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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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대형 악재를 만난 가운데 식약처의 부실 검증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식약처가 인보사의 허가 과정은 물론 생명윤리법 개정 등에 대해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안전처는 지난달 31일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유통과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인보사의 주성분 중 1개 성분이 허가 당시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지금까지 상황만 보면 모든 비난의 화살은 코오롱 측에 쏠려 있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형질전환세포(TC)의 특성을 분석했던 2004년의 결과를 근거로 인보사에 명찰을 잘못 달아준 책임은 어디까지나 사측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보사 사태가 비단 회사의 오판에서만 비롯된 건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응 탓에 누적된 문제가 터진 것이지, 모든 책임을 회사 측에만 돌리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인 것.

약업계 한 관계자는 “인보사는 처음부터 효과성 면에서 불안한 신약이었다”며 “식약처가 임상시험이나 효과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존치료제랑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많은 편의를 봐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식약처 허가 당시 인보사는 연골재생 효과와 관련해 논란에 중심에 섰다. 식약처는 인보사를 무릎 관절 연골을 재생해 퇴행성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즉 구조개선이 아닌 증상개선을 위한 단순 통증개선제로 허가를 내준 것.

앞서의 관계자는 “식약처가 무리를 해서 신약이 통과된 것”이라며 “유전자치료제라면 당연히 연골 재생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진통제로 허가를 내줬다. 식약처 때문에 효과가 없었던 약이 마치 대단한 치료제인 것처럼 둔갑했다. 애당초 유전자 치료제로 통과되지 말았어야 할 신약”이라고 질타했다.

결과적으로 식약처 허가는 ‘예견된 참사’의 발단이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 허가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며 “당시 확인하고 시험할 수 있었던 내용은 전부 확인했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했는데 유효성 부분이 부족해 인정할 수 있는 부분에 한해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보사의 건강보험 등재 신청 과정을 살펴보면, 식약처의 해명은 석연치 않다. 코오롱 측은 지난해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당시 비급여 상태였던 인보사를 보험급여 등재 신청을 했다가 3개월 후인 12월경 자진 취소했다. 당시 제약사의 자진 취소는 극히 드문 사례였다.

코오롱 측은 “약값을 제대로 받기 위해 취소했다는 입장”이었지만 약업계 일각에서는 “약에 큰 하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했다. 실제로 보험급여 등재 심사 과정에서 전문학회가 부정적인 의견을 심평원에 전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인보사 약효 논란은 정점에 달했다.

전문 학회가 당시 인보사가 기존 치료제에 비해 통증 완화, 기능 개선, 관절 구조 회복 등에서 이점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보험급여를 권고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

단순히 구조개선 뿐만 아니라 통증완화 면에서도 인보사의 약효가 부족하다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었다. 학계는 식약처가 허가한 약의 통증 완화 효과 대해 더욱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셈이었다. ‘인보사 약효 논란’이 끊임없이 지속돼온 배경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5년 코오롱 측은 생명 윤리법상 규제로 인보사의 허가와 판매에 암초를 만났다. 약사법과 생명윤리법 등 현행법상 유전자치료제 연구가 기존에 잘못된 유전자를 교정하는 것으로 정의돼 인보사의 허가에 장애물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해 국회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유전자를 교정하지 않고 전달만 할 경우 치료 대상이 관절염 등 만성질환으로 확대될 수 있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정책팀장은 “인보사는 유전자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는 치료제다. 유전자 치료제는 대부분 세포가 번식하면서 다음 세대로 유전자가 전달돼야 약효가 평생을 간다. 하지만 인보사는 전달이 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기존의 치료제가 없다는 이유로 인보사를 위해 생명윤리법이 개정됐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약업계 일각에선 식약처, 보건복지부 등 보건당국이 생명윤리법 개정에 적극 개입하면서 인보사라는 괴물을 키워내 이번 사태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목소리마저 들리고 있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 관계자는 “국회 입법과 이번 사태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생명윤리법 개정이 이뤄졌다고 해도, 유전자 치료는 사람 생명과 관련됐기 때문에 식약처가 허가를 쉽게 하지 않는다. 의약품으로서의 효능 검증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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