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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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천연물 유래 의약품을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약사사회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당국이 규제완화를 통해 건보재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게 진짜 속내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안전성 문제가 도마위에 오른 만큼 치매약의 건기식 전환 과정에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학적 합성이 없는 천연유래 성분물질을 국내에서도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고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 규정상 의약품 원료는 건기식으로 사용할 수 없지만 천연물 유래 의약품에 한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규제가 풀린다면 국내에서 의약품으로 제한된 천연 성분의 건기식 사용에 대한 ‘빗장’이 풀리게 된다.

식약처는 알파-GPC(콜린알포세레이트)를 건기식 성분 확대 예정인 의약품원료 목록에 포함시켰다. 알파-GPC는 뇌기능 개선제로, 우리나라에서 전문약으로 분류되는 성분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건기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을 건기식 원료로 허용하면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사는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의사 처방이 있어야 사용이 가능한 성분이다. 효과에 비해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라며 “해당 성분을 건기식으로 전환하면 환자들이 용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만큼 부작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을 건기식으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뭘까.

이와 관련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기재부와 식약처에서 슬쩍 작업을 하는 것 같다”며 “최근 치매 환자의 급격한 증가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은 잘나가고 있다. 급여로 들어가는 보험 재정이 상당하니, 건기식으로 규제 완화를 해서 재정 지출을 줄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시장은 지난 5년 사이 빠른 속도로 팽창 중이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원외 처방실적 규모는 8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2.2% 증가했다.

지난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원외처방금액이 2880억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3000억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라인웍스가 2016년 심평원 의료명세서 빅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콜린알포세레이트 400mg은 국내에서 처방금액이 가장 큰 의약품주성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의약품이 건강보험 재정 지출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제약업계 일각에서 보건당국이 건보재정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건기식 전환을 서두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정부 측은 이를 적극 반박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건기식 전환이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다”며 “건보재정 누수 해결을 위한 목적은 없다. 안전성 우려가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주관하고 식약처에서 검토한 사안이지만 의견 조회 단계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논란이 재조명 되고 있다. 실제 치매 예방약으로 널리 처방되고 있는 글리아티린은 지난 2017년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이 약의 주성분 역시 콜린알포세레이트다.

글리아티린에 포함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은 의사들과 약사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효능 논란에 휩싸여왔다.

이는 식약처가 최근 건기식 성분 확대 예정인 의약품원료에 포함시킨 알파-GPC의 효능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 때문에 보건당국의 건기식 규제완화 발표 이후 약사사회에서는 식약처가 콜린알포세레이트를 건기식 의약품원료로 발표했다는 것 자체가 보건당국의 ‘일관성 없는 잣대’를 보여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 이동근 정책기획팀장은 “보건당국은 애초에 효과가 불분명한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해 허가를 주고 급여권 진입을 허용했다”며 “식약처가 이제 와서 건기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보건당국의 잣대가 애매모호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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