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제약업계는 혼돈 속에서 올 한 해를 보냈다. 특히 국내 제약시장 판도를 뒤흔든 NDMA 검출 사태는 제약사별로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최근에는 메트포르민에 대한 불순물 의혹까지 꼬리를 물면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라니티딘을 시작으로 불거진 발암물질 파장은 내년 실적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또 다른 후폭풍을 몰고 올것으로 예상된다.

본지는 NDMA 사태에 따른 제약사별 실적 영향도를 분석했다.

≫ 라니티딘, NDMA 불순물 파장...내년 시장 '대격변' 예고

작년 발사르탄 사태에 올 시장변화 ‘체감’…2020년 '가시밭길' 예감 

제약업계는 올해도 불순물 공포에 떨었다. 작년 고혈압약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서 NDMA 성분이 검출된 데 이어 올해는 항궤양제 ‘라니티딘’과 당뇨약 ‘메트포르민’에서도 같은 발암물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판매중지 품목을 가지고 있는 제약사는 직격타를 맞게 된 반면, 대체약을 보유한 제약사는 실적 확대의 기회를 얻게 됐다.

문제가 된 성분의 원외처방 규모는 판매중지 전 기준으로, 발사르탄 1100억원, 라니티딘 1700억원, 메트포르민 4200억원 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작년 발사르탄 사태로 인한 올해 제약사별 영향도를 보면, 대원제약, 한국휴텍스제약, LG화학, JW중외제약, 한국콜마, 한림제약 등이 직접적인 실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미약품, 노바티스, 보령제약 등이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본 곳으로 확인됐다.

또 라니티딘 사태로 인해서는 대웅제약, 일동제약, 대웅바이오, 한국휴텍스제약의 실적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 반면, 보령제약, 동아에스티, 아스트라제네카, CJ헬스케어는 ‘득’이 많을 것으로 점쳐졌다.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 NDMA 검출 사태가 ‘폭풍급’이었다면 2020년엔 ‘태풍급’ 파장이 몰려올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최근 해외에서 당뇨약 ‘메트포르민’도 NDMA가 검출되면서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메트포르민은 제 2형 당뇨 환자들이 기본적으로 먹는 약으로 지난해 국내 원외처방 규모만 4,000억원을 웃도는 대형품목이다. 이는 라니티딘의 시장 대비 2배 이상 큰 규모다.

≫ 발사르탄 사태에 대원제약·휴텍스제약 실적 ‘직격타’

한미약품·보령제약·베링거인겔하임 ‘반사이익’

지난해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에서 발암가능물질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검출되면서 해당 성분을 함유한 제품들의 판매가 일제히 중지되며 NDMA 불순물 파장의 신호탄이 됐다.

이로 인해 관련 제약사들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실제로 판매중지에 따른 제약사들의 손실액은 지난 1년새 약 900억원에 달했다. 만약 그간의 시장성장률까지 감안하면 이 기간 증발한 처방실적은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사르탄 사태로 인해 구상권을 청구한 제약사 69곳의 처방실적 변화를 확인한 결과, 대원제약 ‘엑스콤비’와 한국휴텍스제약 ‘엑스포르테’가 각각 89억원과 88억원의 판매 감소를 보였다.

이어 LG화학 ‘노바스크브이’ 78억원, JW중외제약 ‘발사포스’ 65억원, 한국콜마 ‘하이포지’가 50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명문제약 ‘엑스닌’ 45억원, 아주약품 ‘아나퍼지’ 44억원, CMG제약 ‘아모르탄’ 32억원, 삼익제약 ‘카덴자’ 31억원, 한림제약 ‘발사오르’ 패밀리가 50억원으로, 발사르탄 사태가 터지기 전보다 처방액이 대폭 줄어들었다.

반면, 이를 기회로 한 단계 도약한 품목들도 있다. 최대 수혜자는 한미약품 ‘아모잘탄’패밀리로 발사르탄 사태이후 처방액이 193억원 늘어났고 노바티스는 ‘엑스포지’와 ‘디오반’이 합작해 153억원이 성장했다. 또 보령제약 ‘카나브’와 ‘듀카브’도 총 131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베링거인겔하임의 ‘트윈스타’가 55억원이 올라온 실적을 거뒀다.

