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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충약, 항암효과 논란에도 의사 ‘못믿는’ 유튜버들, 왜?
구충약, 항암효과 논란에도 의사 ‘못믿는’ 유튜버들, 왜?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09.30 0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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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로 단정하는 의·약사 소통 방식, 공감대 형성 ‘제로’
‘이제 끝이다’, 분노 유발 메시지일뿐…“원론적인 말 보다 희망을”

유튜브 세상에서 구충약의 항암효과 논란이 더욱 확전되고 있는 모양새다. 의약사 유튜버들이 구충제 효능과 관련한 영상을 끊임없이 생산하고도 거센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오히려 환자 유튜버들은 더욱 큰 공감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두고 일부 의약사들 사이에서는 전문가들의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 이슈의 시작은 ‘유튜브’에서 촉발됐다. 지난 4일 미국인 조 티펜스라는 60대 남성은 유튜브 채널 '월드빌리지 매거진 TV’에 올라온 영상에서 펜벤다졸을 먹고 폐암이 완치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6년 말기 소세포폐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수의사 제안으로 펜벤다졸을 복용했더니 3개월만에 암세포가 깨끗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영상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말기 암환자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펜벤다졸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문제는 최근 의약사 유튜버들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하정훈 박사는 유튜브 채널 ‘하정훈’에 올린 영상에서 “조 티펜스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면서 주치의 허락 없이 임의로 다른 약물을 복용했다”며 “임상시험 참여자로서 기본적인 윤리를 어긴 것이다. 조 티펜스와 같은 방법으로 암이 완치됐다는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펜벤다졸에 대한 연구 자체가 없다”며 “펜벤다졸은 간과 골수에 독성이 있기 때문에 함암제와 같이 복용하면 합병증이 있을 수 있다. 혹시 복용한다면 주치의에게 이 상황을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시청자는 “시한부가 선고된 말기암 환자 앞에서 궤변을 늘어놓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의료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해 방치된 환자들이 전혀 근거가 없는 약물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겠다는 것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가. 의사들의 자격지심이다”는 댓글을 달았다.

다른 시청자도 “부작용은 항암제가 더욱 심하다”며 “말기환자가 절박한 마음으로 구충제를 먹었다는 것이 윤리적이지 않다고 해석해서는 안된다. 환자가 아닌 의사 입장에서만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청자들이 의사 유튜버의 영상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의학전문기자 홍혜걸 박사도 ‘강아지 구충제 항암제 효과는 가짜뉴스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조 티펜스 뉴스를 전하는 언론은 데일리메일이다”며 “영국의 타블로이드다. 연예인들의 가십 기사를 많이 싣는 곳이다. 데일리메일에서 나오는 의학기사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기암을 앓고 있는 분들의 절박한 심정을 안다”면서도 “펜벤다졸이 단 0.1%라도 도움이 되면 시도해볼만하다. 하지만 강아지 구충제는 아니다. 동물실험에 효과가 있다고 해도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는 건 성급한 것이다. 심각한 부작용도 있다. 이 성분은 가축에게만 허가된 약물이다. 드시면 안 된다”고 못박았다.

 

홍혜걸 박사의 유튜버 방송 중 캡처
출처=[홍혜걸 의학전문기자가 말한다!] 유튜브 영상 中

하지만 댓글 반응은 심상치 않다. 한 시청자는 “효과가 확인된다면 홍 박사는 세치 혀로 사람 목숨을 빼앗는 것”이라며 “나중에 펜벤다졸을 먹지 않고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책임질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다른 시청자도 “말기암 환자들의 절박한 상황에 대한 위로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팩트 전달도 좋지만 좀 더 따뜻하고 친절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유명 의사 유튜버들이 일관된 방법으로 펜벤다졸에 대한 전문적인 소견을 전달하는데도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는 뭘까.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펜벤다졸이 과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먹지 말라는 원론적인 말을 할 수 있지만 말기 암환자들에게는 다르게 들릴 수 있다. 이들은 희망적인 말을 듣고 싶어한다. 환자를 탓하거나 ‘이제는 끝이다’라는 메시지가 전해진다면 분노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조 티펜스 개인에 대한 윤리 문제를 지적하거나 펜벤다졸 항암 효과를 ‘가짜뉴스’로 단정한 의사소통 방식이 말기 암환자나 유가족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때문에 적어도 의사 유튜버보다 암환자 유튜버들이 신뢰를 얻고 있는 형국이다.

자신을 4기 암환자로 소개한 유튜버 안핑거는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 복용법 및 주의사항 총정리’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펜벤다졸과 비타민 E를 함께 먹어야 흡수가 잘 된다. 펜벤다졸은 3일 먹고 4일을 쉬지만 비타민E는 일주일 동안 복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펜벤다졸과 진통제를 함께 복용하려면 두 약이 섞였을 때 부작용 여부를 약사에게 확인해야 한다. 저는 펜벤다졸을 먹기 전에 혈액검사를 할 것이다. 펜벤다졸을 복용하면서 일주일마다 혈액검사를 해서 간이나 염증수치 변화를 수시로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청자들은 댓글을 통해 안핑거의 펜벤다졸 복용후기 후속편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출처=유튜버 안핑거의 ‘강아지 구충제 펜벤다졸 복용법 및 주의사항 총정리’ 유튜브 영상 中 

“회복이의 갑자기TV” 채널의 유튜버 회복도 최근 영상에서 “조 티펜스가 시한부 환자였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건강하게 살아있다. 믿을 수 없고 이상할 수 있지만 항암제보다 훨씬 안전한 방법같다. 말기 암환자라면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영상의 조회수는 27일 현재 약 7만 6000건. 앞서 의사 유튜버들이 기록한 수치를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시청자들이 전문가보다 암환자들에게 신뢰를 보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하지만 약사사회에서는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약사는 “전문가 유튜버들의 의사소통방식이 거친 것은 사실이다. 공감능력이 약해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펜벤다졸은 약화사고의 위험이 크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치료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암환자인 유튜버가 펜벤다졸에 대한 주의사항을 이야기하면서 복용을 권하는 것은 굉장히 우려스럽다”며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의료인보다 환자 유튜버를 믿는 불신 사회가 초래된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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