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유튜브 세상에서 근무 약사들의 소득 공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적나라한 소득 공개가 ‘전문성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묘한 긴장감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약사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약사 A 씨는 최근 한 유튜브 영상에서 “약국마다 월급이 다르다”며 “서울에서는 낮고 시골지역으로 갈수록 월급을 많이 받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풀타임 근무 기준으로 서울에서는 세후 400만원 정도를 받는다. 대기업 초봉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말 ‘한몫’ 당기려면 시골이나 섬으로 가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명 약사 유튜버 B 씨도 “신입 약사의 월 수령액은 세후 350~400만원 정도다”며 “지방은 그것보다 좀 더 많은 400만원 후반이다. 약사들이 부족한 지방에 비해, 수도권에 인원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해당 영상 조회수는 12월 18일 현재 2만 건.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지금 이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솔직하고 재기발랄 방식으로 영상을 통해 공개한 근무약사의 소득 수준이 약사 직업에 대한 ‘전문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청자는 “그 정도 월급은 알맞은 수준이다”이라며 “약사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레 생긴 현상이다. ‘잘 나가는’ 개인방송 BJ들이 하루에 받는 별풍선 정도의 금액이다”고 말했다. 다른 시청자 역시 “항공정비사보다도 적은 금액을 받고 있지만 적절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해당 영상을 향해 날을 세운 시청자들도 있었다. 또 다른 시청자는 “개인 방송에서 화제성을 얻기 위해 직업군의 급여를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현장에는 수많은 선후배들이 있다. 사려 깊은 내용으로 제작해달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청자 역시 “현장에 나와있는 약사들 보기에 부끄럽다”며 “당장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B 씨는 “제가 속한 직업군의 평균 급여 수준을 이야기한 것 뿐이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일반인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직장인 C씨(34)는 “약사들의 전문성이 이전보다 떨어져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세후 350만원이면 연봉 6천만원이다. 오히려 유튜브에서 공개된 소득을 보니 납득이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진단하면 효과를 바로 느낄 수 있는데, 약국에 가서 ‘약 설명을 진짜 잘한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 기계적인 일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약사들의 전문성 부족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었는데, 유튜버들의 소득 공개로 그런 사실을 재확인했다는 것.

하지만 약사 사회에서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단순 소득 공개로 약사들의 전문성을 폄하해서는 안된다”며 “의약분업 이후 전문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의약분업 당시 다루던 약에 비하면, 지역 약국에서 다루는 약의 종류는 더욱 많아졌다. 복약지도의 수준이 더욱 향상된 이유”라고 밝혔다.

‘전문성 부족’이 소득 수준에 반영됐다는 시청자들과 일반인들의 의견을 일축하는 지적이다.

약업계에서는 엇갈리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약업계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전에는 약사가 전문의약품을 직접 처방했다. 그만큼 약사들의 위상이 높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면허만 빌려주고 약국을 운영하는 곳도 많고, 바쁘다는 이유로 복약지도를 소홀히 하는 곳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무약사들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사라졌다는 뜻”이라며 “세후 350만원은 병원이나 제약사 약사들에게 낮은 금액일 수 있지만 페이(근무) 약사들에게는 적당한 수준이다. 유튜브 시청자들에게도 이제는 ‘약사는 전문성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영상이 약사 직역의 위상 하락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면 다른 약업계 관계자는 “근무 약사들의 월급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반영된 것일 뿐이다. 전문성 저하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예전에는 서울에서 페이 약사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였다. 지금은 약사들이 과거보다, 훨씬 많이 배출됐기 때문에 약국의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급이 많이 이뤄졌는데 수요가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니까 소득이 줄어든 것”이라며 “물론 이제 페이 약사는 돈을 많이 버는 ‘사’자 직업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다. 다만, 일부 유튜버들이 전한 내용을 전체 약사들의 전문성 부족 문제로 연결시킬 수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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