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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신약·제네릭 개발만이 살 길”
“한국형 신약·제네릭 개발만이 살 길”
  • 이헌구 기자
  • 승인 2019.12.2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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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성장 합격점, 관건은 질적 수준…“산학 협력이 해답”
‘제약산업육성법’ 가진 나라 한국뿐…“기존 제도 합리적 운영해야”
신약개발은 긴여정…“전문성 강화하되, 한 분야 올인은 위험”

이상원 교수(성대약대 제약산업학과)

2019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도 대한민국에는 충격적인 일들이 많았다. 뒤늦게 터진 안전성 이슈로 품목 허가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었던 데다, 일부 기업들에선 임상시험에 실패하는 대형 악재들까지 터져 나오면서 한국의 신약 개발 역량에 대한 회의론을 형성한 한 해였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희망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 배경들이다. 본지는 이상원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제약산업학과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가 신약과 제네릭 분야에서 당면한 과제를 짚어보고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가져가야 할 향후 10년, 20년 목표를 들어봤다.

 

이상원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제약산업학과 교수
이상원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제약산업학과 교수

≫ 정부의 제약바이오 육성책에 대한 학계의 평가를 말해달라.

현재 국내 제약산업에서 만들어 내는 신약 수는 양적인 측면에서 보면 나쁜 수준은 아니다. 최근 데이터를 보면, 약 4년 안에 15개 정도의 신약이 추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 1상과 2상에 있는 파이프라인들도 6~8년 사이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시판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가 관건이다. 민간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벤처기업들에게 R&D 지원을 확대하거나 대형제약사들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문제는 질적인 측면이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신약들은 아직 의료적으로 우수한 수준까지 도달한 것은 아니다. 투자금 회수 측면에서도 부족하다.

먼저 의학적인 가치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경우 신약 중 30% 가량이 약리학적으로 최초의 작용기전을 갖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약 30개의 신약 중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지는 것은 많이 잡아야 2개 정도다.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의료적으로도 관심을 받지 얻지 못하는 이유다.

여기서 긴밀한 산학 협력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기업 스스로 새로운 작용 기전을 만들기는 사실상 힘들다. 기초과학이 탄탄한 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다. 최근 들어 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산학 협력이 활성화 되고 있지만 좀 더 긴밀한 연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기업과 대학들로만 연계 대상을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 국내기업과 해외대학 간의 연계, 국내 대학과 해외기업 간의 연결고리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오픈 이노베이션도 적절한 돌파구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파이프라인은 내부에서만 나오기 어렵다. 세계적인 통계를 봐도 벤처기업이나 대학과 같은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된 경우가 많다. 신약 시장의 트렌드가 기존의 제품을 보완하기보다는 좀 더 혁신적인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 해외 선진국의 제약산업 육성전략을 설명해달라.

크게 수출주도형 국가와 외국 기업 유치형 국가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과도기 단계에 해당한다. 아일랜드나 일본과 같이 해외진출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미국, 유럽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첨단 기술을 육성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과 유럽 같이 기초과학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이 있다. 이들 국가의 경우 정부가 무역규제나 글로벌 표준을 이용해 자국 산업이 해외에 진출하도록 후방지원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이나 일본, 한국과 같이 자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아일랜드와 싱가포르 같이 외국 기업을 자국에 유치해 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이 있다. 아일랜드는 법인세 감면, 기업 부지나 인력개발 지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국 유치를 지원하고 있다.

사실 선진국들은 거의 민간 중심으로 방향성이 설정돼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는 드물다. 아일랜드나 싱가포르는 해외투자 유치 차원에서 제약바이오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다양한 기금을 바탕으로 창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인센티브제를 통해 외국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정책을 모방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경우 민간협회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협력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런 시스템을 우리가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도 10년 전에는 외국 기업의 자국 유치를 중요한 목표로 삼았던 적이 있다. 다국적 제약기업의 대규모 연구소 유치나 송도국제도시 개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사실 이런 정책은 돈이 많이 든다. 아일랜드나 싱가포르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자국 산업들이 어느 정도 형성됐기 때문에 유치를 통해 얻는 이익보다 오히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남아 국가와 같이 자국에서 의약품을 생산할 여력이 부족한 국가들의 경우 사실상 국가 차원의 지원 정책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는 정책의 개수나 강도 차원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국가다. 소위 ‘제약산업육성법’이라는 법률을 갖고 있는 나라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정책이 있는 나라도 드물다. 제약산업을 어느 한 국가에 특정지어 육성 정책을 펼치기 보다는 기존의 제도 안에서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다.

≫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향후 10년, 20년 목표를 제시한다면?

글로벌 100대 기업들 중에서 20, 30년 전에는 없었지만 급속도로 성장해 현재의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있다. 그러나 1~10위권은 거의 변동이 없다. 예외가 있다면 길리어드 사이언스정도다.

바로 이런 사례가 우리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10위권은 아니더라도 30위권, 50위권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기업들이 국내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바이오테크 기업이든 연구개발을 하는 상위 제약사든 길리어드가 밟은 길을 따라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두 번째 모델은 이스라엘 테바나 인도 시플라나 선 파마슈티컬 같은 제네릭 회사들이다. 신약은 만들지 않았지만 저렴하게 만든 제네릭을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면서 순위권에 들어가는 방법이다.

제네릭 분야는 무엇보다 생산의 효율성이 관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네릭 시장은 국내 영업 중심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테바나 선과 같은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가격과 품질을 담보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정도 수준을 맞춰야만 그들과 경쟁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수반돼야 한다.

국내 제네릭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며 이마저도 여러 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상태라 규모의 경제 실현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정량 이상의 생산이 담보돼야 품질 수준이 올라가고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해왔던 형태로는 글로벌 시장의 패권을 잡는 게 쉽지 않겠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분야이므로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바이오시밀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혹은 다른 제네릭으로라도 생산의 효율성, 규모 등을 늘려서 도전한다면 불가능한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쟁자가 많아 쉬운 시장은 아니지만 도전할 만하다는 의미다.

세 번째 모델은 개량 제품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높은 순위까지 가기는 힘들겠지만 40, 50위권은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기업들이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의약품위탁생산(CMO) 회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바이오테크 기업과 같은 소기업들은 직접 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CMO 파트너를 찾는 것이 필수다. 이 사업의 성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만약 우리 기업이 높은 수준의 공정과 서비스 품질을 갖춘다면 CMO도 도전해 볼 만한 분야다. 막연한 미래를 꿈꾸기보다 이렇게 국내에서 활성화 되어 있는 분야를 위주로 도전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국내 제약기업들은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왔다. 성공을 위한 발판은 어느정도 마련됐다는 의미다. 다만 글로벌 시장을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각자 갖고 있는 강점들을 바탕으로 전문화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일각에서 벌어지는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개발 중 어떤 분야가 더 중요한지에 대한 논쟁은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의미가 없다. 하나의 분야만으로 올인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되고 해서도 안 된다.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차원의 정책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환경도 존재한다. 다만 이러한 성공요소들이 분명한 목표점을 갖고 꾸준히 지속되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상원 교수

학력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약학사 (제약학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석사 (보건경제학)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공학박사 (기술경영학)

주요경력

1999-2016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산업기획단장 등

2003-2003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 방문연구원

2016- 현재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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