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보장성 강화와 제약산업
뇌기능 개선ㆍ치매치료제 현황과 전망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인 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치료제는 제약업계에서 개발만 되면 ‘대박’ 터지는 블루오션 영역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치매 치료제로 시중에 나온 제품은 몇몇에 불과하고 증상의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단기간 증상 완화 수준일 뿐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다.

또한 치매 치료제는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욱 거대해질 시장으로 꼽힌다. 국립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7년 현재 국내 치매 환자 수는 약 72만 명으로 집계됐으며 오는 2030년에는 127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치매치료제 시장 규모는 2천억 원 이상이며, 세계 치매치료제 시장은 올해 90억 달러 규모로 2023년에는 13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회적 흐름에 맞춰 문재인 정부도 국내 치매연구 및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치매 관련 R&D 예산에 350억 원 정도를 책정하는 등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에 돌입하면서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너도 나도 치료제 개발에 본격 돌입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본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발맞추어 치매치료제 및 뇌기능 개선제 시장 현황과 향후 전망을 조명해 보았다. 



치매 치료제 ‘도네페질’ 1,472억 처방 1위
국내사, 패치·주사 등 미개발 제형에 주목


치매 치료제는 크게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억제해 인지 기능을 높이는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Acetylcholinesterase inhibitor, ACEI)’와 기억과 학습에 관여하는 글루타민산염이 병이 생겼을 때 뇌 내 신경 사이에서 늘어나 과도하게 활성화하는 NMDA 수용체를 길항하는 ‘NMDA 수용체 길항제(NMDA receptor antagonist)’로 나뉜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 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ACEI 계열은 5개에 불과한데 실제 처방, 판매되고 있는 품목은 에자이의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 노바티스의 ‘엑셀론(성분명 리바스티그민)’, 룬드백 ‘에빅사(성분명 메만틴)’, 얀센의 ‘레미닐(성분명 갈란타민)’ 등 4개 제품 정도다.

처방액으로는 지난해 기준으로 도네페질 제제가 1,472억 원으로 가장 시장이 컸고, 메만틴 제제가 174억 원, 리바스티그민 제제가 140억 원, 갈란타민 제제 96억 원 순이다. 



에자이 아리셉트 처방 1위

‘아리셉트’는 일본 에자이가 1996년 개발한 가장 오래된 치매약물로 국내 허가·제조권한은 대웅제약이 보유하고 있으며, 판매는 한국에자이가 맡고 있다. 지난 2016년 기준 처방액이 650억 원에 달하며 여전히 블록버스터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지난 2009년 특허만료 당시 국내사들이 80여개에 달하는 제네릭 등재를 신청하는 등 경쟁이 매우 치열한 품목이다.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제네릭으로는 삼진제약 ‘뉴토인’이 지난해 123억여 원으로 가장 앞서고 있으며, 동아에스티 ‘아리도네’가 57억여 원, 고려제약 ‘뉴로셉트’ 45억여 원, 종근당 ‘뉴로페질’이 44억여 원 등의 순이었다. 이밖에도 명인제약 ‘실버셉트’, 한국파마 ‘바스티아’ 등 다수 제네릭 품목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리셉트’는 정제 5mg, 10mg, 23mg, 구강용해필름 5mg, 10mg, 구강붕해정 5mg, 10mg으로 나뉘어 발매되고 있는데 저용량의 경우 위와 같이 제네릭들이 시장에 많이 나와 있는 반면, 전체 실적은 적지만 경쟁이 심하지 않은 고용량 23mg에 국내사들은 주목하고 있다. 뒤늦게 발매된 데다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

현재 23mg 고용량 제품은 명인제약 실버셉트 23㎎, 현대약품 하이페질정 23㎎, 환인제약 환인도네페질정 23㎎ 등 3개 품목뿐이다.

최근에는 동화약품이 고용량 특허에 해당하는 항치매 약물의 안정화 방법에 대한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 청구에서 승소하면서 허가 및 출시 가능성이 높아졌고 삼진제약도 동화약품과 같은 특허 심판을 청구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향후 이들 제약사들이 합류하면서 고용량 제품 경쟁도 점차 심화될 전망이다.

‘엑셀론’ 급여 정지로 국내사 호재

이와 함께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품목은 노바티스의 ‘엑셀론’을 꼽을 수 있다. ‘엑셀론’은 캡슐과 패치제를 포함해 지난해 원외처방 매출이 150억여 원 정도로 도네페질 보다는 시장이 작지만, 노바티스가 최근 불법리베이트 제공 문제가 불거지면서 ‘엑셀론’ 품목에 대해 식약처가 지난 3월부터 3개월간 판매정지 처분을 내린 데 이어 지난 8월부터 내년 2월까지 6개월간 급여가 정지된 것. 이때를 놓치지 않고 국내사들이 제네릭 공략에 나서면서 주요 병원들을 섭렵하는데 성공, 오리지널 ‘엑셀론’은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약업계에 따르면 서울대학교병원은 캡슐 제제를 명인제약의 리셀톤 캡슐, 패치제는 SK케미칼 원드론 패치제로 대체했고, 순천향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은 리셀톤, 서울아산병원은 씨트리의 ‘엑셀씨’가 DC를 통과했다.

