작년 3월, PD-L1 발현율에 상관없이 평편·비평편상피세포암 모두 급여 처방이 가능해졌다.

지난해 국제학회에서 발표된 키트루다 장기추적 결과는 항암 치료를 재정의했다.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에서 2건의 중추적인 3상 연구를 통해 5년 전체 생존율 19.4%(키트루다·항암화학요법 병용), 18.4%(키트루다·항암화학요법 병용)를 확인, 장기생존이 '현실'이라는 것을 다시 입증했다. 이 연구들이 발표되기 이전까지 비소세포폐암 5년 생존율은 10%에 불과했다.

이정은 충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팜뉴스에 "키트루다 허가 이전까지, 전이성 폐암은 효과적인 1차 치료옵션의 부재로 5년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종 중 하나였다"며 "현재는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항암화학요법 대비 우월한 치료 혜택을 입증하고, 전세계 폐암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1차 치료로 강력히 권고하는 요법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16일 팜뉴스는 KEYNOTE-189 및 KEYNOTE-407 연구로 항암 치료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키트루다가 전이성 폐암 치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임상적 가치를 보도한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늦은 진단, 잦은 재발로 높은 사망률 폐암 4기 → 장기생존 기대 질환으로

국내 암 사망률 1위, 발생률 2위 모두 폐암이다. 폐암은 초기 자각 증상이 없어 환자의 80% 이상이 암세포가 진행된 상태이며 이중 40% 이상이 다른 신체 부위로 전이된 4기에 진단되기 때문이다. 

최근 EGFR 등 유전변이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사용 중이지만 전체 폐암 환자 2/3 이상은 표적치료제 사용이 어렵다. 항암화학요법이 유일한 치료 옵션이나 전신 이상반응 등 부작용 발생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치료 과정을 견뎌야 한다. 항암요법 환자 약 3명 중 1명(27~36%)은 2차 치료를 받지 못 하고 사망하거나 치료를 포기한다. 이처럼 4기 암은 수술이 불가한데다 항암치료 옵션도 많지 않아 사망률을 높이고 있다. 

기존 항암제들은 암 또는 정상세포를 직접 공격하면서 부작용 또는 내성 발생, 치료 대상 선정에 한계가 있다. 지난 2015년 미국FDA가 허가한 키트루다는 달랐다. 신체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기전으로 등장했다. 기존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암세포 반응률을 높이면서 이상반응은 낮추는 최신 치료법이었다. 일단 키트루다에 반응을 보이기만 하면 항암 효과를 오랜 기간 유지하는 좋은 결과를 보였다.

키트루다 작용 기전
키트루다 작용 기전

특히, 키트루다+항암화학요법 병용 시 PD-L1 음성 환자를 포함한 모든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에서 생존기간 2배 연장이라는 임상적 결과를 입증했다. 예후가 불량한 환자도 장기생존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5년 생존 2배 연장 KEYNOTE-189, 407 연구...폐암 치료 역사 써

지난 9월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2)는 폐암 장기생존 시대 진입을 명확히 한 자리였다. 이 학회에서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키트루다와 항암화학요법 병용 5년 장기추적 결과가 발표됐다.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 방식을 바꿀 내용이었다.

해당 연구는 KEYNOTE-189, KEYNOTE-407로 두 임상 모두 키트루다 병용요법 시 5년 간 관리 가능한 독성 수준으로 기존 치료 대비 연장된 전체생존기간(OS), 무진행생존기간(PFS)을 확인했다. 굉장히 획기적인 연구 결과에 국내 의료진도 주목했다. 국내 전이성 폐암 5년 생존율 10% 대비 생존율을 상당히 개선했기 때문이다.

ESMO 2022서 발표된 키트루다 병용요법 1차 임상 데이터
ESMO 2022서 발표된 키트루다 병용요법 1차 임상 데이터

KEYNOTE-189 연구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 61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다. 키트루다+페메트렉시드+백금기반 항암요법(시스플라틴 또는 카보플라틴) 병용 투여군과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군 단독요법과 비교했다.

키트루다 병용요법군(410명)의 5년 전체 생존율은 19.4%였고 대조군인 항암화학요법은 11.3%에 그쳤다. 키트루다 병용은 사망 위험율 또한 40% 감소시켰다. 특히, 5년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22개월로 항암화학요법 10.6개월 대비 2배 이상 개선한 결과를 냈다. 

KEYNOTE-189가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대상이었다면 KEYNOTE-407은 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 559명이 대상이었다. 편평비소세포폐암은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20~30%로 상대적으로 치료 옵션이 적다. 키트루다는 편평비소세포암에서도 유의미한 생존 연장과 사망 위험 감소 효과를 냈다.

KEYNOTE-407은 키트루다 병용군(키트루다+카보플라틴+파클리탁셀 또는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과 항암화학요법군(카보플라틴+파클리탁셀 또는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 단독요법) 비교 평가가 이뤄졌다.

키트루다 병용요법군(278명)은 PD-L1 발현율과 무관하게 18.4%로 나타나, 대조군인 항암화학요법군 9.7%대비 2배 가까이 웃도는 5년 생존율을 입증했다. 사망 위험율 역시 29% 낮췄을 뿐만 아니라, 전체생존기간중앙값(mOS)도 17.2개월로 항암화학요법(11.6개월) 대비 높게 나타났다.

두 임상 모두 괄목할 만한 결과는 2년간(35사이클) 치료를 마친 환자 약 55명 중 70%가 5년 추적기간 생존했다는 점이다. 키트루다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완료한 환자에서 객관적 반응률이 각각 86%, 90.9%였다. 해당 환자들은 3년 생존율 70%를 넘었다. 면역항암제 치료에 반응이 나타난다면 효과가 높고 오래 나타난다는 점을 입증한 결과다.

해당 데이터를 토대로 차후 두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의 생존기간 데이터가 발표된다면 생존연장 뿐만이 아니라 완치까지 바라보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이정은 교수는 "2년간 치료를 마친 환자 10명 중 7명이 5년 추적 시점에서 생존해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며 "현재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국내 모든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차 치료로 사용 가능한 만큼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장기생존을 넘어 완치를 바라볼 수 있는 성공적인 치료 사례가 다수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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