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수(한국룬드벡 대표)

룬드벡은 약 한 세기 전인 지난 1915년 무역회사로 비즈니스에 뛰어든 뒤 1940년부터 신경정신질환 분야에서 의약품을 생산, 전문 제약사로서의 면모를 본격적으로 갖추기 시작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현재 CNS 치료제를 중심으로 글로벌에서 약 3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약 5천여명의 직원들이 투입돼 있다. CNS 질환은 소위 선진국병으로 여겨지면서 국내에서는 비교적 소외된 질환이었던 게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우울증과 치매를 중심으로 해당 영역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한국에까지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의 시장 침투가 본격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룬드벡 오필수 사장을 만나 그의 경영철학과 '롱 런' 비결을 들어보고 회사의 비전과 미션, 그간의 발자취를 짚어봤다.

 

오필수 한국룬드벡 대표
오필수 한국룬드벡 대표

≫ CNS 전문기업이 되기까지 룬드벡의 타임라인

룬드벡은 혁신적인 신경정신질환 치료제를 개발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함으로써 이 분야 글로벌 리더로서 입지를 꾸준히 지키는 게 최우선 목표다. 사실 룬드벡이 처음부터 CNS 질환에 집중했던 것만은 아니다. 1950년대 삼환계항우울제(TCA) 개발 과정에서 중추신경계질환 관련 경험을 축적했고 1989년 SSRI 계열의 시탈로프람(citalopram)을 승인받는 과정에서 개발에 필요한 노하우와 역량을 쌓으면서 기타 질환 영역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오늘의 룬드벡이 오로지 CNS 질환 치료제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한스 룬드벡 설립자가 모든 재산을 ‘룬드벡 재단’을 만드는 데 기증하면서 재단이 회사 주식의 70%를 보유함에 따라 룬드벡이 성과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수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실제 회사는 전체 매출의 15~2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으며 일부는 기초과학연구에 지원하고 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제약사가 신경정신계 치료제를 갖고 있었지만 워낙 개발이 어려운 분야이다 보니 대규모 투자에 부담을 느꼈던 만큼 개발을 중단한 곳도 많았다. 이런 가운데 룬드벡은 재단 자체에서 CNS 치료제 개발을 사명으로 삼았기 때문에 한 길 만을 묵묵히 걸을 수 있었다.

≫ 설립 18년차 맞은 한국룬드벡의 현 위치는?

한국룬드벡은 2002년 설립돼 올해로 18년이 지났다. 처음 회사가 만들어질 당시 국내 제약사와 공동 판매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전 거래처를 직접 방문하는 제약사로 성장했다. 그간 CNS 경험을 인정받은 세일즈 디렉터부터 RA 전문가까지 회사로 대거 집결했고 본인 역시 같은 기반으로 GM에 임명됐다. 작게 시작했지만 이념과 신념을 알리면서 회사가 켜졌고 2014년부터는 신제품 출시로 회사가 급성장 하는 계기가 됐다.

대부분의 소규모 글로벌 제약사와 마찬가지로 한국룬드벡도 처음에는 아시아 소속이었다. 때문에 본사에 직접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지사를 통해 보고가 이뤄졌다. 한국룬드벡은 2010년부터 본사에 직접 보고할 만큼 성장했으며 2015년부터는 주요 11개국에 포함됐다. 역사가 18년에 불과한 한국룬드벡이 주요국에 들어간 데는 그동안의 성과가 증명하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 5년간 한국룬드벡의 평균 성장률은 약 17%로 다국적제약사들의 평균 성장률을 상회한다.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 중 우리나라가 주요국에 들어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 한국인 CEO의 강점과 역할, 그리고 장기 연임의 비결은?

국내 진출한 다국적제약사의 한국인 CEO가 줄었다는 것은 우리나라 시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인 대표가 이끄는 글로벌제약사는 회사의 문화나 규모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룬드벡의 경우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고 전문화된 분야를 맡고 있는 만큼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로컬 전문가의 역할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한국에 신약을 가져오는 것이 글로벌 제약사의 가장 큰 역할이라면 이 경우 CNS 전문가로 구성된 우리 임원들은 본사를 설득하면 실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덴마크인이 회사를 이끌면 국제적인 네트워크 측면에서 분명히 장점은 있겠지만 절대적인 요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처럼 전문화 돼 있는 기업에서는 로컬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 분명 큰 장점이다.

장기 연임의 비결이라면 신뢰를 꼽을 수 있다. 1, 2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일하려 했고 이를 본사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명한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한 부분이다. 문제가 있다면 사전에 본사와 있는 그대로의 내용을 공유해 해당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처해왔다.

≫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회사가 추구하는 기업문화 및 인재양성은?

직원 한명 한명이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성과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 대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Top-down 방식은 옳은 경영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룬드벡이 처음 시작할 당시 본인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GM에 불과했지만 본사는 절대 권위적이지 않았다. 이에 저 또한 본사에서 느낀 바를 한국룬드벡에 똑같이 옮기려고 한다.

특히 회사는 평가 위주의 시스템보다는 연중 피드백을 통해 직원 개개인이 본인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서포트해 줄 수 있는 문화를 정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자기개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지원함으로써 종합적인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자 노력하고자 한다.

아울러 한국룬드벡은 팀워크 증진을 위해 ‘PAL’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P’는 Plate로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의미고 ‘A’는 Art로 문화를 즐긴다 뜻이며 ‘L’은 Leisure로 레저 활동을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부서원들 간 자체 워크숍을 지원해 주는 회사의 프로그램에 대해 직원들의 호응이 상당히 좋다.

≫ 회사의 중점 추진 과제와 향후 목표는?

현재 1, 2상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임상 파이프라인은 다수 존재한다. 다만 CNS는 신약이 나오기 어려운 영역인 건 사실이다. 실제 룬드벡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을 실패하면서 수 천억 원이 날아간 경험도 있다. 작년 연말엔 조현병 치료제도 3상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하면서 연구를 중단한 바 있다. 두 가지 신약 연구가 실패하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실망감도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신경정신 분야 치료제 개발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이는 CNS 선도 기업인 룬드벡이 사명감을 가지고 진행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회사가 가진 항우울제는 2개로 작년 3분기 기준 국내 항우울제 시장에서 룬드벡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총 18%다. 우리나라 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룬드벡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회사는 항우울제 시장의 선도기업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자살 방지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크게 느끼고 있다. 이에 회사 차원에서 전 직원들이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과정을 이수하고 있으며 생명존중 자살예방 선도 기업 제 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룬드벡은 우수한 항우울제 공급이라는 제약사의 기본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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