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상시 사용할 목적으로 비축해 놓은 ‘타미플루’에 10년 된 제품들까지 섞여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신종플루 대유행 때 제품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당초 2년이던 유효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났던 게 이 문제의 발단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가 만료되기 이전에 상황이었던 만큼 복제약이 대거 출시된 현 시점에선 국가비축의약품에 대한 유효기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지난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의 수요가 급증했다. 당시 타미플루의 특허마저 풀리지 않았던 상황이라 제조사인 로슈는 사실상 시장을 독점했다. 정부가 제약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항바이러스제의 유효기간을 수차례에 걸쳐 연장한 배경이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는 국가비축의약품으로 타미플루를 보유하고 과거 두 차례에 걸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유효기간 연장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타미플루는 지난 2008년 4년에서 5년으로, 이듬해에는 5년에서 7년으로 연장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제조사인 로슈의 연장 요청까지 받아들여지면서 유효기간은 10년까지 늘어나게 된 것.

그렇다면 의약품을 관리하는 식약처는 어떤 근거로 타미플루의 유효기간을 잇따라 승인해 줬을까.

우선 식약처가 질본의 요청에 따라 유효기간을 연장한 근거는 미국의 시용기간 연장 프로그램(SLEP, Shelf Life Extension Program)이었다. 이를 통해 타미플루가 7년까지 사용돼도 문제가 없다는 게 당시 식약처의 설명이었다.

이후 개발사 측의 추가 연장 요청을 승인한 것에 대해서는 약사법 제85조의2 규정에 의거해 안정성시험자료와 제조번호별 품질검사성적서 결과를 근거로 유효기간을 연장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타미플루의 특허 종료 이후 현재 제네릭이 대거 출시된 만큼 오리지널 약의 비정상적인 유효기간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면 위를 다시 뚫고 나왔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타미플루의 경우 회사가 제출한 안정성시험자료 등을 검토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유효기간 연장을 승인한 것”이라며 “현재 출시돼 있는 제네릭의 유효기간이 오리지널과 차이가 있는 것은 ‘의약품 품목허가 심사 규정’에 따라 유효기간이 36개월을 초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네릭 제조사도 안정성 시험 자료 등을 제출하면 동일하게 검토 과정을 거쳐 연장이 가능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식약처도 타미플루의 유효기간을 10년까지 연장하는 데는 어느정도 부담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식약처가 질본 측의 요청대로 7년을 넘어 8년까지 추가적으로 타미플루의 유효기간을 연장해 달라는 요구를 거부한 적이 있다. 당시 식약처는 “전 세계적으로 8년까지 유효기간을 연장해주는 사례가 없을 뿐더러 약효와 안정성 등을 감안할 때 사용기간 추가 연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긴 유효기간은 약효와 안정성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빌미가 되는 것은 물론 또 다른 불이익을 파생시킬 수 있다. 보통 해외에서 제조된 의약품은 제조되자마자 수입되며 유효기간이 5년으로 비교적 긴 제품의 경우도 1년을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타미플루처럼 유효기간이 10년으로 설정돼 있을 경우, 급하게 물량이 필요할 때 제조사가 생산한지 오래된 제품을 보내더라도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거나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수입돼 시중에 유통된 타미플루의 제조일자가 2009년 12월 제품으로 드러면서 논란이 된적도 있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타미플루의 당초 사용기간은 2년이었다. 하지만 신종플루 대유행을 계기로 결국 10년까지 연장됐다. 항바이러스제, 캡슐제형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3년, 국가비축의약품으로는 5년을 넘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허 종료 이후 현재 타미플루의 제네릭이 다수 출시가 된 상황이라 과거처럼 물량 확보나 비용적인 부분에서 부담이 줄어든 상황이다. 항바이러스제 유효기간의 재정비가 필요한 이유다”며 “국가비축의약품의 경우 물량 확보가 목적이 아니라 비상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인 만큼 다소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유효기간 연장보다는 순환교체 방식으로 물량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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