특히 ‘엑셀론’ 계열은 치매치료제에서 유일하게 패치제를 보유, ‘엑셀론 패치’가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아리셉트’를 패치형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치매는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많이 발병하는 만큼 경구제 복용이 불편하거나 질환 특성상 잊어버리고 시간에 맞춰 복용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패치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다. 이에 엑셀론 패치는 기존 정제 시장을 대체하며 전 세계에서 연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다 SK케미칼의 경우 엑셀론 패치 제네릭 ‘원드론패치’로 해외에서 쏠쏠하게 재미를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경증과 중등도에서 주로 쓰이는 다른 치매치료제들과 달리 룬드백 ‘에빅사’는 중등도나 중증 환자에게도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아리셉트 등의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와 병용요법할 때 초조, 공격, 과민반응, 식욕, 섭식장애 등 이상 행동을 개선하고 환자의 기억과 인식 기능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중에 약 30여개 제네릭이 나와 있지만 명문제약 ‘에만틴’이 지난해 매출 15억 원, 또 명인제약 ‘펠로’, 유나이티드제약 ‘메비탄’, 일동제약 ‘메만토’ 등이 약 8억 원대 매출로 크게 부각되는 품목은 없다. 최근에는 환인제약이 정제를 구강붕해정으로 복용편의성을 향상시킨 개량신약 ‘환인메만틴오디정’을 허가 받은 바 있다.

마지막으로 얀센 ‘레미닐’은 아세틸콜린 분해효소를 억제하는 기전뿐만 아니라 대뇌의 니코틴 수용체에 작용해 아세틸콜린의 활성을 증가시키는 독특한 기전을 가지고 있다. 세로토닌, 도파민, 글루타메이트 등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조절해주며 흔한 부작용 중 하나인 수면장애를 유발하지 않아 저녁투약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96억 원대였던 갈란타민 제제 시장에서 오리지널인 ‘레미닐’은 47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발매 초기에 제네릭 경쟁에 불이 붙는 듯싶었지만 현재는 한미약품, 현대약품, 고려약품 등 일부 제약사들만 간신히 품목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뇌 기능 개선 ‘NMDA 수용체 길항제’ 시장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64.9% 차지

흔히 NMDA 수용체 길항제(NMDA receptor antagonist)는 글루타메이트(glutamate)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게 활성화돼 학습 및 기억 능력이 저하되는 증상에 효과를 보이며 주로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와 병용요법으로 치매 치료에 사용된다.

글루타메이트와 결합하는 NMDA 수용체를 억제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학습 및 기억능력을 증진하고 병의 진행을 막는다.

NMDA 수용체 길항제 시장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지난해 1,913억 원 매출로 시장 64.9%를 점유하고 있으며, 아세틸-L-카르니틴 제제는 728억 원으로 24.7%, 옥시라세탐 제제는 306억 원으로 10.4%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콜린 알포세레이트를 주 성분으로 하는 인지기능 개선제로, 뇌 손상으로 저하된 신경전달기능을 정상화하고 뇌세포를 재생해 인지기능을 높인다. 



대웅제약ㆍ종근당 자존심 대결로 비화

특허만료 전 180여개에 달하는 수많은 제네릭이 허가 신청을 했을 정도로 초기에 과당 경쟁이 벌어졌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시장은 오리지널인 종근당 ‘글리아티린’과 대웅제약의 제네릭 ‘글리아타민’이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코파마가 개발한 오리지널 ‘글리아티린’은 기존에 대웅제약이 판권을 보유, 원료를 공급받아 직접 제조 및 판매했었지만 지난해 1월 종근당에 판권이 넘어갔다. 이후 대웅제약은 준비해 놓았던 카드 ‘글리아타민’을 꺼내들었고 현재까지 오리지널 ‘글리아티린’ 보다 매출이 앞서고 있다.

글리아타민은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대비 53.4%가 오른 294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오리지널인 종근당 글리아티린(221억 원)을 제치고 콜린알포세레이트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글리아타민은 453억 원, 글리아티린 302억 원이었으며, 유한양행이 내놓은 글리아티린 제네릭 ‘알포아티린’은 119억 원을 기록하며 두 품목간 경쟁 속에서 쏠쏠히 재미를 보고 있다. 그 뒤로는 대원제약 ‘알포콜린’과 일동제약 ‘알포그린’이 각각 86억 원을 기록했다.

