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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불법 성인약 유통 ‘방관’…“일 안하나” 비난 폭주
식약처, 불법 성인약 유통 ‘방관’…“일 안하나” 비난 폭주
  • 최선재 기자
  • 승인 2019.03.0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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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방심위 ‘책임 떠넘기기’에 국민 안전 사각지대 노출
[기획특집] 성인 불법 의약품 온라인 거래 ‘천태만상’ 고발

이른바 ‘고개 숙인’ 남자들의 온라인 의약품 불법 구매가 횡행하고 있다. 발기부전, 조루 치료제 등의 달콤한 유혹이 SNS는 물론 중고 시장까지 파고드는 모양새다.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불법을 저지르고 있지만 보건 당국은 소극적인 정책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팜뉴스는 기획으로 성인 의약품 천태만상을 고발한다.

자유한국당 윤상직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 6월까지 불법의약품 온라인 판매 적발한 건수는 전부 12만 2702건. 특히 발기부전과 조루 치료제가 5만 2884건으로 전체의 43.1%를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대한민국 ‘고개 숙인’ 남자들이 성인 의약품 구매의 장본인이었다는 사실.

수요는 곧 공급과 연결된다. 공급은 불법의 공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현행 약사법은 약국개설자만이 약국에서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의약품 판매업자들과 남성들은 서로 조건이 맞으면 즉시 적절한 가격에 합의한다. 정확한 시장규모를 파악할 수 없는 이유다. 약사가 아닌 사람이 의약품을 판매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법은 ‘고개숙인’ 남자들의 불법 온라인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 약사법의 맹점은 구매자 처벌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한 판매업자는 “대부분 남자들이다. 부부관계를 오래 하면 딜레마가 생긴다. 의욕은 앞서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부부간에 약간씩 사용한다”며 “연인 사이에서도 원활한 관계를 위해 분위기를 한 번 바꾸려고 주문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시장은 남성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특히 SNS에서 남성들은 클릭 몇 번으로 자신이 원하는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다.

 

최근 기자가 트위터에서 ‘발기부전’ 또는 ‘남성최음제’와 같은 키워드로 검색한 순간 “#정품발기부전치료제구입, #남성최음제구입‘ 등 해시태그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여성의 신체가 드러난 사진과 함께 불법 의약품 판매업자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목록들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트위터를 통해 접근한 사이트에는 발기부전 치료제, 여성흥분제(최음제) 형태의 의약품들이 가득했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비아그라와 시알리스가 암암리에 교환되고 있었다. 무허가 수입의약품인 킹파워스프레이와 프로코밀크림도 보였다. 킹파워스프레이와 프로코밀크림는은 국소마취제 성분인 리도카인이 있는 의약품이기 때문에 부작용 우려가 있지만 자유롭게 구매가 가능했다.

기자는 홈페이지에 있는 연락처로 구매를 시도했다. 약 1분 만에 업자 A 씨는 “프로코밀보다는 X칙이가 낫다. 조루증과 발기부전을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메시지의 발신지는 마카오였지만 즉각 회신이 이뤄졌다. “전립선 비대증이 있어서 마취성분이 걱정된다. 부작용은 없느냐”는 질문에 A 씨는 “부작용은 전혀 없다. 즉효성 제품이라 4시간 뒤면 약효가 빠진다. 금방 회복이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은 최음제 등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최음제마다 “여성의 교감 신경을 자극해 일반적인 스킨십이 있어도 성관계 충동을 자연스럽게 유발시킬 수 있다”는 홍보 문구가 보였다. A 씨는 “무색. 무미. 무취 제품으로 술과 커피, 음료에 타면 여성의 성욕이 증가하고 흥분도가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불법 의약품 판매는 물론 은근슬쩍 성범죄를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불법 성인 의약품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방송통신심의원회(방심위)의 대처는 미흡한 수준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모니터링을 해서 우리 측에 자료를 주면 시정요구 대상인지 여부를 결정한다”며 “인터넷 정보를 삭제하거나 이용제한 조치를 하는데 사이트를 폐쇄해도 도메인을 바꿔가면서 만들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거나 법적 제재는 식약처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종의 '책임 떠넘기기'다.

