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팜뉴스=이석훈 기자] 건강을 위해서 누구나 운동을 해야 하지만 파킨슨병 환자는 특히 그러하다. 규칙적인 운동은 파킨슨병의 운동 증상과 비운동 증상을 개선한다. 

운동은 파킨슨병 환자의 보행, 자세, 균형, 순발력, 유연성, 지구력 등의 기능을 개선한다. 운동을 하면 환자는 덜 넘어지고 환자의 떨림 증상도 덜하다. 1981년부터 2015년 사이 34년 동안 발표된 100여 개의 운동 효과에 관한 논문을 종합해서 내린 결론이다.

파킨슨병 환자에서 운동의 효과에 관한 역학 조사들은 주로 운동 증상에 초점을 맞추어 수행되어 왔다. 최근 들어서 파킨슨병 환자들의 인지 능력과 우울증과 불안의 지표의 개선, 일상 생활 능력의 개선에 관한 긍정적인 보고들도 나오고 있다. 

운동이 파킨슨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까? 몇 개의 역학 조사의 결과가 일관적인데 중년기에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과 비교해서 나이가 들어서 파킨슨병에 덜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파킨슨병은 운동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병은 아니다. 운동을 하는 사람은 다른 생활 습관도 건강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경향이 있고, 심혈관 기능도 더 좋을 가능성이 높아서,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또한, 잠재적인 환자는 병으로 진단을 받기 오래 전부터 의식하지 못해도 운동을 덜 하는 경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역학 조사들은 환자마다 변수가 많아서 결과의 해석이 간단하지 않다. 

파킨슨병 환자들의 운동의 효과를 규명하기 위해서 시험이 디자인되어 수행된 경우가 있다. 네덜란드에서 130명의 파킨슨병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 그룹의 환자들은 가벼운 체조만을 하고, 다른 그룹의 환자들은 실내 자전거를 타도록 했다.

일주일에 3일, 하루에 30분에서 45분, 반 년 동안 운동을 한 후에 실내 자전거를 탄 그룹의 환자들이 가벼운 체조만을 한 환자들에 비해서 파킨슨병의 평가지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두 그룹의 환자들은 기능성뇌영상 촬영으로 측정한 뇌 기능의 활성화 정도에도 차이를 보였다. 비슷한 시험이 미국에서도 수행되었다. 트레드밀 (러닝머신)에서 일주일에 4일, 하루에 30 분, 반 년 동안 빠른 속도로 운동을 한 환자들이 운동을 하지 않은 환자들이나 보통 속도로 운동을 한 환자들에 비해서 파킨슨병 평가지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연구들을 종합하면 운동이 파킨슨병의 운동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운동은 적어도 일주일에 3회 이상, 하루에 30분 이상 해야 한다.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이 바람직하지만 가벼운 운동이라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스트레칭도 좋지만, 요가, 댄스, 태극권, 복싱과 같이 기술을 요하는 복합적인 운동들을 할 때에 뇌의 신경회로에 다각적인 활성화를 일으켜서 더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무엇보다도 신체 조건이 사람마다 다르니 혈압 등 심혈관 능력을 고려하고 근육 경직이나 균형 장애 등의 이유로 넘어지면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각자의 역량에 맞추어야 한다.

알버츠라는 과학자는 자전거 동호회에서 2인용 자전거 (탠덤 바이크)를 파킨슨병 환자와 함께 타게 되었다. 운동 후에 그의 뒷자리에 앉아서 자전거를 탄 환자의 운동 증상이 크게 개선된 것을 관찰하고 이를 재현하는 시험을 고안했다.

2인용 실내 자전거의 앞에 시험 관리자가 앉아서 빠르게 페달을 밟으면, 뒤에 앉은 파킨슨병 환자는 어쩔 수 없이 그에 맞추어 빨리 페달을 밟게 된다. 한 그룹의 환자는 이렇게 “강제된” 속도로 운동을 했다.

다른 그룹의 환자는 “자의적”인 속도로, 그러나 여전히 강도 높게 페달을 밟도록 했다. 한 주일에 3일, 한 번에 40분 씩, 8주 동안 운동을 한 후, “강제된” 속도로 자전거를 탄 그룹의 환자들이 “자의적” 속도로 자전거를 탄 그룹의 환자들보다 파킨슨병 평가지수도 좋았고, 운동 기능과 유연성도 훨씬 개선되었다. 결국, 운동의 강도가 높을 수록 운동의 효과도 크다. 

