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 특별 취재팀=김민건·최선재 기자]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이 국정감사 데뷔전에서 긴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마약'을 떠안았다. 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식약처 국감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마약류 관리 주무부처인 식약처 시스템과 인력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고 지적받은 탓이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일 '마약과 전쟁'을 선포한 상황이다. 범정부차원 합동수사단 구성안을 발표한 가운데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 폐지, 부실한 마약검사 실태, 손쉬운 마약 구매가 국감장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는 특히 의료용 마약이 온라인으로 깊숙히 퍼진 실태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무분별한 처방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전방위적인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의원들이 세세한 근거 자료를 들이밀자 오 처장은 난처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7일 오유경 식약처장이 국감에서 발언하고 있다(식약처 제공)
7일 오유경 식약처장이 국감에서 발언하고 있다(식약처 제공)

# "정부는 마약과 전쟁 선포, 식약처는 마약안전기획관 폐지?"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 전쟁을 선포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반면 주무부처 중 하나인 식약처는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마약안전기획관 폐지 위기에 놓인 것. 이에 강선우, 최종윤 민주당 의원이 우려를 표명했다.

강 의원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과 전쟁을 선포하고 범정부차원 합동수사단 구성을 발표했는데 검사, 수사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마약 관리 주무부처인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이 폐지 위기인데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 의원도 오 처장에게 행정안전부 평가를 받기 전 마약안전기획관 존속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정부에서 만든 조직이기 때문에 성과 죽이기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며 "(마약안전기획관 폐지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소신을 가지고 마약에 대처하기 위한 조직의 필요성을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 처장은 "마약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적극 대처하고 마약 유통에 관한 전주기적 맞춤형 관리를 하겠다"며 "식약처 (마약안전기획관)정기 직제화가 될 수 있도록 응원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조직 축소 방침에 따라 행정안전부의 평가가 끝나면 마약안전기획관은 해체될 수 있다. 최종 해체될 경우 기존의 의약품안전국 산하로 편입될 예정이다. 

# 셀프 마약중독 검사, 감기약에도 필로폰 양성반응

이날 국회에서는 부실한 마약 검사 실태 심각성도 지적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32개 직업군을 대상으로 마약 중독 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며 그 대상은 공무원, 의사, 교사, 항공기조종사 등을 포함한다. 

그런데 현실은 체계적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검사 기관마다 검사 대상인 마약 종류와 검사법이 다르고, 검사 기관에서 임의로 시행해 그 결과도 각기 달라 신뢰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직업군에 속한 사람이 진단서나 검진 결과를 통해 스스로 마약중독자가 아닌 걸 증명해야 한다"며 "어처구니 없다"고 한탄했다.

이어 "현재 체계적인 마약 중독 검사가 없어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실효성이 없다는 뜻"이라면서 "마약 검사 가이드라인도 없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2022년에도 1980년대 사용하던 마약 검사 방식을 사용해 감기약에도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마약 중독 검사 이후 결과 처리에도 구멍이 컸다.

조 의원은 "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면 즉시 2차 정밀검사를 해야 하지만, 몸에서 마약 성분이 전부 빠져나간 일주일 후에 검사자가 재방문해야 진행할 수 있다"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하면 무슨 실효성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마약 투약과 밀수를 비롯해 중독으로 인한 사망까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마약 검사부터 규정, 법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식약처의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마약검사 관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오 처장은 "검사 기법 표준화 방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 손쉬운 마약 구매...식약처 플랫폼 업체 통제 '無'

마약 구매가 너무나 손쉽게 이뤄지는 현실도 국감장에서 도마에 올랐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일반 국민이 요즘 마약 구매가 얼마나 쉬운지를 조사해 공개했다. 

전 의원이 공개한 경찰청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을 보면, 가상자산 또는 다크웹을 통한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가상자산·다크웹을 통한 마약 거래 검거는 82건이었으나 2020년 748건으로 크게 늘었다.

전 의원은 "텔레그램을 통해 가상자산으로 (마약을) 거래한다. 트위터에는 마약, 대마, 필로폰, 떨 등 은어가 1~2분 만에 하나씩 올라오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운영 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처 사이버조사단의 불법 마약거래 단속에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오 처장에게 "식약처는 불법 마약 거래를 모니터링하는 사이버팀을 운영하는데 접속 차단과 자율규제 요청이 실질 업무이지만 자체 조사한 결과, 사이트 접속 차단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이트 차단 조치를 해왔다는 오 처장 답변을 반박한 것이다.

