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유방암에서 'PIK3CA'는 골치 아픈 유전자 변이였다. 전체 유방암 환자 약 73%를 차지하는 호르몬수용체 양성(HR+),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음성(HER2-) 전이성·진행성 유방암 환자에서 PIK3CA 변이 동반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데 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PIK3CA 변이 HR+/HER2- 전이성·진행성 유방암 환자는 항암화학요법 민감도가 떨어지고, 내분비 치료요법 후 내성과 질병 진행 등 예후도 나빴다.

지난 5월 국내에서 PIK3CA 변이 양성 HR+/HER2- 전이성·진행성 유방암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첫 표적치료제로 한국노바티스 '피크레이(알펠리십)' 사용이 허가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손주혁 신촌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한국노바티스 '피크레이' 미디어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손주혁 신촌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한국노바티스 '피크레이' 미디어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다.

손주혁 신촌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6일 열린  한국노바티스 '피크레이' 미디어 세션에서 "현재 유방암 전체 환자 중 40%가 PIK3CA 변이가 있어 중요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쓸 수 있는 약이 없었다. 이 약이 임상에서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하면서 국내 환자도 전혀 새로운 기전의 약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치료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의미를 말했다.

피크레이는 PIK3CAα 특이적 억제제로 PIK3CA 유전자 변이로 인한 PI3K-α 과활성화를 억제한다. 과도한 PI3K 활성을 차단해 신호전달을 억제, 암세포를 죽이는 기전이다. 유럽종양학회(ESMO)는 HER2(ERBB2), BRCA1/2 유전자와 함께 PIK3CA 변이를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꼭 확인해야 하는 유전자로 꼽는다.

▶ 내분비요법 실패 뒤 피크레이 사용하니 'mPFS 2배 연장'

피크레이는 SOLAR-1 연구에서 PIK3CA 변이 동반 진행성 유방암 환자 대상으로 3상 연구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그 결과는 매우 좋았다. 

손 교수는 "이 임상 전에 굉장히 중요한 연구가 있었다. PIK3CA 변이 억제에 있어 내분비요법만 하는 것 보다 좋다는 연구였는데 부작용으로 사용 못 하게 되면서 좀더 PIK3CA에 선택적인 물질을 개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며 최초로 PIK3CA 변이 표적치료제가 개발된 배경을 설명했다.

SOLAR-1연구는 아로마타제 억제제로 치료를 진행중이거나 치료 후에도 종양이 진행된 총 572명 환자를 등록했다. 연구에는 18세 이상 폐경 후 여성과 남성이 참여했고 HR+/HER2- 진행성 유방암을 가지고 있었다. 

이 임상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PIK3CA 변이 동반 환자가 341명을 대상으로 피크레이+풀베스트란트 병용과 대조군 1대 1 비교 연구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PIK3CA 변이 환자는 다시 피크레이300mg+풀베스트란트500mg 병용 투약군 169명과 위약+풀베스트란트500mg 투약군 172명으로 나뉘어졌다. PIK3CA 변이가 없는 환자는 피크레이300mg+풀베스트란트500mg 병용 투약군 115명과 위약+풀베스트란트500mg 투약군 116명으로 나눴다.

1차 평가변수는 PIK3CA 변이 동반 환자에서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Free Survival, PFS) 연장이었다. 2차 변수는 PIK3CA 변이 동반 환자에서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전체반응률(Overall Response Rate, ORR), SAFETY, QoL 등을 봤다. 

그 결과 피크레이+풀베스트란트 병용은 PIK3CA 변이 동반 환자에서 무진행존기간 중앙값(mPFS) 11개월로(95% CI, 7.5-14.5) 풀베스트란트 단독 요법 5.7개월(95% CI, 3.7-7.4) 대비 약 2배 가까이 연장했다.

피크레이 mPFS

이에 대해 손 교수는 "SOLAR-1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내분비요법 실패 환자 대상으로 한 임상 비교에서 풀베스트란트 단독 환자 PFS는 5.7개월인데 반해 피크레이+풀베스트란트 병용은 11개월로 늘어난 것이 핵심 포인트"라고 짚었다.

질병 진행과 사망 위험도 약 35% 감소(HR=0.65, 95% CI, 0.50-0.85; p=0.00065) 시킨 결과에 대해서도 손 교수는 "위험비(HR)가 0.65이며 P값이 0.00065인 것은 통계학적으로도 확실히 피크레이를 추가하면 환자 PFS를 늘릴 수 있다는 중요한 데이터"라고 덧붙였다.