운동을 한 후에 환자의 뇌의 운동 영역과 대뇌 피질에서 활성화가 일어난다. 기능성뇌영상 촬영을 해 보면, 운동을 해서 뇌가 활성화되는 양상은 파킨슨병 약물을 투여했을 때에 활성화가 되는 양상과 유사하다. 다시 말하면 뇌의 활성화의 측면에서나 운동 증상 개선의 측면에서 환자에게 운동은 약물 투여와 유사한 효과를 나타낸다.  

파킨슨병은 뇌의 운동회로의 도파민 신경이 쇠약해지면서 증상이 발현된다. 도파민은 운동회로의 신경전달 물질이지만 이와 별개로 보상회로에도 관여한다. 사람들은 운동을 하면 보상회로에 도파민이 분비되어 보상감, 즉 쾌감을 느끼게 된다.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운동을 하면 운동회로에도 도파민 분비가 증가할까?

파킨슨병 모델을 사용한 동물 실험 결과, 운동을 해도 운동회로에 분비된 도파민의 총량에는 변화가 없다. 대신 도파민이 신경계에 더 오래 잔류하고 도파민 수용체의 발현이 높아져서 도파민 신경 전달의 효율이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파킨슨병의 환자의 경우 운동을 하면 도파민이 더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됨으로써 증상 개선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동물 실험에 따르면 운동은 신경계에 다각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운동을 하면 신경 세포의 활력이 강해지고 도파민 신경전달이 더 효율적이 되고 신경 간의 연결이 강화되며 운동회로에 변화가 생기고 도파민 신경 외에 다른 신경계와 대뇌 피질이 관여하는 신경회로에도 변화가 유도된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신경가소성, 즉 자극에 따라 신경이 세포 차원에서나 다른 신경과 연락을 취하는 방식에서 변화하고 적응하는 능력에 근거한다.

신경은 쓰면 강화되고 쓰지 않으면 약해지는 성질을 가진다. 신경가소성은 운동을 함으로써 운동신경이 자극되어 신경계에 일련의 변화가 일어나는 기반이 된다.

이에 더하여 신경 세포 내의 대사가 개선되고 신경계의 조절 인자들이 생성되며, 뇌의 혈류가 개선된다. 이런 변화들이 종합적으로 파킨슨병 증상 개선의 근거가 된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운동의 효과는 일시적인가, 혹은 지속적인가. 다시 말하면 운동은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키는가, 아니면 신경에 지속적인 변화를 유도하는가. 운동을 함으로써 유도되는 신경가소성이 손상된 신경의 회복도 가능하게 하는가. 운동이 신경의 손상을 막는 보호 효과가 있는가.

동물 실험의 결과를 근거로, 운동이 증상을 개선할 뿐 아니라 병의 진행을 늦추기를 기대하지만 아직까지는 합리적인 가설일 뿐이고, 검증되어야 할 부분이다. 

정리하면 파킨슨병 환자가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운동은 환자의 운동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으며 비운동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도 보고된다. 운동은 파킨슨병 약물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며 증상 개선 효과 이상의 가능성을 가진다.

현재 사용되는 파킨슨병 약물들은 증상 개선의 효과만 있다.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치료하는 약물들은 아직 개발 중인데, 일부 3 상 시험 중인 약물도 있으나, 대부분 임상시험의 초기 단계에 있어서 치료 약물이 현실화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손상된 신경은 회복되기 어려우므로 약물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이 병이 진행되기 시작하는 초기에 혹은 증상이 발현하기 전에 수행될 필요가 있으나 파킨슨병의 조기 진단에 어려움이 있고 이는 곧 임상시험에서의 어려움 즉 치료 약물 개발의 어려움과 연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운동은 파킨슨병의 관리를 위해서 현실적으로 가장 우수한 방법이다.

△성은아 박사 약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미국 뉴저지 주립대 박사
1998-2011년 미국 반더빌트 대학교/ 예일 대학교- 뇌신경계 작용 약물 기전 연구
2011-2015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뇌신경전달 회로 연구
2018-2022년 2월 메디헬프라인(주) 약물 개발 연구, 메디헬프라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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