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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제약사 영업사원 ‘퇴사 후기’…“이것이 극한직업”
쏟아지는 제약사 영업사원 ‘퇴사 후기’…“이것이 극한직업”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10.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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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강도, 비상식적인 음주 문화 등 얼굴 공개로 거침없이 비판
업계 “신념이 없어서다” vs. “유튜브 통한 경고” 엇갈린 반응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퇴사 후기가 유튜브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음주문화, 과도한 접대 등을 이유로 퇴사를 결심했다는 ‘자기 고백’을 거침없이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약업계에서는 제약사 영업사원의 후기를 담은 유튜브 영상에 대해 엇갈리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드라마 <고백부부>에서 손호준은 악명 높은 제약회사에서 14년 동안 온몸을 던져 버틴 베테랑 영업맨으로 나온다. 병원장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현란하게 4잔의 폭탄주을 말거나 불륜녀를 관리한다. 하지만 의사의 지나친 ‘갑질’을 참다못한 손호준은 결국 자신의 처지를 ‘개만도 못하다’며 절규한다.

그렇다면 제약사 영업사원의 ‘현실’은 어떨까. 중대형 제약사들이 본격적으로 신입사원 채용에 뛰어든 가운데 최근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전직 제약 영업사원의 생생한 후기가 입소문을 타며 퍼지고 있다.

이들 유튜버들은 제약사 영업사원이 ‘극한 직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영상에 담아내고 있다. 취준생들이 평소 제약사에 다니는 지인들에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이제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쉽게 접하고 있는 것.

지난달 25일 유튜버 A 씨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불편한 진실’이란 제목의 영상에서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다닌 제약사의 음주 문화는 상상을 초월했다”며 “상급종합병원은 매출이 많은 거래처인데 병원 사람들과 술자리를 자주 가졌다. 차마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럽게 놀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여자친구가 있어서 더욱 힘들었다. 억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었다”며 “환경이 사람을 악마로 만들었다. 착하고 성실한 영업사원이 타락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토로했다. 병원 의사들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영업사원들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것이 A씨 주장.

실제로 중소제약 업계에서는 ‘선’을 넘는 유흥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최근 퇴사한 영업사원은 "김영란법, 리베이트 처벌 강화로 이전보다 접대 횟수가 많이 줄어들긴 했다“면서도 ”하지만 소형 제약사들은 아직도 룸살롱 접대로 의사의 환심을 사는 경우가 있다. 접대를 하면 저녁부터 새벽까지 시달리기 때문에 당연히 지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강도 높은 노동시간도 A씨가 퇴사를 결정한 배경이었다. A씨는 "매일 아침 7시까지 회사로 출근한 뒤 저녁 8시 퇴근이 일상이었다"며 "근로시간이 길어서 지옥같았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선배들의 서류를 챙겨야 했다. 바빠서 취미생활을 누릴 틈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A씨 증언대로 최근 몇 년 사이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현지출근’이 일상화되면서 서류 보고 등 잡무가 오히려 늘었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앞서의 전직 영업사원은 “비용 문제 때문에 집에서 보통 병원이나 약국으로 바로 출근한다”며 “서류보고 자체가 엄청나게 늘었다. 관리자들이 영업사원이 어디서 뭘 하는지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건마다 서류 보고를 요구했다. 퇴근 이후 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밝혔다. 매출 계획서, 거래처별 재고량 등 ‘서류 더미’에 파묻힌 나머지, 영업사원들의 근무 시간이 과거에 비해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

이뿐만이 아니다. 유투버 B 씨 역시 22일 ‘제약사 퇴사 이유’란 제목의 영상에서 “약국 영업이 괴로웠다“면서 “약국 직거래만 없으면 약사들을 따로 상대할 필요가 없다. 일이 훨씬 더 수월해지고 반으로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제약사 영업사원이라도 약국을 상대하는 업무 부담이 상당히 크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도 약국 담당 영업사원의 스트레스가 병원이나 의원급 의료기관보다 극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약업계 관계자는 “약국 담당은 의원을, 의원을 상대하는 영업사원은 대학병원을 맡고 싶어하는 것이 이쪽의 생리다. 고객은 적어지고 잡일이 점점 줄어드기 때문이다”며 “약국은 약을 넣고 수금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잡일이 많다. 심지어 약사가 약국에서 박카스 박스를 옮기라고 하면, 친해지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한다”고 토로했다.

앞서의 전직 영업 사원도 “어떤 지역은 건물주가 약사였다. 이런 약사들은 병원까지 쥐고 있기 때문에 영업하기가 더욱 힘들다”며 “일부의 경우 단가 후려치기와 백마진을 요구하면서 영업사원을 괴롭힌다. 가장 지저분한 게 수금이다. 수금 날짜를 계속 늦추는 약국도 많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직 영업사원들의 이러한 유튜브 퇴사 후기에 대해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약업계 다른 관계자는 “제약사 영업사원 초봉이 4000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활동비를 합치면 수익이 더욱 많다. 입사 즉시 고급차를 뽑는 이유다. 이런 혜택을 누린다면 어느 정도 압박은 견뎌야 한다. 구조적인 이유 보다는 직업적 신념이 없기 때문에 퇴사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영업사원들의 입장은 다르다.

앞서의 영업사원은 “제약사들이 영업사원을 소모품 취급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이른바 ‘스패어’ 사원을 따로 두는 제약사도 있다. 나가고 싶으면 언제든 나가라는 것이다. 회사가 직원을 인간답게 대해주지 않으니, 유튜버들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고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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