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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디자이너, “누군가는 해야 할 일” 황당 해명
약물 디자이너, “누군가는 해야 할 일” 황당 해명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07.0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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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사이비 전문가, 스테로이드 투여 불법상담 '현장'
일명 ‘스택표’ 제작, 중고나라에 버젓이…식약처는 ‘뒷짐’

전직 프로야구 선수가 최근 불법 스테로이드 투여로 논란을 일으키면서 일명 ‘약물 디자이너’의 실체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들 사이비 전문가들은 현재 온라인 중고물품 시장을 중심으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법률가들은 약물 디자인이 의료법상 위반이라고 경고하지만 이들은 황당 해명으로 일관 중이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를 수수방관 하는 모양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이여상씨가 유소년 야구교실에서 청소년에게 불법으로 스테로이드 약물을 투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약을 맞으면 대학에 갈 수 있다"면서 약물 투약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통해 그동안 소문으로만 전해졌던 ‘약물 디자이너’의 정체가 드러났다. 이 씨가 불법 스테로이드 제조 과정에서 약물 디자이너들과 공모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보디빌딩 선수 등을 상대로 단기간에 근육량이 증가하도록 스테로이드 투여 스케줄을 짜주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었다.

문제는 일부 약물 디자이너들이 여전히 대형 포털 사이트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는 점이다. 팜뉴스 취재 결과, 2019년 3월 11일 A씨는 네이버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디자이너, AS컨설팅, 스택표제작 의뢰문의”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A씨는 자신을 ‘디자이너’로 소개하면서 “연구를 통해 스택표를 디자인하고 있다”며 “몸의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프로선수, 선수육성, 격투기 선수 등은 망설이지 말고 제게 문의를 달라”고 말했다. 여기서 ‘스택표’는 고객 맞춤형 스테로이드 투약 스케줄을 뜻하는 용어다.

A씨는 약물 디자인이 필요한 조건으로 “선수로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려고 하는데 주위에 알리지 않고 싶을 때”, “스테로이드 사용주기와 시합주기를 맞추기 힘들 때”, “스택사용으로 도핑주기를 맞추고 싶을 때” 등 16가지를 들고 있다.

일반인들은 물론 청소년들도 불법 스테로이드 투여에 대해 강한 유혹을 느낄 수 있는 홍보 문구들을 상담 조건으로 언급한 것이다. A씨는 초급자부터 중급자까지, 등급별 약물 디자인 가격도 명시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단백질의 동화를 촉진시켜 신체 근육을 일시적으로 강화하는 약제지만 골다공증, 당뇨 악화, 성기능 장애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현행법상 스테로이드가 처방전 없이는 일반인에게 판매 자체가 금지된 이유다.

A씨는 “불법이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에 “약사법상 구매자는 처벌이 되지 않기 때문에 스택 상담 역시 합법이다”며 “고객 중에 청소년은 없다. 연령과 운동 경력을 따져서 상담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험이 적은 일부 약물판매업자들이 고객들에게 덤터기까지 씌우고 있다”며 “저는 10년 이상 약물을 사용해왔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하우를 고객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률전문가들은 A씨의 ‘약물 디자인’과 관련된 상담 행위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본승 변호사는 “불법 스테로이드를 판매하고 유통하지 않았다면 약사법 위반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스테로이드를 개인별 신체적 특성에 맞춰 사용량, 사용제재, 사용정도를 지도하는 것은 의료법상 ‘처방’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법원 판례(2017도19422)는 최근 ‘의료행위’에 대해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등을 시행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저는 병원근무자나 의사대행도 아닐뿐더러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목적의 처방을 위해 약물 디자인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약물을 직접 투여하거나 시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 제가 상담한 내용으로 약국에서 약을 살 수 없다. 이것을 처방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제본승 변호사는 A씨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제 변호사는 “A씨의 약물 디자인은 사실상 ‘처방’이다”며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의사 면허를 가지지 않은 채 처방을 내릴 경우 이는 무면허의료행위로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강조했다.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의료법 제18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처방전 발행을 포함한 처방 행위를 하지 못한다. A씨가 의료면허가 없는데도 그동안 불법 스테로이드를 복약 지도해왔다면 이는 의료법상 ‘무면허의료행위’에 저질렀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A 씨는 황당 해명을 늘어놓았다. 그는 “스택 사용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약물 디자인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아무리 불법 약물이라도 제가 약사나 의사보다 국내에 스택에 대한 정보를 더욱 잘 알고 있다. 10년째 스테로이드를 직접 사용해보고 경험해봤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문제가 된다면, 정부가 중고나라 게시글을 내릴 것”이라며 “오히려 글이 남아있는 것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했다는 반증이다. 다만 게시글을 수정하거나 스테로이드 관련 글을 전부 지우고 조만간 PT 프로그램으로 바꿀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약물 디자이너들이 ‘유혹의 손’을 뻗치고 있는 상황인데도, 보건당국은 수수방관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온라인 공간은 ‘무한대’다. 불법 게시물을 매일 확인하지만 전부 없애지는 못한다”며 “특히 스테로이드 구매 유도나 판매 권유는 확인하는 즉시 방심위에 차단 요청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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