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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형 일반의약품 안전할까?…“그건 식약처도 모르는 일”
파우치형 일반의약품 안전할까?…“그건 식약처도 모르는 일”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07.0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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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용 가이드라인 ‘실종’, 약국 및 환자 일선 혼란
식약처, 복용법 허가 사항에 부재 인정 “대책 마련할 것”

한약제제가 함유된 일반의약품의 복약지도에 대한 약사 사회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식약처의 미숙한 대처에 따른 복용 가이드라인 실종으로, 일선 약국은 물론 환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형국이다.

청원인 A 씨는 최근 식약처 국민청원안전검사제에 “매년 한약을 처방받아 한 달이상 장기 복용하고 있다”며 “포장지가 뜨거운 채로 배달되는 경험이 많다. 포장지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올 것 같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약 파우치에는 레토르트 식품에 사용되는 다층포장재가 사용된다. 다층포장재는 2∼3겹 이상의 플라스틱필름이나 알루미늄박 등을 접착시켜 만든 것이다. 한약 파우치에서 환경호르몬이 검출될 우려는 없다는 뜻이다.

식약처는 2012년 “다층포장재 중 식품 접촉면에 사용되는 재질인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에는 가소제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다. 내분비계장애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식약처 관계자는 1일 “한약제제 성분이 있는 일반의약품 허가신고를 받을 때 포장재질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왔다”며 “GMP(원료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상 제품 접촉 포장지는 인체에 유해 우려 없도록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약 파우치의 유해성에 대한 불안감이 약국에서 판매되는 일반의약품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갈근탕이나 소청룡탕 등 한약제제가 들어있는 파우치형 일반의약품에 대해 약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사는 “환자들이 갈근탕을 집에 가서 데워 먹는다고 할 때마다, 복약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전자레인지 등 기구를 이용해 의약품을 데워 먹는 부분에 대해 복용 가이드라인이 없는 경우가 많다. 환경호르몬 검출이 우려돼서 ‘다른 컵에 따른 뒤 전자레인지에 데우라’고 설명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처럼 의약품을 ‘고온’ 상태로 복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복용 과정에서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마땅한 복약 가이드라인은 없다.

본지는 파우치로 구성된 일반의약품의 복약지도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서울 인근의 약국들을 찾았다.

K 약국 약사는 “전자레인지에 데워먹을 때는 가급적 전자레인지용 전용 용기를 사용해달라”며 “다른 용기를 사용할 경우 몸에 상당히 좋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E 약국의 약사는 “전자레인지용 용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며 “유리컵이나 다른 컵에 데워먹어도 된다. 밀폐된 상태이기 때문에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해한 성분이 나올 리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파우치형 일반의약품에 대해 제각기 ‘다른 복약지도’를 하고 있었다.

다른 약국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H 약국의 약사는 “가급적 실온 상태에 두었다가 먹는 것이 좋다”며 “전자레인지에 넣어도 환경호르몬이 나오지는 않지만 포장지가 터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C 약국 약사는 “아무래도 환경호르몬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전자레인지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제각기 다른 복약지도가 초래된 근본적인 원인 뭘까. 다른 약사는 “파우치형 일반의약품 표지에 복약지도 사항이 명확히 나와 있지 않다”며 “아무런 표현이 없기 때문에 약사들조차 복약지도를 엇갈리게 하는 것이다. 오히려 열을 가하면 분자구조가 깨지기 때문에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의약품에 그런 주의사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팜뉴스가 앞서 약국에서 구매한 일반의약품 3종의 표지를 분석한 결과, 파우치 형태의 일반의약품 복용 방법에 대해, 애매한 문구와 표현이 가득했다.

먼저 A 사의 소청룡탕 파우치 표지에는 “전자레인지를 이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다른 용기에 옮겨 데워 드십시오”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B 사의 갈근탕 표지에는 관련 내용이 전혀 없었다. C 사의 갈근탕 표지에는 “전자레인지를 이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전자레인지용 용기에 옮겨 데우십시오”라고 명시돼 있었다.

제약사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앞서의 A사 소청룡탕 제품의 관계자는 “환경호르몬 영향에 대해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다”며 “커피포트에 연결을 해서 중탕을 해서 먹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B사 관계자는 “약을 컵이나 유리컵에 따라서 전자레인지에 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탕, 유리컵 등 다양한 방법의 복용방법을 설명하고 있었지만 환경호르몬 검출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이는 식약처 차원에서의 명확한 ‘복용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약품 안전정보통합시스템 홈페이지에서 앞서 3종 의약품의 상세정보를 검색한 결과, 상온시 복용 가이드라인에 대한 내용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파우치형 의약품의 복용 가이드라인이 허가 사항에 명확히 담겨있지 않은 점을 인정한다”며 “향후 한의원 쪽 가이드라인을 준용해 환자들이 참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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