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GSK에 잠잠할 날이 없다. 지난해 끝난줄 알았던 이 회사의 정리해고 칼날이 이번엔 파이넌스 팀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GSK의 이 같은 잦은 구조조정의 원인이 비단 매출감소에서만 비롯된 것인지를 두고 말이 많다. 그동안 이 회사가 쏟아부은 퇴직금과 과도한 본사 송금 규모가 악순환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3일 업계 한 소식통에 따르면, GSK 한국법인이 최근 파이넌스 부서를 대상으로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을 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영업부서와 내근직에 대해 대대적인 ERP가 시행된지 1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또 다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것.

이 소식통에 따르면, GSK는 현재의 파이넌스 팀을 2명으로 최소화 시키기 위해 말레이시아법인에 통합하는 방안 등 허브역할을 통한 조직관리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아직까지 세부적인 합의사항에 대해선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지만, 제약업계 평균을 감안하면 2n(근속연수*2개월)에 통상 임금을 더하는 수준에서 ERP 보상액이 지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렇다면 유독 GSK에서만 이처럼 잦은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한 때 GSK에게는 국내 진출한 다국적제약사 중 ‘매출 1위’라는 타이틀이 따라 다닐 정도로 잘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여기에는 한 시대를 평정했던 당뇨약 아반디아, B형간염치료제 제픽스, 헵세라 등의 공이 컸다.

하지만 경쟁품목들이 시장에 진입하자 그 존재감은 서서히 약해졌다. 설상가상 격으로 이를 대체할 만한 이렇다 할 효자품목마저 등장하지 않으면서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회사는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2,927억으로, 전년대비 3% 가량 줄었다. 영업손실액도 40억원을 넘기며 2년 연속 적자기조를 이어갔다.

직원 수도 함께 감소했다. 2011년 750명이던 GSK의 임직원 수는 7년만인 지난해 450명으로 거의 반토막 난 수준이었다.

GSK는 작년에만 퇴직금으로 약 70억원의 돈을 썼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회사가 2009년부터 10여년동안 퇴직금 명목으로 들인 돈만 1천억원을 넘는 수준이라는 것. 이는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의 25배를 웃도는 규모다. 회사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자 불었던 몸집을 줄이기 위해 막대한 돈을 직원 내보내는 데 쓴 것이다.

GSK가 본사로 송금한 금액 역시 만만치 않다.

회사는 지난해 30여명의 직원을 내보내고도 150억원에 달하는 돈을 본사에 보내기로 했다. 이는 회사가 작년 거둬들인 82억원의 순이익의 2배에 달하는 규모로, 국내 진출한 주요 다국적사 중 가장 높은 배당성향(183%)이었다.

이마저도 GSK의 매출이 최근 지속적으로 줄어들자 그나마 합리적인(?) 수준에서 본사로 보내진 배당금이다. 사실 그동안 회사가 결정한 배당 규모를 보면 지난 2012년 300억원, 2013년엔 600억원, 2016년 5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이 본사로 흘러 들어 갔다. 

물론 GSK한국법인만 일방적으로 돈을 송금하는 건 아니다. 글로벌 GSK도 연평균 200억원 규모의 R&D 자금을 국내에 쓰기도 한다. 또 한국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팀을 구성할 경우에도 지원금이 국내로 유입된다. 배당금과 지원금 사이에 어느정도의 밸런스는 존재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실적악화에서 벗어나고자 강행했던 희망퇴직프로그램이 결국 본사 ‘배불리기’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비판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문제인 것.   

GSK 관계자는 이번 파이넌스 팀의 ERP와 관련해 향후 해당 부서에 남게 될 인원수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일부 업무는 리전(region)으로 넘어가거나 아웃소싱으로 옮겨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대신 새로 생겨나는 부서도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ERP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

이 관계자는 “기업은 비즈니스 환경에 따른 조직 운영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기업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순차적인 조직개편이 필요하다. 이번 ERP는 성장가속화를 최적화 하기 위한 과정으로, 작년에 포함되지 않았던 부서에 대한 하나의 연장선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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