아세틸-L-카르니틴 및 옥시라세탐 제제

아세틸-L-카르니틴 제제는 뇌에 필수적인 아미노산을 뇌신경세포에 공급해 신경세포의 영양성을 높여주고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생성을 촉진시켜준다.

대표적으로 동아에스티가 지난 1994년부터 이탈리아 시그마-타우(Sigma-Tau)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제조·판매 중인 ‘니세틸’이 지난해 102억여 원 매출을 달성했고 한미약품 제네릭 ‘카니틸’ 119억여 원, 일동제약 ‘뉴로칸’은 24억여 원 등 제네릭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옥시라세탐 제제는 Cyclic-GABA-GABOB (cyclic-γ-aminobutylic acid-γ-amino-β-hydroxybutyric acid)의 유도체로, 뇌의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고 학습능력 및 전반적인 인지기능을 향상시켜주며 같은 계열의 원조인 피라세탐보다 신경세포막의 구조 및 기능적 안정을 유지시켜주는 작용을 한다. 옥시라세탐 제제로는 고려제약 ‘뉴로메드’가 77억여 원, 삼진제약 ‘뉴라세탐’ 43억여 원, 광동제약 ‘뉴로피아’ 11억여 원 등의 처방액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 치매 치료제 및 뇌 기능 개선제 개발 현황

이처럼 여러 치매 관련 의약품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있지만 아직까지 완벽한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치매 중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파이프라인은 현재 Phase III가 24종류, Phase II가 45종류, Phase I이 24종류 정도다. 이 중 Phase III에는 7개의 증상대비 인지기능 개선제, 17개의 질병조절치료제가 임상시험을 진행 중에 있고 질병조절치료에의 76%가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한다. Phase II에는 45개 종류의 제제가 52개의 임상시험을 통해 진행 중이고 이들 중 30개가 질병조절치료제(26개의 소규모 분자치료제, 4개의 면역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의 개발 성공률은 0.5%로, 2%인 C형간염 바이러스 성공률이나 4.6%인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성공률과 비교했을 때 매우 희박하다. 실제로 2002~2012년 이뤄진 세계 알츠하이머 임상시험 413건 중 시판 허가를 받은 제품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낮은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머크가 개발 중이었던 ‘베루베세스타트’는 지난 2월 임상 3상을 중단, 사실상 실패한 것과 마찬가지지만 증상이 없거나 미약한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별도 임상시험을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릴리의 ‘솔라네주맙’ 역시 경증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큰 기대효과를 얻지 못하고 임상 실패를 맛봤다.

릴리와 아스트라제네카가 함께 개발 중인 ‘LY3314814(AZD3293)’은 지난해 8월 FDA Fast Track 대상으로 선정됐고, 국내에서도 식약처로부터 지난 8월 임상 3상 신청을 승인받았다. ‘LY3314814(AZD3293)’는 환자의 뇌세포에 축적돼 뇌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을 억제한다. 이번 임상은 전 세계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2,2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길병원 등 9곳에서 100명의 환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또, 바이오젠-에자이의 BACE(beta-secretase) 억제제 E2609는 작년 FDA 임상 3상 허가가 났다. 암젠-노바티스의 CNP520, GSK의 GSK933776 등도 임상이 진행 중이다. 

피부 흡수 어려운 ‘도네페질 패치제’ 관심
펩타이드·줄기세포·천연성분 등 다양한 물질 연구

아울러 국내 업계에서는 ‘엑셀론’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제형인 패치제에 관심이 높다.
SK케미칼은 엑셀론 패치 제네릭 ‘윈드론 패치’에 대한 FDA 허가를 신청, 앞으로 미국과 해외 시장에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특히 국내 업계는 치매치료제 시장 매출 1위인 아리셉트의 패치제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들이 아리셉트 패치제 개발에 나섰지만 도네페질 성분은 피부를 통한 흡수가 어려워 모두 실패해 현존하는 아리셉트 패치제가 없다. 이러한 틈새를 놓치지 않고 국내 제약사들이 아리셉트 패치 개발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상황.

경피 약물전달시스템(TDDS)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의약 연구개발 전문 업체 ‘아이큐어’는 도네패질 패치제로 국내에서 588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경 FDA에 임상 1상을 신청할 예정이다.

보령제약과 라파스는 미세바늘(마이크로구조체)을 통해 약물 유효성분이 피부 내에서 용해되도록 전달률을 높인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이용한 도네페질 패치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짧은 부착 시간과 작은 부착 면적으로 기존 패치제제들에서 나타났던 피부자극도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며 내년 임상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대웅제약도 도네페질 주사제와 패치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한 번 붙이면 1주일 약효가 유지되는 패치제는 국내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고, 약효 지속 기간을 1개월로 늘린 주사제는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 있다. 동국제약 역시 1회 투여로 1개월 간 약효가 지속되는 서방출형 주사제 ‘도네페질 데포(물질명 DKF-310)’ 개발을 위한 임상 1상 시험을 진행중이다.

