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 사이에서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주주 친화적 배당정책을 결정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실적에 비해 지나친 배당은 기업의 성장 동력을 훼손시킬 수 있고 대주주 ‘곶 간 채우기’라는 오명도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팜뉴스는 작년 잠정실적과 배당결정을 공시한 제약사 23곳의 현금 배당 현황을 집계해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들은 평균 영업이익의 25%, 당기순이익의 41%를 배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내부 유보보다는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나눈다는 의미뿐 아니라 대주주의 현금 유출 셈법도 들어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분석대상 23곳의 배당금 총액은 1,305억원으로, 1개사 평균 57억원이 배당금으로 사용됐다. 특히 당기순이익보다도 배당금에 더 많은 돈을 쓴 곳은 4곳으로 이연제약·삼일제약·진양제약·경동제약으로 확인됐다.

 

이 중 이연제약과 삼일제약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각각 82억원과 6억원의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는데 이연제약의 경우 현금 배당 82억원 중 가족 등을 포함한 최대주주가 수취할 돈이 54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당기순이익 이상으로 배당금을 책정한 진양제약과 경동제약은 각각 11억원과 71억원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하기로 한 제약사는 한독, 일동제약, JW중외제약, GC녹십자홀딩스, 휴메딕스 5곳으로, 이들 기업들은 순이익의 50~72%를 주주들과 나누기로 했다. 반면 비씨월드제약·삼천당제약·부광약품은 순이익의 10% 미만을 배당하기로 했다.

주목할 점은 이연제약과 같이 일부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배당금 지급을 결정한 배경과 경동제약의 경우 순이익을 넘어서는 수준으로까지 배당금을 책정한 점.

보통 배당금은 거둬들인 이익이 많을수록 커지고 반대로 수익이 부진하면 배당도 적기 마련인데 이연제약의 경우 지난해 저조한 영업실적을 내면서도 고배당을 결정했다. 이 회사의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5% 감소한 24억원이었다. 매출 역시 1,230억원으로 2.6% 역성장 했고 당기순이익도 5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전환 했다.

회사 측은 이 같은 고배당과 관련해 지난해 바이로메드 주식 60만 6,954주를 1,209억원에 매각하면서 차익으로 얻은 1,101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처리함에 따라 배당 여력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배당 자체가 최대주주의 입김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배당금 82억원 중 최대주주에게 돌아갈 몫이 65% 수준인 54억원이라는 점에서 ‘자기 배 불리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것.

특히 최대주주 범위에서 법인을 제외하고 개인들의 지분율로만 60%를 넘는 곳은 삼아제약과 이연제약 단 2곳뿐으로 금전적 혜택이 일반주주 보다는 대주주에게 가장 많이 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연제약 최대주주인 유용환 부사장(31.73%지분)은 이번 배당금 결정에 따라 26억6천만원을 챙기게 됐고 어머니 정순옥 회장은 7억9천만원(9.46%)을 받게 되는 등 오너일가가 받아갈 돈은 총 54억 1천만원에 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어려운 실적에도 현금 배당 성향을 유지하는 데에는 기본적으로 오너의 지분율이 높다는 점과 주주친화정책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일부 기업들이 배당금 책정에는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R&D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점에서 향후 지속 가능한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당기순이익보다 더 많은 배당을 결정한 경동제약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에도 국세청의 152억원 규모 세금 추징에 발목이 잡혔다. 때문에 당초 200억원 내외의 순이익이 56억원으로 줄어들면서 배당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 실제 2017년 배당금은 94억원으로 지난해 71억원 결정에 따라 배당금은 2017년에 비해 오히려 감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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