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A 씨 입원 모습(보호자 제공)

[팜뉴스=최선재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세계에서 대다수 국민들은 해열제를 복용하고 일상을 되찾는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은 백신 접종 이후 극심한 부작용 증세를 호소하면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얀센 백신 접종 이후 길랑-바레 증후군 증상으로 일상이 무너진 환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위험을 피하기 위해 백신을 맞았는데 오히려 희귀 난치병에 걸려 응급실, 중환자실을 전전하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 식품의약국과 유럽의약품청은 얀센 백신 접종과 길랑-바레 증후군의 인과성에 대해 경고음을 울리고 상황이다. 그런데도 질병관리청을 포함한 보건당국은 국내 환자들이 맞은 백신과 길랑-바레 증후군의 인과성을 부정 중이다.

팜뉴스 취재진은 최근 ‘길랑-바레 증후군’ 부작용 의심 사례를 단독 보도한 이후 수많은 환자들의 제보를 받았다. 그 후속으로, 얀센 백신 접종 이후 사지가 마비된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A 씨(41) 사연을 전한다. 

# 남편은 가족이 전부였다

A 씨는 매주 주말 오전마다 사회인 야구를 즐겼고 주짓수(격투기) 체육관을 다니면서 체력 관리를 해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체육관을 다닐 수 없었던 그는 매주 3번씩 홈 트레이닝을 할 정도로 건강했다. 근력 40분, 유산소 운동 20분은 그의 루틴(일상)이었다. 

키는 183cm, 몸무게는 99.8kg로 건장한 체구였다. 집에 있는 아령과 러닝머신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몸을 다져왔다. 고혈압 등 기저질환은 전혀 없었고 건강 관리를 위해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꾸려서 먹었다. 

가족이 그의 전부였다. 특별히 건강에 관심을 쏟아온 이유다. 그는 매주 토요일 오전 사회인 야구 활동이 끝나면 두 아이를 데리고 교외로 나갔다. 특히 5살인 둘째는 아빠와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다. 그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온 가장이었다.  

A 씨 아내는 “토요일은 거의 매주 밖으로 나갔다”며 “경기도 양평 쪽으로 나가서 몸으로 놀아주는 경우가 많았다. 주말에 간혹 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주로 체험 농장을 갔다. 4륜 바이크도 함께 타고 코스별로 돌아가면서 아이들과 놀아줬다"고 전했다.

A 씨가 아이들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모습

# 가족을 위해 얀센 백신을 맞았다 

6월 초, A 씨는 자신의 개인사업체가 있는 대형 시장(서울 인근) 점포 이곳저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옆 가게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일주일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코로나19 위협이 턱밑까지 쫓아온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으로 2~3주를 격리하면 점포 운영을 접어야 했고 매출이 급속도로 빠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사랑하는 가족의 생계에도 치명타였다. A 씨는 마침 누나가 다니던 근처 내과에 얀센 백신이 남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6월 19일, 토요일 평소처럼 사회인 야구 활동을 다녀온 직후 그는 얀센 백신을 접종했다. 백신을 맞았지만 이날 저녁에도 그는 아이들 생각뿐이었다. 아내를 향해 “오늘도 애들이랑 한강 나가서 한바퀴 돌고 오자”고 말했지만 아내는 “그래도 오늘은 피곤할 테니 잤으면 좋겠다”고 만류했다. 

백신 접종 이후 맞이한 첫 주말, A 씨는 어김없이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인근 계곡을 찾았다. 온 가족이 모여 닭백숙을 먹었다. 그의 아내는 “계곡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낸 뒤 남편은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주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 남편이 계단 난간봉을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월요일(28일) 오전 8시경, 밤샘 근무를 하고 돌아온 A 씨는 아내에게 “손발이 자꾸 저리다”며 손을 비비는 동작을 반복했다. 아내는 “손발이 왜 저려...혈액 순환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내는 남편의 증상이 백신 때문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튿날 A 씨에게 극심한 두통에 찾아와서 해열제를 먹기 시작했다. 밤 9시경(셋째날) 아내는 출근하는 남편 A 씨의 모습이 이상했다. 계단을 내려갈 때 다리에 힘을 주지 못하고 쓰러질 듯 아슬아슬하게 내려간 것. 아내는 그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안정감 있게 내려가야 하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제가 부축을 하고 남편은 계단 난간 봉을 잡아도 휘청휘청할 정도였다. 워낙 체격이 있는 편이라 제 몸도 흔들렸다. 너무 불편해 보였다. 제가 부축을 해주지 않으면 고꾸라질 것 같았다”

30일 아침, 더욱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밤샘 근무를 하고 돌아온 A 씨가 난간에 온몸을 의지한 채로 계단을 올라온 것. 집에서는 걸을 수조차 없었다. 결국 A 씨 부부는 아이들을 데리고  백신을 접종 받은 내과를 찾았다. 

