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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 새해 벽두 약가인하, 시작부터 ‘가시밭길’
[긴급점검] 새해 벽두 약가인하, 시작부터 ‘가시밭길’
  • 김정일·김응민 기자
  • 승인 2020.01.02 0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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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약가인하, 국내 매출 상위 제약사 편
215개사 3,929품목 평균 2%↓, 1000억원대 손실 ‘예고’
업계 “실거래가 조정제, 제약사 두 번 죽이는 셈” 토로

경자년 ‘하얀 쥐’의 해가 밝았다. 쥐는 풍요와 희망, 기회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 제약업계에는 2020년이 약가인하 압박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해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장 새해 첫날부터 적용되는 실거래가 조정에 따른 약가 인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최소 1,000억원 규모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본지는 약가인하 직격타가 예상되는 제약사들의 실적 영향도를 분석했다.

최근 약가인하를 고시한 보건복지부 ‘약제 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에 대한 개정안에 따르면, 올 1월 1일부터 215개 제약사 총 3,929개 품목의 약가가 평균 1.96% 인하된다. 이 같은 약가인하 배경에는 ‘실거래가 조정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실거래가 조정제도는 요양기관이 청구한 약제별 실제 거래가격을 활용해 가중평균가격을 산출한 뒤 기준 상한금액을 인하하는 제도를 말한다. 약가 인하율은 기준 상한금액의 10% 이내에서 이뤄지며 격년(2년마다)으로 운영된다. 이번에 반영된 품목의 조사 기간은 2018년 7월 1일부터 2019년 6월 30일까지의 진료분이었다.

≫ NDMA 상처 가시기도 전에…“엎친 데 덮친 격”

업계는 정부의 약가인하 명령에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행 제도는 제약사들에게 근본적으로 불리한 구조”라며 “요양기관들은 제약사에게 의약품을 저가에 공급할 것을 요구한다. 의약품을 싼값에 구매할수록 정부에서 주는 장려금이 커지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저렴하게 공급한 의약품에 정부가 실거래가 조정제도라는 명목으로 다시 한번 약가 인하를 하는 것이다”며 “그야말로 제약사를 두 번 죽이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보건복지백서’에 따르면, 국내 요양기관들은 ‘처방·조제 약품비 절감 장려금 제도’를 통해 ▲2016년 776억원 ▲2017년 887억원 ▲2018년 918억원 규모의 장려금을 지원받았다. 이 제도는 요양기관이 제약사에서 의약품을 저가로 구매해 ‘원내에서 사용되는 전체 약품비’를 줄일 경우 장려금을 주는 것이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며 “아직 제약업계는 발사르탄·라티니딘에서 검출된 NDMA 불순물 사태의 여파를 회복하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연초부터 약가인하로 매출에 타격을 입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제약사들에게는 그야말로 ‘설상가상’인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번 약가인하가 제약사별로 어느정도 파장을 가져다주는 걸까.

≫ 전체의 16.7% 해당하는 3,929품목 인하대상…손실액 최소 1천억대 웃돌 듯

우선 급여의약품 인하 품목의 비중은 전체 기등재의약품(1일 현재 23,588품목)의 16.7%에 해당하는 3,929품목이다. 이 중 대부분은 전문의약품이지만 스멕타현탁액 등 일반의약품 110개도 포함됐다. 또한 내복 및 외용제는 2,334품목(60% 비중), 주사제는 1,595품목(40% 비중)으로 집계됐다. 평균 인하율은 내복제가 1.91%, 주사제가 2.32%로 주사제의 인하율 폭이 높았고 이를 합친 전체 인하율은 1.96%에 달했다.

주목할 점은 약가인하로 인한 업계의 손실액이 최소 1,000억원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점.

이 같은 피해 규모는 지난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거래가 조정제도로 약 808억원의 급여를 절감했다고 밝혔던 사례를 통해서도 추정할 수 있다. 당시 약가인하가 적용된 약제의 총 품목 수는 3,619개였고 평균 인하율은 1.3%였다.

그러나 올해는 2018년 대비 품목 수도 늘어난 데다 인하율도 50%나 확대된 만큼 손실액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셈법만으로도 손실 규모는 약 1,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번 약가인하에서 크리스탈생명과학의 ‘도네린정5mg’이 최대 인하율인 41.84%를 기록했고, 현대약품 ‘올라핀정10mg’이 34.21%, GSK ‘알리톡연질캡슐10·30mg’도 인하율 폭이 30%가 넘어 눈길을 끌었다.

제약사 중 최다 인하품목을 보유한 곳은 명인제약으로 전체 품목 수는 172개였으며 평균 인하율은 4.93%였다.