심지어 트위터, 페북, 구글이 마약 판매글을 삭제하는 시간을 보면 각각 94일, 11일, 23일로 나타났다. 전 의원은 "실제, 트위터, 페북, 구글 답변을 보면 불법의약품 판매 계정을 영구 정지 처분이 가능함에도 사실상 방치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처장에게 "식약처가 플랫폼 기업들에게 삭제 협조를 요청한 적이나 마약 은어 검색 금지를 요청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오 처장은 "현재 개별적 차단 요청을 하고 있다. 마약 금칙어는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이에 전 의원은 "지금까지 마약 게시글 근절을 위해 단 한 번도 플랫폼 기업과 만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고, 검색어 필터링 요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식약처가 불법 마약 근절 주무 부처가 맞는지 걱정된다"고 했다.

전 의원은 또 "공무원들이 일을 안 해서 그런 게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고 했다. 지난 2021년 식약처 수사의뢰는 단 26건이었다. 그 이유는 수사의뢰서에 통신판매번호, 사업자등록번호, 계좌정보, 연락처, 이메일 등을 적어야 하지만, 온라인에서 발견하는 범죄는 이러한 정보를 모두 기입할 수 없기에 수사요청을 받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 의원은 "이런 환경에서는 수사 의뢰 26건도 대단하다. 하지만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식약처는 일을 할 수 없다"며 오 처장에게 개선을 요구했다. 오 처장은 "앞으로 마약류 관련해서 경찰과 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문제를 제기한 강선우 의원도 20~30대가 마약사범의 54%이며, 불법 구매자 10명 중 7명이 텔레그램을 이용해 너무나 빠르게 구입하고 있다며 대안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10년 만에 마약류 사용 실태를 조사했는데 20대와 고학력 비율이 많아졌고, 20세 이전에 마약을 접하는 비율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마약은 다른 범죄 대비 재범율이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며 "2020년 마약재범자 중 3년 이내 재검거 비율이 82%나 됐다. 근본적으로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 전혜숙·최종윤 "마통시스템·DUR 연계 강조"

국감에서는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문제도 불거졌다. 이미 식약처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실질적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전혜숙 의원은 향정신성의약품을 한 번에 처방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음에도 의사 판단에 따라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 예로, 졸피뎀은 4주 처방이 최대지만 전 의원 조사에 따르면 최대 180일 이상 처방한 건이 3만2696건으로 나타났다.

또한, 암 환자가 처방받은 약 중 마약성 진통제의 경우 제대로 폐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마약류관리법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 의원은 한 뭉텅이의 약을 오 처장 눈앞에 들어올리며 "이렇게 방치해서 되겠나"고 하기까지 했다. 

최종윤 의원도 식약처가 작년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처방기준을 발표했는데도 가이드라인의 핵심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핵심이란 처방 기준이다. 그 예로, 비만 감소용으로 쓰이는 향정신성 의약품의 미용 목적 처방이 불가하며, 일정 기준 이상 고도 비만 환자가 써야 하고 청소년 등은 복용할 수 없다.

하지만 최 의원이 밝힌 향정약 처방일수 1위를 기록한 한 환자는 10년치에 준하는 3078일을 처방 받았다. 최 의원은 "제대로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 사람이 비만이든 아니든 굉장히 손쉽게 구할 수 있어 큰 문제"라고 했다.

특히, 마약류 함유 의약품 핵심은 오남용 방지임에도 이미 구치소 수감된 마약사범이 마약류 함유 식욕억제제를 통해 다시 마약 투약을 시작한 경우도 확인됐다.

최 의원은 "충격적인 것은 미성년자 성매매에 식욕억제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공개했다.

이어 "애당초 처방 기준이 맞지 않으면 처방할 수 없게 실시간 관리 감독이 중요하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DUR(의약품 안전 사용 서비스)과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활용한 실시간 관리·감독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심평원 DUR는 실시간으로 급여 처방 현황을 기록하는 시스템이며,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 시스템은 한 달에 한 번 처방 자료를 제출받아 입력하는 시스템이다. DUR과 마통시스템을 연계할 경우 의료용 마약에 대한 과다 처방 등 마약류 관리에 대한 추적이 수월하다는 지적이다. 

최 의원은 마통시스템과 DUR을 연계해 마약 처방과 급여 지급을 확인한 다음, 관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최 의원 지적에 대해 오 처장은 "지난 8월부터 심평원 DUR과 마통시스템 연계를 협의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한편, 오유경 식약처장은 THB 성분 염색 샴푸 유해 공방, 감기약 수급 대란, 마스크 업체 특혜 의혹 등 식약처 책임이 거론될 때마다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마약'이란 키워드가 들릴 때마다 답변을 주저하거나 해명을 이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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