≫ 니자티딘 판매중지 제품, 연 40억원 수준 타격 ‘미미’

발사르탄 불순물은 중국 제지앙화하이社가 제조한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가 발견된 것으로, 이 회사의 제조공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라니티딘은 분자구조 자체의 원인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약처는 라니티딘에 포함돼 있는 ‘아질산염’과 ‘디메틸아민기’가 특정 조건에서 자체적으로 분해·결합해 생성되거나 제조과정 중에 아질산염이 비의도적으로 혼입돼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유사한 분자 구조인 ‘니자티딘’ 제제 일부에서도 NDMA가 검출돼 완제의약품 일부가 판매중지 됐다.

다만, 나자티딘의 경우 지난해 시장 규모가 300억원에 채 못 미치는 수준이며, 판매중지 된 제품의 지난해 매출은 44억원 정도였다.

≫ 라니티딘 사태, 대웅제약 알비스 최대 ‘피해’ 안겨

대체약 가스터·스토가·케이캡 최대 ‘수혜’

라니티딘은 지난 9월 판매 중지 됐다. 때문에 본격적인 파장은 내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지금까지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일단 대웅제약과 일동제약이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이며, 대웅바이오, 한국휴텍스제약, 마더스제약, 알파바이오, 휴온스, 넥스팜코리아, 한미약품도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대웅제약의 자체 제품인 위궤양약 ‘알비스’ 패밀리는 판매중지 전 연간 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담당하던 거대 품목으로 올 3분기까지 425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회사매출 점유율 5.7%). 따라서 앞으로 라니티딘의 판매 중지가 풀리지 않는 한 알비스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처방손실이 발생한 건 일동제약의 ‘큐란’도 마찬가지다. 이 약은 연간 약 200억원의 매출을 담당하던 품목이다. 다만, 일동제약은 큐란의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 동아에스티와 ‘가스터’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하고 매출 손실을 상쇄했다.

이어 대웅바이오 ‘라비수’(전년 116억원 처방), 한국휴텍스제약 ‘루비스’(58억원), 마더스제약 ‘라세틴엠’(55억원), 알피바이오 ‘가제트’(56억원), 넥스팜코리아 ‘넥시나’(54억원), 한미약품 ‘라니빅에스’(45억원)가 직격타를 맞게 됐다.

반면, 수혜가 예상되는 품목은 동일한 H2수용체길항제 제제에서는 동아에스티 ‘가스터’(성분명 파모티딘)와 보령제약 ‘스토가’(라푸티딘)로, 두 품목은 8월 처방 실적에 비해 11월 한 달 동안 각각 166%와 80% 급성장한 결과지를 내놨다.

프로톤펌프(PPI) 계열 제제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넥시움’, 한미약품 ‘에소메졸’, 일양약품 ‘놀텍’이 각각 37%, 23%, 11%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CJ헬스케어의 ‘케이캡’은 지난달 36억원의 처방실적을 올리면서 올해 3월 시판 이후 매월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 메트포르민 제조사 100여곳, 블록버스터 제품만 10개 이상

식약처 실태조사 착수…내년 당뇨약 시장 '안갯속' 

메트포르민 성분의 당뇨약을 만드는 제약사는 100여곳에 이르고 있으며, 연매출이 100억원을 넘는 블록버스터 품목만 10개를 상회하고 있다.

대표 품목으로는 MSD ‘자누메트’, 베링거인겔하임 ‘트라젠타듀오’, 노바티스 ‘가브스메트’, LG화학 ‘제미메트’, 대웅제약 ‘다이아벡스’, 아스트라제네카 ‘콤비글라이즈’, 한독 ‘테넬리아 엠’ 등이 있다.

아직까지 이들 메트포르민 제품들은 국내에서 NDMA가 검출되진 않았지만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본격적인 실태 조사에 착수한 만큼 그 어떤 결과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메트포르민에서 NDMA가 검출된다면 DPP-4 억제제 병용처방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시장변화를 예측하기가 상당히 힘든 상황이다”며 “국내 시중에 나와있는 메트포르민 제품 중에 아직까지 NDMA가 검출된 사례는 없지만 허가당국이 검사를 진행하는 단계인 만큼 업계에서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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