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올 상반기에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남의 제품' 의존도가 전년 동기 대비 전체적으로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전히 상당수의 회사들이 높은 의존도를 보였으며 개별 기업별로 봤을 때는 오히려 비중이 더 늘어난 곳이 많았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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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에게 있어 '제품'이란 원료 등을 이용해 직접 의약품을 생산해 판매를 하는 품목을 의미하고 '상품'은 다른 기업이 생산한 것을 들여와 판매하는 것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글로벌제약사와의 코프로모션 등을 통해 오리지널 의약품을 독점 매입한 뒤, 일정 마진을 붙여 되파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상품매출은 판촉비 면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손쉽게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제품매출 대비 매출원가가 높아 영업이익이 낮은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다시 말해, 손쉽게 '외형 성장'을 달성할 순 있지만 '알짜 수익'을 남기긴 어려운 셈이다.

팜뉴스가 2022년도 상반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사 40곳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상품매출은 2022년 2분기 누계 기준 3조 3503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 264억원 대비 10.7% 증가했다.

다만 이들 기업의 매출액도 함께 늘어나면서 매출액 대비 상품매출 비율인 '상품 의존도'는 지난해 상반기 35.0%에서 올해 상반기 34.4%로 0.6%p(포인트) 줄어 들었다.

또한 제약사별 상품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전체 40곳 중에서 전년 대비 상품 의존도가 늘어난 기업은 18곳으로 확인됐다.

# 평균치 이상 기업 14곳…매출 절반이 '남의 제품'인 제약사는 4곳에 달해

조사대상 40곳 중에서 상품 의존도가 평균치(34.4%) 이상인 기업은 총 14곳으로 확인됐다. 그중에서도 제일약품은 올 상반기 매출액 3746억원 중에서 상품매출이 2984억원으로 79.7%를 차지하면서 조사기업 중 상품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상품 의존도가 80.5%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수치는 0.8%p 가량 줄어든 셈이지만, 여전히 상품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상품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품목은 비아트리스코리아의 블록버스터 제품들로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와 말초신경병성 치료제 '리리카', 진통소염제 '쎄레브렉스' 등이 대표적이다.

회사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상품매출 비중을 낮추려고 노력 중에 있으나 최근 몇 년간 상품 의존도가 70~80%대를 지속하고 있어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제일약품 외에도 매출에서 '남의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인 제약사들은 광동제약(68.0%), 유한양행(56.2%), JW중외제약(50.9%)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주로 국내 상위권에 포진돼 있는 제약사들로, 외자사의 상품과 자체 영업력을 통해 외형 확대를 실현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동제약(49.3%), 한독(48.3%), 테라젠이텍스(46.4%), 종근당(45.9%), 영진약품(42.2%), 삼일제약(41.3%), 보령(40.5%), 셀트리온제약(39.8%), 녹십자엠에스(38.1%), 동아ST(36.1%) 등의 업체들은 평균 이상의 상품 의존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영진약품과 일동제약은 작년 상반기 대비 상품매출 비중이 각각 5.4%p, 5.2%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조사대상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 녹십자엠에스·한독, 상품 의존도 줄였다

앞서 기업들과는 대조적으로 상품매출 의존도를 가장 줄인 곳은 녹십자엠에스로 확인됐다.

녹십자엠에스의 2022년 2분기 누적 매출액은 611억원이며 이 중 38.1%인 232억원이 상품매출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 636억원 중 상품 비중 45.6%(289억원)과 비교하면 7.5%p 감소한 것이다.

한독은 이번 상반기 상품매출 비중이 조사대상 평균치(34.4%)를 크게 상회한 48.3%를 기록했으나, 전년(54.9%) 대비 6.6%p 줄이면서 매출에서의 자사 제품의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메디톡스, SK바이오사이언스, 동화약품, 안국약품, 일양약품, 이연제약, 부광약품, 대한뉴팜, 삼일제약, 지씨셀, 동국제약, 휴젤, 하나제약, 유나이티드 등의 기업에서 상품 의존도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유나이티드와 하나제약은 상품매출 비중이 1% 미만으로 내려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품매출 비중이 높고 낮은 것을 두고 어떤 것이 '옳다' 혹은 '틀리다'라고 판단할 순 없다"라며 "기업별로 특징과 상황이 다르고 각자에 맞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입상품이 많다는 것은 해당 품목을 판매할 수 있는 영업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이와 동시에 해당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라며 "한쪽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잠재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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