더불어 일부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기업들은 천연물질, 줄기세포치료제, 펩타이드 등 다양한 물질을 통한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젬백스앤카엘은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GV1001’에 대한 국내 임상 2상 환자모집을 최근 시작했다. ‘GV1001’은 체내에 있는 텔로머라제 관련 유래 펩타이드(단백질 조각)를 주성분으로 하는데 이 펩타이드는 1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돼 있다. 텔로머라제는 염색체 말단에 존재하는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시켜주는 기능을 하고, 텔로미어는 세포분열 때마다 조금씩 짧아지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사라져 세포가 죽게 되는데, 텔로머라제가 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엑셀론’ 제네릭 ‘엑셀씨’를 생산하고 있는 씨트리도 펩타이드(아미노산 화합물) 주사제를 개발 중이다.

더불어 바이오기업들도 국내외에서 치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및 임상시험에 한창이다. 네이처셀은 치매 증상을 늦추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근본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줄기세포치료제 ‘아스트로스템’에 대한 FDA 승인을 지난해 11월 받고 임상1·2상을 진행 중에 있다.

차바이오텍은 태반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CB-AC-02’로 국내에서 1, 2a 임상 허가를 받은 상태이고, 메디포스트는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원료로 한 ‘뉴로스템’의 임상 1상과 2a상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천연물 성분을 기반으로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약사들도 있다. 이미 발병한 치매 치료제라기보다는 뇌 신경세포를 보호하거나 치매의 원인으로 꼽히는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을 억제해 예방 및 진행속도를 늦추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동제약의 천연물 신약 ‘ID1201’은 멀구슬나무 열매인 천련자에서 추출한 천연물 성분으로, 치매의 주요 발병 원인을 억제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중앙대병원, 건국대병원 등 14개 기관에서 2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현재 임상 2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대화제약의 경우 한방약제인 산조인을 이용해 개발한 ‘DHP1401’가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2022년 품목 허가 및 제품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대화제약은 지난 6월 ‘인지기능장애 또는 퇴행성 뇌질환 예방 또는 치료용 약학적 조성물’에 대한 특허를 등록, DHP1401의 주요 성분을 활용한 건강기능식품과 치료제로 만드는 권리를 인정받았다. 이밖에 DHP1401에 대한 물질특허도 국내와 일본에 등록했으며, 미국과 유럽, 중국 등 해외국가에도 출원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동아치매센터를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을 억제하는 천연물 소재 신약 ‘DA-9803’을 개발 중이며 미국 임상2상을 앞두고 있다.

SK케미칼은 할미꽃 뿌리인 백두홍을 이용한 천연물 치매치료제 ‘SK-PC-B70M’을 개발 중이며 임상 3상 단계에 있다.

중소 제약사 중에는 환인제약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미 치매증상 치료제인 ‘환인도네페질정’, 뇌대사기능 촉진제 ‘뉴옥시탐정’, 알츠하이머형 치매 또는 파키슨병 관련 치매 치료제 ‘리바메론 패치’, 뇌기능장애개선제 ‘알포세틴정’, 중증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환인메만틴정’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정신신경용제 매출이 전체 품목 매출비중 가운데 70%에 달한다. 환인제약은 2003년 바이오벤처기업 싸이제닉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싸이제닉이 보유중인 치매치료물질인 ‘INM-176’을 제공받아 치매치료제 신약 개발을 추진, 임상 3상까지 완료됐지만, 현재는 보류상태다. 이와는 별도로 천연물질을 기반으로 한 치매치료제 신약을 개발 중이며 전임상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동제약도 연구 개발 중인 치매치료제 천연물신약 ‘KD501’의 임상 2상을 마쳤지만, 개발은 잠정 보류된 상태다.

휴온스의 경우 한양대학교 ERICA 산학협력단(하정미 교수팀)과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SAPK3는 뇌조직에 주로 분포하며 자가사멸신호를 활성화시키는데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에서 SAPK가 저해 또는 제거될 경우 인지기능이 정상의 80%까지 개선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현재 시판 중인 SAPK3 저해제는 없으며, 미국에서 임상1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제일약품, 지엔티파마, 보령제약 등이 치매 치료제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의 규모나 금액적인 측면에서 신약 개발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며 “정부가 구체적인 플랜을 갖고 어떻게 이들 제약사들과 협력해 치매 치료제를 현실적으로 개발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치료제 개발에 실패했고 앞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수백, 수천 번의 좌절을 겪을 수 있는 영역이지만 현존하는 치매 관련 의약품 보다 더 나은 효과를 가진 치료제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 언젠가는 완치까지도 가능한 ‘신약’이 국내에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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