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희귀난치성질환 치료 핵심은 '맞춤형'이다. 환자 개개인별로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찾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유전자치료제가 대세인 이유다. 실상 이러한 기전의 치료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쓰여왔다. 대표적으로 헌터증후군 치료에 사용하는 '엘라프라제(이두설파제)'가 있다.

헌터증후군이 매우 희귀한 질환이었기에 그 치료법이나 치료제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근본적 치료가 불가능했던 영역에 등장한 엘라프라제는 환자맞춤형 치료를 선구적으로 이끈 의약품 중 하나로 평가된다. 

팜뉴스는 헌터증후군 치료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엘라프라제의 가치를 조명했다. 지난 15년간 장기 치료 데이터를 쌓으며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환자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희귀질환 치료 영역에서 15년의 임상 데이터는 그 어떤 값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 효소대체요법으로 등장한 엘라프라제

1917년 찰스 헌터(Charles A. Hunter) 박사가 처음으로 헌터증후군을 보고한 이후 그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 수준에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사노피가 엘라프라제를 개발하면서 근본적 치료가 가능해졌다.

헌터증후군은 '이두로네이트 2-설파타제(Iduronate 2-sulfatase, IDS)' 효소 결핍으로 뮤코다당체 일종인 글리코사미노글리칸(GAG)이 세포 안에 축적되면서 일어나는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이다. 헌터증후군 환자의 IDS 결핍을 대체하는 엘라프라제 같은 치료제를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 ERT)으로 부른다.

헌터증후군은 결핍된 효소 종류에 따라 7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뮤코다당증 아형 중 제 2형 뮤코다당증이 헌터증후군이다. 서양에서는 3형 유병률이 가장 높지만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는 2형이 발생 빈도가 높다.

헌터증후군 증상은 출생 초기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 그러다 만 2~4세부터 신체와 지능 발달에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 주요하게는 간, 비장, 뼈, 관절, 심장, 폐 등 장기가 커지거나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얼굴 생김새도 독특한 형태로 변한다. 대표적으로 툭 튀어나온 넓은 이마, 돌출된 눈, 낮은 코, 큰 혀 등이 헌터증후군 환자 얼굴 형태다. 또한, 대부분 환자는 정상 또래보다 작은 저신장증을 갖는다. 청력장애, 심근 비대, 서혜부 탈장 등도 겪는다. 환자 신체 내 조직과 기관에 문제를 일으키다 결국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기존에는 숨이 쉬기 어려운 환자는 외과 수술을 통해 호흡을 할 수 있게 했다. 또는 보청기, 안경, 각막 이식 등 증상 완화를 위한 요법이 시행됐다.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만든 엘라프라제는 달랐다. IDS를 정맥으로 주사하면 세포 표면에 있는 만노스-6 인산 수용체를 통해 세포 내 리소좀(lysosome)에 들어가게 된다. 이를 통해 엘라프라제는 몸 안에 있는 GAG를 감소시키고 IDS를 보충하게 된다. 환자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IDS 대체 효소를 투여함으로써 맞춤치료가 가능해진 결과 20세 이전에 사망하던 경증 환자는 40~60대 이상까지 생존하는 새로운 치료 시대가 열렸다.

의료계에서는 "헌터증후군은 시간이 지날수록 병세가 악화하며, 이미 손상된 장기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질환을 조기 진단,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희귀질환임에도 다수 환자 장기간 임상경험 갖춰

엘라프라제는 희귀질환 치료제다. 통상 희귀질환에서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를 찾기 힘들다. 다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간 임상경험을 갖고 있는 의약품이 엘라프라제다. 이 부분이 다른 품목과 경쟁에서 엘라프라제가 가지고 있는 격차다.

지난 2006년 7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이어 2007년 1월 유럽의약품평가기구(EMEA)는 엘라프라제 사용을 승인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20년 기준으로 전세계 77개 국가에서 정식허가를 받고 처방되고 있다. 

희귀질환치료제라는 부분에서 역설적이게도 실제 임상 진료 현장에서 처방 경험을 쌓는 희귀질환 치료제는 보기 드물다.

그 배경으로는 헌터증후군 치료제로는 처음이자 유일한 전향적 3상 임상시험 결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엘라프라제는 해당 3상을 통해 환자의 걷기 개선능력 (1차평가지표)을 입증한 유효성 데이터, 그리고 15년간 축적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임상 데이터와 처방 안전성이 중요한 이유는  헌터증후군이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어서다. 헌터증후군 환자는 심혈관계, 신경계, 안과, 이비인후과, 근골격계, 호흡기계 등 전신 증상을 나타낸다. 

생명과 직결되는 증상인 만큼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에서 효과와 안전성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특히, 장기간 치료한 만큼 오랜시간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갖춰져야 한다.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할 때 장기 효과와 안전성 데이터를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실제 헌터증후군 환자 96명을 대상으로 한 2/3상 연구인 TKT024 결과를 보면 그 효과를 알 수 있다. 

TKT204연구에서 53주 시점에 주 1회 엘라프라제 0.5mg/kg을 투여받은 환자군은 기저치 대비 평균 44.3.m 보행거리가 증가했다. 위약군 대비 평균 37m가 증가한 수치다. 엘라프라제 투여군에서 폐 기능 개선과 비장 크기 감소도 확인했다.

TKT024 임상 후속 연구에서는 3년간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측정된 모든 시점에서 6MWT의 긍정적 개선을 보였다. 이는 앞선 53주간 보행거리 개선 연구결과가 잘 유지되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절대 노력성 폐활량은 연구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개선을 보이며, 치료 3년 후 기저치 1.18L 대비 0.31L의 증가치를 기록했다.

사노피 관계자는 "엘라프라제는 체중 kg당 0.5mg으로 1주일에 1회씩 정맥 내 투여하며, 환자 체중과 권장량에 근거하여 투여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특히, 헌터증후군 증상이 주로 발현되는 영유아기에는 체중 변화 폭이 크기 때문에 몸무게 변화를 면밀히 체크하고, 그에 적합한 용량을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헌터증후군 연구의 시작 HOS

헌터증후군은 환자가 적은데다 질병 진행 예측이 불확실하다. 엘라프라제 또한 임상연구로 장기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지만 보완이 필요했다. 더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헌터증후군 연구가 시작된 계기다.

사노피는 2005년 HOS(Hunter Outcome Survey)를 진행해 엘라프라제 장기 치료 효과와 안전성 데이터를 지속해서 확인하고 있다. 2016년 7월까지 33개 국가에 있는 134개 병원에서 1200명의 환자가 HOS에 등록했다. HOS에서는 세계 각국에 등록된 헌터증후군 환자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앞으로 질환 진행 과정과 증상, 효과, 안전성을 예측하고 있다.

사노피 관계자는 "초기 관찰 결과를 토대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면서 엘라프라제 장기간 치료 효과와 안전성 뿐만 아니라 헌터증후군 진행 양상 등 질환적 특징 이해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워드

#명약만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