피크레이+풀베스트란트 병용은 전체 종양 크기가 최소 30% 이상 감소한 환자 비율을 뜻하는 지표 ORR에서 35.7%(95% CI, 27.4-44.7)를 나타냈다. 이는 대조군 16.2%(95% CI, 10.4-23.5) 대비 2.2배 높은 결과다.

PIK3CA 변이 환자 4명 중 3명에서도 종양 수축을 보였는데 손 교수는 "실질적으로 반응이 없던 환자도 종양 크기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피크레이+풀베스트란트 병용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edian Overall Survival, mOS)은 1차 평가변수는 아니었다. 통계적 의미는 없지만 39.3개월(95% CI 34.1-44.9)로 대조군 31.4개월(95% CI, 26.8-41.3) 대비 약 8개월 연장(HR=0.86, 95% CI, 0.64-1.15, p=0.15)했다.

피크레이+풀베스트란트 병용은 간과 폐 전이가 있는 환자에서도 3년이 넘는 mOS를 기록했다. 피크레이+풀베스트란트 병용군 mOS값이 37.2개월(95% CI, 28.7-43.6)로 대조군 22.8개월 대비(95% CI, 19.0-26.8) 14개월 이상 연장(HR=0.68, 95% CI, 0.46-1.00)한 결과다.

신약인 만큼 부작용도 중요하다. 피크레이는 위약과 유사한 수준의 QoL 수치를 나타냈다. 손 교수는 "피크레이+풀베스트란트 병용군은 대조군과 비교해 높은 고혈당과 발진, 설사를 보였으나 관리 가능하다"며 치료적 혜택을 부가했다.

특히 고혈당은 PIK3CA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제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부작용이라고 했다. 손 교수는 "PIK3CA 변이를 목표로 하면 항상 고혈당이 온다. 아무리 선택적으로 억제하더라도 다른 부분을 건드리는 것 같다"며 "PIK3CA 치료제의 특징적 부작용이지만 전반적으로 관리를 하면 얻는 이득이 많다"고 말했다.

피크레이 SOLAR-1 임살 설계

▶ CDK4/6억제제 실패 환자에서 피크레이 효과는?

오늘날 HR+/HER2- 진행성 유방암 1차 표준치료가 CDK4/6억제제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1차 표준치료 약 90%가 CDK4/6억제제로 이뤄진다. CDK4/6억제제 후속 약물로 피크레이를 사용했을 때 효과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아직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다는 게 손 교수 의견이다.

우선, 노바티스는 2상 연구인 BYLieve에서 임상적 가능성을 봤다. PIK3CA 유전 변이가 있는 18세 이상 ECOG 수행상태(an Eastern Cooperative Oncology Group Performance) 2점 이상자 중 CDK4/6억제제를 사용했으나 실패한 환자가 대상이었다. 1차 평가변수는 코호트별로 6개월 시점에서 질병 진행(PD) 없이 생존자 비율이었다. 2차로는 PFS, PFS2, ORR, CBR, DOR, OS, SAFETY를 봤다.

특히 이전에 CDK4/6+AI를 투여받은 환자 127명이 코호트A에 포함됐다. 이중 PIK3CA를 확인한 환자는 121명이었다. 피크레이300mg+풀베스트란트500mg을 투여한 결과 61명(50.4%, 95%CI41.2-59.6)이 6개월 시점에서도 질병 진행 없이 생존했다. mPFS는 7.3개월(95% CI 5.6-8.3)로 나타났다.

손 교수는 연구 결과에 대해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먼저 "CDK4/6 병용 1차에서 실패한 환자의 PFS가 3~4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피크레이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스터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CDK4/6억제제가 실패했음에도 7.3개월이라는 수치는 SOLAR-1 연구 11개월 보다는 낮지만 사용을 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구 2차 평가변수인 OS는 175(21명)였고, CBR(Clinical benefit rate)은 45%(55명)였다. 안전성은 SOLAR-1 연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BYLieve 코호트A 환자군은 SOLAR-1 임상에 참여한 환자 보다 앞서 더 많은 치료를 받았음에도 유사한 수준의 종양크기 감소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손 교수는 "PIK3CA 변이가 잇는 환자에게 피크레이+풀베스트란트 병용이 표준치료에 들어와야 한다. CDK4/6억제제 1차에 실패하고 나서 피크레이를 추가하면 PFS를 늘릴 수 있고 어느 정도 관리가능한 독성 부작용 없이도 OS에서 혜택이 있는 치료제로 사용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미국 NCCN 가이드와 유럽 ABC5, 국내 가이드라인은 피크레이 병용을 권하고 있다. NCCN은 카테고리1으로, ABC5는 PIK3CA 변이 환자에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