# 혈압 수치 ‘185mmHg’ 의사는 당장 구급차를 불렀다

“혈압 수치가 185다. 너무 높아서 위험하다. 빨리 119 구급차를 불러서 가까운 응급실을 가셔야 한다”

의사의 첫 마디였다. 결국 오후 1시경 119 구급차가 병원으로 도착했고 A 씨는 구급차에 실려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아내도 함께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남편이 손발이 저리다고 했을 때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치 전기 놀이를 하듯이 딱 쥐었다가 피는 느낌이었는데 그때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응급실에 갔을 때는 ‘뭔가 잘못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A 씨는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폐 X-ray, CT 등의 검사를 받았지만 정상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혈압이 문제였다. 혈압은 190mmHg에 달했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인 경우 고혈압)

하지만 대학 병원 의료진들은 약을 처방하면서 “퇴원하셔도 된다. 신경외과 쪽으로 외래를 잡아줄 예정이다. 4주 뒤인데 의향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A 씨는 4주를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혈압은 여전했고 마비 증상으로 거동이 불편한데도 일단 병원 밖을 나온 이유다.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출근을 해야겠다. 내가 없으면 가게가 안 돌아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내는 “혈압이 이런데 뇌출혈로 쓰러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남편을 말렸다. 

# 남편이 울면서 화장실 바닥에 쓰러졌다

이틀 뒤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A 씨가 “토요일에 밤샘 근무를 해야 된다. 일을 가야 한다”며 화장실로 향하다가 얼마 못 가서 바닥에 쓰려진 것. 그는 화장실 바닥에서 가족들을 향해 “너무 아프다. 정말 안 될 것 같다”고 울부짖었다. 

두통에 허리통증은 물론 온몸을 전기 고문하는 것처럼 사지가 아팠다. 가족들은 당장 119 구급차를 불렀다. 

“구급 대원 세 분이 넓은 포대로 남편을 옮겼다. 남편은 울고 있었지만 너무 아파해서 ‘악’소리도 못 내고 있었다. 의식은 있었지만 ‘너무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때도 전혀 보행이 불가능했다. 저랑 구급차에 같이 탔는데 주변에 뇌 MRI 찍을 수 있는 병원이 폐쇄됐다”

결국 119 구급차는 돌고 돌아 서울 인근 종합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 당직 의사(신경과)는 봉으로 A 씨의 무릎을 쳐봤지만 이미 서 있을 수 없을 만큼 하지에 힘이 없었다. A 씨 아내는 불현 듯 전날 스치듯 봤던 “얀센 백신이 길랑바레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는 뉴스 내용이 생각났다. 

A 씨 아내는 의사에게 “실례가 안 된다면 길랑-바레 증후군이 아닐까요”라고 얘기하자, 의사는 “여러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 뇌척수액 검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한 시간 뒤 남편은 길랑-바레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 목소리도 '못' 내는 남편, 두달째 중환자실

일반병동에서 치료를 시작했지만 A 씨의 몸 상태는 갈수록 나빠졌다. 아내는 수저로 남편에게 일반 환자식을 떠먹였지만 이튿날부터 음식을 씹는 것조차 어려웠다. 갈아서 나오는 음식(유동식)을 삼키는 것도 힘들었다. 

“4일째, 남편 입술이 전부 말랐다. 물을 수저로 조금씩 넣어주는 상태였지만 그마저도 폐렴이 올 수 있어서 조심스러웠다. 소변도 본인 의지대로 해결하기 어려워 소변줄을 꼽았다. 음식을 넘기지 못해 콧줄도 달았다.”

입원 6일째, A 씨는 너무 답답한 기분 탓에 콧줄을 뺐다. 다시 콧줄을 껴서 환자 유동식을 넣었지만 전부 토했다. 식사 자체가 힘들어 유동식을 전부 끊고 영양제 투여하다가 결국 A 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중환자실에서도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마비 증상이 호흡근(호흡을 담당하는 근육)에 와서 호흡이 어려웠다. 의료진은 A 씨의 호흡이 편할 수 있도록 기관삽관까지 했지만 2주 뒤 기관 절개 시술을 했다. 