약업계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임진형 회장은 “인터넷 의약품 판매가 합법화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며 “불법 성인 의약품을 몇 백 개씩 가져다놓고 장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약사법 위반이고 분명 불법이지만 정부는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데 홈페이지만 단속 중이다”고 비판했다.

식약처의 책임도 크다. 식약처는 불법 의약품 유통을 감시하기 위해 2018년 2월 ‘식품의약품 사이버조사단’을 발족했지만 경찰청 고발·수사 건수는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신상진 의원실에 의하면 2016년 143건, 2017년 38건에서 2018년 8월 기준 9건이었다. 사이버조사단 출범 당시 식약처는 훈령까지 제정하면서 의욕을 보였지만 감시 기능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경찰청에 고발을 하려면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있어야 한다”며 “전화번호뿐 아니라 주소, 계좌, 정보가 있어야 수사를 의뢰하거나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불법 업자들의 연락처를 추적해보면 대포폰인 경우가 많다. 전화번호도 자주 바뀌기 때문에 건수가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건당국과 식약처의 방관 속에 불법 성인 의약품 판매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SNS뿐만 아니라 포털 사이트에서 판매업자들의 스마트폰 메신저 아이디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기자와 접촉한 다른 업자 B 씨는 “최음제보다는 물뽕(GHB)이 좋다. 신고가 자주 들어와서 물뽕을 홈페이지에 홍보하진 않는다”며 “일반 최음제에 비해 효과가 몇 배 좋다”고 구매를 권했다. GHB는 향정신성의약품의 하나로 판매가 금지된 ‘데이트 강간’ 약물이다.

포털사이트 카페에서는 불법 성인 의약품이 더욱 은밀하게 거래된다. 네이버 중고나라의 일부 업자들은 불법 의약품을 다른 상품으로 위장한 채로 판매 중이다. 2월 19일 올라온 게시물의 이미지 사진은 유명 과자 제품이지만 실상은 성인 의약품. 이미지를 클릭하면 연락처와 함께 “발기부전과 조루 등 남성들의 5가지 고민을 해결하는 제품이다. 부작용과 뇌성이 없다”는 홍보 문구를 찾아 볼 수 있다.

 

게시물을 올린 업자 C 씨는 “지난번에 아이디 정지를 당해서 과자 사진을 올린 것"이라며 "제품을 홍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거래에는 문제가 없다. 아는 사람은 알기 때문에 연락이 온다. 제가 파는 건 우리나라에 들여올 수 없는 의약품이다. 단속을 피하고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문자나 메신저 거래는 하지 않는다. 경찰 수사망을 피해갈 수 있는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불법 성인 의약품은 어떻게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앞서의 업자 B 씨는 “2중 비밀포장으로 세관을 뚫고 들여온다”며 “이 일을 7년 넘게 해왔다. 걸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구매자 신변도 당연히 보장된다”고 단언했다. 업자 A 씨 역시 “단골 손님들의 배송 건수가 엄청나다. 원래 있던 제품을 판매한다고 둘러대면, 걸려도 빠져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관당국이 개인들의 택배를 일일이 뜯어볼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뒷짐을 지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관세청이 세관 단속을 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관세청에 비밀 포장을 할 수 없도록 키워드를 보내고 있다”며 “하지만 업자들이 택배 상자에 붙이는 키워드를 점점 다양화하고 있어서 한계가 있다. 의약품을 식품으로 바꿔서 보내면 통관에서도 뜯어볼 수 없다. X-ray를 투과한다고 나오는 성분도 아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약업계에서는 식약처를 향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약사는 “식약처가 ‘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매년 몇 만 건의 사이트 차단을 했다고 성과를 홍보하지만 단속인원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비아그라 같은 의약품은 안전하게 투약돼야 한다. 저혈압이 부작용이라 심정지 때문에 쓰러지는 사람도 많다. 식약처가 이런 환자들을 길거리에 방치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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