이어 한미약품 138품목(1.09%↓), 종근당 132품목(1.42%↓), 환인제약 108품목(3.41%↓), 동아에스티 104품목(1.9%↓), 한국화이자 104품목(2.29%↓), 씨제이헬스케어 101품목(1.69%↓), 한국노바티스 98품목 (1.16%↓), 한림제약 92품목(2.62%↓), 일동제약 84품목(1.39%↓)으로 집계됐다.

또한 국내 매출 상위 10개 제약사의 원외처방 손실 전망치를 추산한 결과, 10개 제약사의 전체 손실 추정치는 56억원이었고 그 중 상위 4개 제약사의 손실액 규모만 43억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10억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한미약품(19억원 추산)과 종근당(11억3천만원)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 동아에스티(6억7천만원)와 대웅제약(6억3천만원)이 연 5억원 이상의 매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점쳐졌다.

제일약품(4억7천만원), 일동제약(4억2천만원), 유한양행(1억9천만원), JW중외제약(1억5천만원)의 매출 감소 폭은 5억원 이하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광동제약과 녹십자의 경우 원외처방 손실액 규모 자체는 1억원 미만으로 타 경쟁사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 상위제약사 ‘간판제품’ 대거 포함…품목 수 많은 만큼 손실 규모도 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한미약품의 경우, 회사의 급여 등재의약품 377품목 중 172품목이 인하 품목에 해당됐다. 품목 수가 많은 만큼 손실 규모도 클 것으로 예상되며 전체 손실액은 약 19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약가인하 품목에는 한미약품의 대표품목인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도 포함됐다. 로수젯은 연매출 750억원대의 대형 품목으로 현재 회사의 실적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제품이다. ‘로수젯정10/20mg’의 인하율은 1.65%로 한미약품은 이 품목 하나만으로도 약 12억3천만원의 손실을 떠안게 생겼다.

이 외에도 블록버스터급 약물인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이하 품목평균 0.18%↓),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0.25%↓), 항혈소판치료제 ‘피도글정’(0.11%↓), 뇌기능개선제 ‘카니틸정’(0.54%↓)이 약가인하 리스트에 포함돼 약 3억원의 연간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종근당 역시 간판품목인 뇌혈관질환치료제 ‘글리아티린’이 약가인하 대상으로 지정됐다. 인하율은 0.19% 정도로 1억원 정도의 피해가 예상된다. 다만, 지난해 글리아티린의 주요 원재료인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가격이 6.7% 인하된 점은 오히려 종근당에게 있어 다행이었다.

이 외에도 고혈압치료제 ‘딜라트렌’(0.5%↓)과 ‘딜라트렌에스’(0.12%↓), 고지혈증치료제 ‘리피로우’(0.19%↓), 면역억제제 ‘사이폴엔’(1.04%↓) 등이 인하 대상에 포함돼 종근당은 약 11억원의 매출을 손해 보게 됐다. 특히 딜라트렌의 원료인 카르베딜록은 오히려 5.2%가 오르면서 딜라트렌 품목은 원료 가격 상승과 약가 인하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동아에스티는 회사 급여등재의약품 197품목 중 절반인 104품목이 인하대상에 포함돼 피해가 다소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원외처방 품목만 봤을 땐, 손실 규모는 약 6억원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동아에스티는 작년 상반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소화기계 품목들의 성장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한 전력이 있는 만큼 이 같은 악재에도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대표품목 중 인하대상에 들어간 것은 항혈전제 ‘플라비톨’(0.17%↓)과 고지혈증치료제 ‘리피논’(0.99%↓), 최근 급성장한 위궤양치료제 ‘동아가스터’(1.1%↓)와 성장호르몬 주사제 ‘그로트로핀’이 있다. 특히 그로트로핀 주사액은 평균 1.82%, 주사액카트리지(20I.U/1.8mL)는 2.41%의 인하율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의 193개의 급여등재의약품 중 27%인 53개가 인하대상에 (215개 제약사 평균 32%) 해당하고 여기에 평균 인하율도 0.66%로 낮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의 약가인하 품목에는 기능성소화제 ‘가스모틴’(0.89%↓), 고혈압치료제 ‘올메텍’(0.33%↓), 위궤양약 ‘알비스D’(0.26%↓), 간장약 ‘우루사’(0.36%↓), 일반의약품 진해거담제 ‘엘도스’(0.52%↓)가 포함됐다.

눈길을 끄는 점은 회사의 최대 매출 제품인 ‘우루사’도 포함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인 ‘우루사정100mg’이나 ‘200mg’이 아닌 연매출 10억원 내외의 ‘우루사정300mg’ 품목만 약가인하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우루사의 약가 인하 손실은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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