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300인 이상 기업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되던 주52시간 근무제가 내년부터 5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 시행된다. 도입 과정에서 시기상조라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컸고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있지만 예상과 달리 큰 문제없이 연착륙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약·바이오업계도 초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최소화하면서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중소제약·바이오기업의 경우 주52시간 근무제를 감내할 기초체력이 부족한 만큼 유예기간을 부여해 성공적으로 제도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0인 이상 중소 제약·바이오기업이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이들 기업 중 300인 이상 모회사의 계열사나 지주사인 JW신약, JW생명과학, JW홀딩스, 휴온스글로벌 등은 이미 그룹 전체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었고 다른 기업들도 시행을 앞두고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다.

작년 7월부터 선제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당초 예상보다 큰 충격없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초반 혼란은 있었지만 회의 간소화나 탄력·유연근무제 등을 통해 업무 효율성과 직원 만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는 것.

A 제약사 관계자는 “일과시간 내에 맡은 업무를 마무리해야 되는 만큼 담배를 피거나 잡담하는 시간이 확 줄어들고 업무 집중도가 높아진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며 “또 유연·탄력근무제 도입으로 출·퇴근 시간을 개인 일정이나 업무 스케줄에 맞춰 조절이 가능해 직원들의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처 방문이 주요 업무인 영업사원을 대상으로는 간주근무제가 대세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과거에는 지점별로 출근 도장을 찍고 거래처로 가야했다면 지금은 바로 거래처로 가서 업무를 시작해도 근무시간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는 것. 또 법인카드 사용 시간이 오후 9시부터 제한되면서 퇴근 시간도 앞당겨 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B 제약사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의 근무 시간은 팀에 따라 유동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전에 비해 팀장의 재량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며 “지금까지 성과에 문제가 생기거나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은 만큼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시행에 따른 변화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핵심 마케팅 창구인 학회나 세미나 등이 대부분 주말에 몰려 있어 추가 근무가 불가피한 부분은 아직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대다수 기업들의 의견이었다.

기업의 경영진도 주 52시간 근무제의 철저한 준수를 임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분위기다. 추가 근무의 경우 1.5배로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고 야근이 많다고 업계에서 소문이 퍼질 경우 인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C 제약사 관계자는 “회사에서 정시 출·퇴근을 지속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런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정기회의를 없애고 스탠딩 회의로 변경한다거나 회의 시간을 단축하는 등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힘쓰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회사문화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보통 회식이 저녁에 있었는데 이제는 점심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변화들이 직원들의 삶의 질 제고는 물론 조직의 로열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회사 차원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신경 쓸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200인 미만의 제약·바이오기업들도 대부분 주 52시간 근무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인력 규모 한계 등이 명확한 만큼 탄력적으로 제도를 적용하거나 추가적인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만약 일괄적으로 제도가 시행될 경우 각 파트별로 문제점이 즉각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우선 일시적으로 생산량 및 물량이 급증할 경우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구·개발 파트는 특정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연장 및 주말 근무가 불가피하고 루틴한 업무를 기준으로 근무시간 기준을 설정하기도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D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스케줄에 따라 임상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초과근로와 집중근무는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환자 모집 등 여러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로 인해 경쟁약물의 개발 속도에 뒤쳐지면 수년간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 것이 바로 신약개발”이라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인 근무 기준에 맞추라고 하면 기업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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