“남편은 기관 삽입을 하고 2주가 지났는데도 호흡이 어려웠다. 의사들은 2주 이상 지나면 조직과 삽관한 튜브가 협착이 돼서 기관절개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까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기관을 절개하고 튜브를 직접 연결했다” 

# “아빠 힘내”를 듣자 남편은 ‘탁탁’ 소리를 냈다 

A 씨 아내는 “일주일이면 나오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중환자실에서 나오지 못했다. 지난달 중순 아내는 남편과 처음 영상 통화를 했지만 그의 모습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

“핸드폰 화면을 보자마자 눈물이 흘렀다. 머리와 수염도 너무 많이 길렀고 눈동자도 불편해 보였다. 입은 마비 증상으로 다물어지지 않았고 기관을 절개해서 목에 튜브가 있었다. 온갖 장치가 달린 상태였고 콧줄도 여전했다. 먹지 못해서 살은 25kg가 빠져 있었다.”

“오빠, 애들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마”라는 아내의 목소리에 A 씨는 입을 부딪쳐 ‘탁탁’ 소리를 냈다. “알았다”는 의사 표시였다. 아이들은 아빠의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아빠 힘내”라고 응원했다. 그의 아내가 자녀들에게 “많이 울고 속상해하면 아빠도 같이 속상하니까 최대한 힘내라고 많이 응원을 해줘야돼”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정말 슬픈 것은 남편이 몸이 마비된 채로 두 달간의 시간을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핸드폰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의식이 멀쩡한데 그 시간을 본인 몸에 갇혀서 보내야 한다. 일반 사람은 하루만 그렇게 보내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데 벌써 두 달이 흘렀다.”

# 질병청 ‘인과관계 부정’ 통보

질병청 인과관계 통보문

7월 5일 입원 당시 대학병원 의료진(상급종합병원)은 보건소에 백신 이상반응으로 A 씨에 대한 신고를 했다. 주치의 교수는 “주거지 인근 보건소가 아닌 병원 관할 보건소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A 씨는 집 주변 보건소 관계자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길랑-바레 증후군 증상으로 신고가 됐다. 입원한 게 맞느냐”라고 물었다. A 씨 아내는 병원 관할 보건소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은 “맞다”라고 대답했다.

“증상을 설명해달라”는 말에 아내는 “백신 이상반응이 맞고 내역에 길랑-바레 증후군이라고 쓰여있다”고 답했지만 보건소 관계자는 “인과관계 여부에 대해 본인을 조사한 뒤에 연락을 드리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A 씨는 그 이후로 보건소나 질병관리청의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한달 반의 시간이 지나고  A 씨 아내는 더욱 황당한 일을 겪었다. 8월 27일 집 주변 보건소가 아닌 병원 관할 보건소에서 갑자기 등기우편을 보낸 것. A 씨의 아내가 편지봉투를 연 순간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검토 결과 안내문[중증사례]라는 제목의 공문이 나왔다.

피해조사반은 공문을 통해 ”환자분의 기저질환과 증상발생과 관련된 정황 그리고 의무기록 및 국내외 문헌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며 “코로나19 백신접종보다는, 환자분이 가지고 있던 기저질환(고령 포함)이나 혹은 다른 원인에 의해 증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백신과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려움”이라고 밝혔다. 

# 진단서는 “과거력 없다” But 질병청은 ‘기저질환’ 규정

대학병원 진단서 내용 일부. '내외과적 과거력이 없다"고 명시

질병관리청 피해조사반이 당사자에 대한 연락 한 통 없이 백신접종과 길랑-바레 증후군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통지문을 날린 것.

다만 질병관리청은 “환자분의 백신 이상반응과 백신과의 인과관계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현 시점에는 불충분해서 근거를 확보하는 시점에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 씨 아내는 “인과성 인정이 어렵다고 하니까 너무 기가 막혔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판단을 내렸지’하는 생각이 들었고 순간적으로 헛웃음이 나왔다”며 “어떻게 한 번이라도 보호자한테 연락이나 전화 한 통 없이 이런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재평가가 이뤄질지도 불확실하다”며 “남편이 재활기간을 얼마나 거쳐야 할지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지도 아무도 모른다. 어떤 조사도 명백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를 통보한 것에 화가 났다”고 덧붙였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은 앞서 병원 의료진이 길랑-바레 증후군 진단을 내리면서 “내외과적 과거력이 없는 분”이라고 분명히 명시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질병청은 A 씨 사례를 ‘기저질환’ 또는 ‘다른 원인에 의해 증상이 발생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 A 씨 아내가 분통을 터뜨린 이유다. 

A 씨 아내는 “기저질환도 없었고 진단서에도 이 사실이 명확하게 규정됐다. 그런데 어떤 근거로 이렇게 나왔는지에 대한 근거도 없다”며 “이번 질병청의 결정은 환자 가족들을 두 세 번 죽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